모성애·恨·페미니즘… 굴레 벗어던진 여성화가들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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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여름 화단 점령한 '우먼 아트'
줄잇는 여성화가들의 작품전
색다른 미학적 열망과 도전
미투·페미니즘 열풍에 전시회 붐
프랑스 미술가 니키 드 생팔 초대
이성자·윤석남 등 개인전 잇달아
해외 무대 누비는 여전사들
설치작가 이불은 런던서 회고전
김수자, 中 인촨비엔날레 참가
양혜규, 프랑스·상가포르 전시
줄잇는 여성화가들의 작품전
색다른 미학적 열망과 도전
미투·페미니즘 열풍에 전시회 붐
프랑스 미술가 니키 드 생팔 초대
이성자·윤석남 등 개인전 잇달아
해외 무대 누비는 여전사들
설치작가 이불은 런던서 회고전
김수자, 中 인촨비엔날레 참가
양혜규, 프랑스·상가포르 전시
국내 문화계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 확산과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 고조로 여성 미술가들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는 여성 화가만 줄잡아 2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전문성으로 미학적 열망과 취향, 도전정신이 충만하다.
올여름 화단에는 여성의 굴레를 벗어던지며 남성 중심 기득권에 적극 대항해온 여성 미술가들의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다. 현대미술의 미학체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삶의 흔적을 탐색하는 여성 작가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거장 니키 드 생팔의 페미니즘
프랑스 페미니즘 화가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작품전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마련됐다. 생팔은 남성들이 지닌 관념적인 미의식을 뒤집고 여성의 존재 자체가 가진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조형화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오는 9월2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성적 학대, 가부장적 결혼생활에서 겪은 여성성에 대한 상처를 시각예술로 승화한 회화, 조각 등 127점을 만날 수 있다. 미술사적 페미니즘은 물론 모성애와 여성성을 함축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작가 윤석남 씨(79)는 9월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어머니의 모성과 강인함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다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씨는 1993년 첫 전시회인 ‘어머니의 눈’ 전을 열었을 때 스스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로 불리고, 또 그렇게 삶이 끝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할 만큼 여성의 삶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페미니즘 조형예술의 특징과 흐름을 보여주는 조각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17일까지 열리는 한국여류조각회 창립 45주년 기념 기획전 ‘아이, 우먼(I, WOMAN)’이다. 성차별의 문제와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보다 여성 간 차이와 정체성, 모성애에 초점을 맞췄다. 작고한 1세대 페미니스트 작가 윤영자를 비롯해 강은엽 고경숙 김효숙 임송자 황영숙 등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가 80명의 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프랑스 유학 1세대 여성 작가 이성자 화백의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프랑스 남부 투레트시립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고국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 아들을 향한 모성애를 추상화법으로 승화한 수작들이 전시장마다 걸렸다.
뚱뚱한 여성을 테라코타(구운 흙)로 묘사한 한애규(아트사이드갤러리), ‘비누 작가’로 유명한 신미경(아르코미술관), 30대 작가 좌혜선(아라리오갤러리), 이영지·송지연·채은미(선화랑), 윤희(PKM갤러리), 수잔 송(바톤갤러리) 등도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전문성을 가미한 작품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이불, 김수자, 양혜규 등 해외 무대
과감한 작품 세계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당당하게 던진 여성 작가들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몇몇 여성 작가들의 영향력은 한국 미술문화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설치 작가 이불 씨(57)는 영국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의 50주년 기념전에 초대를 받았다. 인습 타파적인 퍼포먼스 작업을 펼쳐 ‘예술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이번 전시에는 누드로 밧줄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오징어처럼 팔다리가 여러 개 달린 의상을 입고 도쿄 시내를 활보했던 퍼포먼스 비디오 등 1980년대 후반 이후 30년 작업한 작품 118점을 걸었다.
‘보따리 작가’로 유명한 김수자 씨(60)는 중국 인촨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로 참가해 세계적인 작가들과 작품 경연을 벌인다.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47)는 프랑스 몽펠리에 라 파나쉐 미술관과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차례로 개인전을 열어 신작을 내보일 예정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미술사적으로 크게 평가받는 여성 작가들이 성적인 차별 등을 주제로 슬픔과 한(恨) 같은 ‘센’ 기운을 작품에 뿜어내려 하지만, 한편으론 자유로운 기쁨의 에너지와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담아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올여름 화단에는 여성의 굴레를 벗어던지며 남성 중심 기득권에 적극 대항해온 여성 미술가들의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다. 현대미술의 미학체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삶의 흔적을 탐색하는 여성 작가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거장 니키 드 생팔의 페미니즘
프랑스 페미니즘 화가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작품전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마련됐다. 생팔은 남성들이 지닌 관념적인 미의식을 뒤집고 여성의 존재 자체가 가진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조형화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오는 9월2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성적 학대, 가부장적 결혼생활에서 겪은 여성성에 대한 상처를 시각예술로 승화한 회화, 조각 등 127점을 만날 수 있다. 미술사적 페미니즘은 물론 모성애와 여성성을 함축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작가 윤석남 씨(79)는 9월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어머니의 모성과 강인함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다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씨는 1993년 첫 전시회인 ‘어머니의 눈’ 전을 열었을 때 스스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로 불리고, 또 그렇게 삶이 끝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할 만큼 여성의 삶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페미니즘 조형예술의 특징과 흐름을 보여주는 조각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17일까지 열리는 한국여류조각회 창립 45주년 기념 기획전 ‘아이, 우먼(I, WOMAN)’이다. 성차별의 문제와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보다 여성 간 차이와 정체성, 모성애에 초점을 맞췄다. 작고한 1세대 페미니스트 작가 윤영자를 비롯해 강은엽 고경숙 김효숙 임송자 황영숙 등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가 80명의 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프랑스 유학 1세대 여성 작가 이성자 화백의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프랑스 남부 투레트시립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고국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 아들을 향한 모성애를 추상화법으로 승화한 수작들이 전시장마다 걸렸다.
뚱뚱한 여성을 테라코타(구운 흙)로 묘사한 한애규(아트사이드갤러리), ‘비누 작가’로 유명한 신미경(아르코미술관), 30대 작가 좌혜선(아라리오갤러리), 이영지·송지연·채은미(선화랑), 윤희(PKM갤러리), 수잔 송(바톤갤러리) 등도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전문성을 가미한 작품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이불, 김수자, 양혜규 등 해외 무대
과감한 작품 세계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당당하게 던진 여성 작가들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몇몇 여성 작가들의 영향력은 한국 미술문화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설치 작가 이불 씨(57)는 영국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의 50주년 기념전에 초대를 받았다. 인습 타파적인 퍼포먼스 작업을 펼쳐 ‘예술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이번 전시에는 누드로 밧줄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오징어처럼 팔다리가 여러 개 달린 의상을 입고 도쿄 시내를 활보했던 퍼포먼스 비디오 등 1980년대 후반 이후 30년 작업한 작품 118점을 걸었다.
‘보따리 작가’로 유명한 김수자 씨(60)는 중국 인촨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로 참가해 세계적인 작가들과 작품 경연을 벌인다.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47)는 프랑스 몽펠리에 라 파나쉐 미술관과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차례로 개인전을 열어 신작을 내보일 예정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미술사적으로 크게 평가받는 여성 작가들이 성적인 차별 등을 주제로 슬픔과 한(恨) 같은 ‘센’ 기운을 작품에 뿜어내려 하지만, 한편으론 자유로운 기쁨의 에너지와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담아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