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순위 조작' 논란으로 얼룩진 음원시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현실 반영 못하는 차트순위
가수 윤종신, 이용자 취향으로 개편 목소리
현실 반영 못하는 차트순위
가수 윤종신, 이용자 취향으로 개편 목소리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들고 있다.”
가수 윤종신은 지난 2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음원 사이트의 첫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순위 차트에 대한 얘기다. 순위 차트는 대중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듣는 노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종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최근엔 다른 양상이 자주 펼쳐지고 있다. 입소문이 잘 나지 않은 낯선 노래들이 차트에 가득할 때가 많다. 차트에 오르려 일부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래도 사람들은 차트에 올라와 있는 음악에 시선을 빼앗겨 먼저 듣고 본다. 창작자들도 음악 자체보다 차트에 신경 쓰이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흘 뒤 윤종신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변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월간 윤종신’의 8월호 스페셜 음원 ‘떠나’를 발표하면서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원래 신곡이 나오면 첫 페이지의 순위 차트 상단에 있는 ‘최신음악’ 코너에 실린다. 여기에 노출되지 않으면 출시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검색 등을 통해 직접 찾아 듣거나, 이전에 음원 사이트에서 해당 뮤지션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쉬운 길을 두고 굳이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그는 이같이 말한다. “수많은 창작자가 첫 페이지에 자신의 신곡을 노출하려 줄을 서 있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애써 만든 곡을 그냥 묵힌다. 이젠 음원 사이트가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위 조작 논란으로 얼룩진 음원 시장에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수 윤종신, 박진영 등 가요계 대표 뮤지션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나날이 커지고 있는 음원 시장의 ‘성장통’ 정도로만 여기기엔 상처가 너무 많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노력이 담긴 음악이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며 좌절한다. 음원 시장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 원인이 된 차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엔 차트가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윤종신의 ‘좋니’, 멜로망스의 ‘선물’ 등 다양한 성격의 음원이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역주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높아져 순위가 상승하는 것을 뜻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멜로망스는 SNS의 입소문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올 들어 차트 상위권에 잇따라 오른 가수 닐로, 숀 등이 사재기 의혹을 받으면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역주행은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내포한 현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박진영은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 등에서 조사도 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음원 사이트의 막강한 영향력과 연결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대중의 음악 이용 방식은 빠르게 변했다. CD에서 음원 다운로드로, 또 음원 스트리밍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3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 지니뮤직, 벅스는 음악을 듣는 사람 대부분을 흡수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차트는 디지털 음원의 스트리밍, 다운로드 판매량만으로 정해진다.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하는 빌보드차트와 큰 차이가 난다.
논란이 커지자 음원 사이트들은 지난달 사재기 방지를 위해 ‘차트 프리징’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사재기가 주로 이뤄지는 새벽 시간에 차트 운영을 멈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시간대가 옮겨가고 있을 뿐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결국 근본 원인이 된 차트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종신이 말했듯 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편하는 것이다. 미국의 ‘스포티파이’에도 실시간 차트가 없다. 오직 큐레이션으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소개해줄 뿐이다. 그런데도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 음원 사이트로 성장했다.
hkkim@hankyung.com
가수 윤종신은 지난 2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음원 사이트의 첫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순위 차트에 대한 얘기다. 순위 차트는 대중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듣는 노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종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최근엔 다른 양상이 자주 펼쳐지고 있다. 입소문이 잘 나지 않은 낯선 노래들이 차트에 가득할 때가 많다. 차트에 오르려 일부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래도 사람들은 차트에 올라와 있는 음악에 시선을 빼앗겨 먼저 듣고 본다. 창작자들도 음악 자체보다 차트에 신경 쓰이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흘 뒤 윤종신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변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월간 윤종신’의 8월호 스페셜 음원 ‘떠나’를 발표하면서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원래 신곡이 나오면 첫 페이지의 순위 차트 상단에 있는 ‘최신음악’ 코너에 실린다. 여기에 노출되지 않으면 출시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검색 등을 통해 직접 찾아 듣거나, 이전에 음원 사이트에서 해당 뮤지션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쉬운 길을 두고 굳이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그는 이같이 말한다. “수많은 창작자가 첫 페이지에 자신의 신곡을 노출하려 줄을 서 있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애써 만든 곡을 그냥 묵힌다. 이젠 음원 사이트가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위 조작 논란으로 얼룩진 음원 시장에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수 윤종신, 박진영 등 가요계 대표 뮤지션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나날이 커지고 있는 음원 시장의 ‘성장통’ 정도로만 여기기엔 상처가 너무 많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노력이 담긴 음악이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며 좌절한다. 음원 시장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 원인이 된 차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엔 차트가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윤종신의 ‘좋니’, 멜로망스의 ‘선물’ 등 다양한 성격의 음원이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역주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높아져 순위가 상승하는 것을 뜻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멜로망스는 SNS의 입소문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올 들어 차트 상위권에 잇따라 오른 가수 닐로, 숀 등이 사재기 의혹을 받으면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역주행은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내포한 현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박진영은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 등에서 조사도 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음원 사이트의 막강한 영향력과 연결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대중의 음악 이용 방식은 빠르게 변했다. CD에서 음원 다운로드로, 또 음원 스트리밍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3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 지니뮤직, 벅스는 음악을 듣는 사람 대부분을 흡수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차트는 디지털 음원의 스트리밍, 다운로드 판매량만으로 정해진다.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하는 빌보드차트와 큰 차이가 난다.
논란이 커지자 음원 사이트들은 지난달 사재기 방지를 위해 ‘차트 프리징’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사재기가 주로 이뤄지는 새벽 시간에 차트 운영을 멈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시간대가 옮겨가고 있을 뿐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결국 근본 원인이 된 차트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종신이 말했듯 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편하는 것이다. 미국의 ‘스포티파이’에도 실시간 차트가 없다. 오직 큐레이션으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소개해줄 뿐이다. 그런데도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 음원 사이트로 성장했다.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