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선이 잡아낸 이 시대의 위험성
작가 구병모가 오랜만에 낸 소설집 《단 하나의 문장》(문학동네)엔 속도감 넘치는 서사로 쭉쭉 읽어내려가게 만드는 그만의 힘이 담겨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8편의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렸다. ‘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주제를 압축하는, 나아가 그 모든 이야기와 무관한 궁극의 문장이 있지 않을까’라는 탐구에서 시작해 완성시킨 이야기들이다.

가장 처음 나오는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작가가 이 시대에 무엇을 고민하고 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 속 화자 역시 소설가이며, 그가 쓴 ‘정치적 올바름’에 위배되는 작품이 어떻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이름 없는 글들 속에서 평가받고 변형되는지 매우 빠른 속도로 보여준다. 시대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얼굴인 소설가가 과연 지금 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그게 대중에 의해 어떻게 쉽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작가의 고민과 통하는 작품이다.

구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 화자와 핵심인물로 작가나 작가지망생을 등장시키지 않으려 했다. 독자들이 저자와 화자를 동일시할 것을 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의 일을 쓴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비겁함 때문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에선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를 비롯해 네 편의 소설에서 작가를 화자로 내세우는 파격을 시도했다. 저자는 “글쓰기 자체에 대한 거듭된 고민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또 이야기의 기저에 닿고 싶어졌다는 열망 속에서 만든 이 소설집은 작가로서의 새로운 첫걸음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역시 백미다. 작가는 이런 여덟 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 속 비일상적 상황을 통해 이 시대가 담고 있는 위험을 성찰해낸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