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비즈페어 취소에 영세업체들 속앓이…출판協 '꼼수'에 제동 걸린 저작권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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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윤정현 문화부 기자
윤정현 문화부 기자
내년 2월20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서울북비즈니스페어가 참가 업체 모집까지 모두 마친 뒤 돌연 취소됐다. 주최 측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은 신청서를 낸 출판사 70곳에 행사 취소를 통보했다.
‘출판업계의 의견 수렴 결과’라는 짧은 이유 외에 다른 설명은 없었다. 빠듯한 인력으로 참가 준비에 여념이 없던 출판사들은 ‘황당하다’ ‘이유가 석연치 않다’ ‘조변석개식 행정’이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북비즈니스페어는 한국 출판물에 관심이 있는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 출판사들과 저작권을 협의하는 자리다. 비용 문제 등으로 해외 진출이 어려운 출판사를 위해 진흥원이 ‘찾아오는 도서전’으로 기획했다. 지난 2월 첫 행사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 해외 50여 곳과 국내 50여 곳의 출판사가 참가하는 성과를 냈다.
진흥원은 내년 2월 2회 행사를 앞두고 지난달 참가사 모집 공고를 냈다. 출판사들에 북비즈니스페어 안내 메일을 보내고 오프라인 사업설명회도 열었다. 하지만 지원 마감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행사가 전격 취소됐다는 공지를 띄웠다. 참가 신청을 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원서와 홍보자료, 도서샘플 등 제출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꼬박 3일 넘게 걸렸다”며 “계획 단계도 아니고 사업 진행 중에, 그것도 참가 업체까지 다 모아 놓고 갑자기 취소한다고 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반응했다.
진흥원은 “서울도서전 중심으로 저작권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출판업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뒤늦게 설명을 내놨다. ‘저작권 거래의 장’을 서울도서전으로 몰아주기 위해 북비즈니스페어를 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서울도서전은 주로 국내 에이전시가 해외 도서를 소개하는 자리”라며 “저작권 수출보다 수입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판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결국 북비즈니스페어 개최에 대한 출판협회의 반대가 ‘출판계 의견’으로 종합됐고, 진흥원은 이를 바로 받아들였다. 북비즈니스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던 출판사 70곳의 지원은 없던 얘기가 됐다. 해외 출판사 50곳은 행사가 갑작스레 증발해버린 영문조차 알지 못한다.
진흥원은 북비즈니스페어 신청 마감 당일에 이사회를 열고 취소를 결정했다. 이사 8명 중 5명은 출판협회 소속 출판사 대표들이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수영 진흥원 원장도 문학과지성사 대표 출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진흥원이 일부 출판사의 이익단체인 출판협회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출판사 3500곳 중 가입비와 매월 회비를 내야 하는 출판협회에 가입돼 있는 업체는 600여 곳이다.
서울도서전을 저작권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의 장으로 키워야 한다는 데 출판계에 큰 이견은 없다. 다만 북비즈니스페어를 갑자기, 그것도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중단한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다. 영세 출판사들의 콘텐츠 수출 통로인 북비즈니스페어를 없애려면 서울도서전에서 이들 출판사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방안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hit@hankyung.com
‘출판업계의 의견 수렴 결과’라는 짧은 이유 외에 다른 설명은 없었다. 빠듯한 인력으로 참가 준비에 여념이 없던 출판사들은 ‘황당하다’ ‘이유가 석연치 않다’ ‘조변석개식 행정’이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북비즈니스페어는 한국 출판물에 관심이 있는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 출판사들과 저작권을 협의하는 자리다. 비용 문제 등으로 해외 진출이 어려운 출판사를 위해 진흥원이 ‘찾아오는 도서전’으로 기획했다. 지난 2월 첫 행사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 해외 50여 곳과 국내 50여 곳의 출판사가 참가하는 성과를 냈다.
진흥원은 내년 2월 2회 행사를 앞두고 지난달 참가사 모집 공고를 냈다. 출판사들에 북비즈니스페어 안내 메일을 보내고 오프라인 사업설명회도 열었다. 하지만 지원 마감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행사가 전격 취소됐다는 공지를 띄웠다. 참가 신청을 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원서와 홍보자료, 도서샘플 등 제출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꼬박 3일 넘게 걸렸다”며 “계획 단계도 아니고 사업 진행 중에, 그것도 참가 업체까지 다 모아 놓고 갑자기 취소한다고 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반응했다.
진흥원은 “서울도서전 중심으로 저작권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출판업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뒤늦게 설명을 내놨다. ‘저작권 거래의 장’을 서울도서전으로 몰아주기 위해 북비즈니스페어를 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서울도서전은 주로 국내 에이전시가 해외 도서를 소개하는 자리”라며 “저작권 수출보다 수입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판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결국 북비즈니스페어 개최에 대한 출판협회의 반대가 ‘출판계 의견’으로 종합됐고, 진흥원은 이를 바로 받아들였다. 북비즈니스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던 출판사 70곳의 지원은 없던 얘기가 됐다. 해외 출판사 50곳은 행사가 갑작스레 증발해버린 영문조차 알지 못한다.
진흥원은 북비즈니스페어 신청 마감 당일에 이사회를 열고 취소를 결정했다. 이사 8명 중 5명은 출판협회 소속 출판사 대표들이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수영 진흥원 원장도 문학과지성사 대표 출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진흥원이 일부 출판사의 이익단체인 출판협회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출판사 3500곳 중 가입비와 매월 회비를 내야 하는 출판협회에 가입돼 있는 업체는 600여 곳이다.
서울도서전을 저작권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의 장으로 키워야 한다는 데 출판계에 큰 이견은 없다. 다만 북비즈니스페어를 갑자기, 그것도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중단한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다. 영세 출판사들의 콘텐츠 수출 통로인 북비즈니스페어를 없애려면 서울도서전에서 이들 출판사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방안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