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박소영(31·사진)의 목소리엔 설렘이 가득했다.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으로 내년 1월3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데뷔한다. 박소영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1년 전 처음 역할이 확정됐을 땐 실감나지 않았지만 이젠 데뷔 무대가 기다려진다”며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무대는 성악가 사이에선 꿈의 무대로 꼽힌다.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등 유명 소프라노들이 메트를 거쳐 갔지만 여전히 한국인 주역은 흔치 않다. 특히 밤의 여왕 아리아는 까다로운 기교와 인간의 한계라고 여겨지는 ‘하이F’ 음을 요구해 소프라노들에겐 도전곡이면서 또 기피하고 싶은 곡으로 꼽힌다.
밤의 여왕 아리아는 박인수 서울대 성악과 교수가 2학년이었던 박소영에게 실기시험 곡으로 적극 추천했던 곡이다. 서울대 음대를 수석 졸업한 박소영은 이 곡으로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합격해 석사를 마쳤다. 이후 보스턴 리릭 오페라,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등 미국 무대에서 밤의 여왕을 여러 차례 소화했다. 고난도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밤의 여왕이 부르는 곡들은 다른 곡보다 어려운 만큼 공연 때마다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며 “항상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어려울 것도 없다’고 마음먹으며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유독 밤의 여왕 역할만을 좋아할 것 같았던 박소영이었지만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대 음대 재학 시절 성악과 정기연주회에서 그가 제일 처음 맡은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순수한 소녀였던 질다가 점차 복수를 꿈꾸는 여인으로 변해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침 내년 6월 세인트루이스 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다시 한번 질다를 연기한다.
박소영은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를 꼽았다. 그가 2009년 서울대 대학원 재학 시절 맡았지만 아쉬움만 남긴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소화할 수 없는 정말 큰 역할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비올레타의 섬세한 감정선을 제대로 표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영은 이번 공연 이후 3월 시카고 리릭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 ‘언 아메리칸 드림(An American Dream)’에 출연하는 등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그가 꿈꾸는 롤모델은 누구일까. 주저 없이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47)를 꼽았다. “안나는 지금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노래가 뭔지 잘 아는 가수예요.
그처럼 세월의 변화를 인정하고 지금 자신에게 집중해 관객들에게 항상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는 게 가수의 덕목 아닐까요?”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