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밥벌이 - 박성우(1971~)
딱따구리 한 마리가 뒤통수를 있는 힘껏 뒤로 제꼈다가 괴목(槐木)을 내리찍는다 딱 딱 딱 딱딱 딱 딱딱, 주둥이가 픽픽 돌아가건 말건 뒷골이 울려 쏙 빠지건 말건 한 마리 벌레를 위하여 아니, 한 마리 버러지가 되지 않기 위하여 아니, 한 끼 끼니를 위하여 산 입을 울리고 골을 울린다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창비) 中

사람만 밥벌이가 고되고 어려운 일이겠어요? 여기 딱따구리 한 마리도 한 끼 끼니를 위해 산 입이 울리도록 골이 울리도록 부리로 괴목을 쪼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작은 새 한 마리나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애쓰며 일해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우리에게도 딱따구리처럼 밥벌이의 어려움이 있지만,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이 있고, 따뜻한 아침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음에, 또 이렇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 봅니다.

김민율 <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