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인구가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우리 국민 2800만 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했다. 해외에서도 15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유엔 세계관광기구(WTO)는 2018년 전 세계에서 약 14억 명이 여행했으며 2030년에는 약 18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여행을 할까. 심리학자들은 여행이 행복감을 높여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7년 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단위 여행 횟수가 늘어나면 삶의 만족도는 0.03단위 증가하며, 1단위의 여행 만족도가 증가하면 삶의 만족도를 0.46단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떤 여행이 행복감을 높여 줄까. 여행의 행복감을 측정해 보았더니 여행 전이 가장 높게 나왔다. ‘설렘’과 같은 여행에 대한 기대가 이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 학술 발표에서는 실제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고은지·김명일·김종석·박민정·박준희, 2017년). 여행하는 중 사람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새로움’ ‘우연성’ ‘즉흥성’과 같은 현장의 비예측적 상황들이 긍정적 효과를 줄 때 행복감이 높아졌다(권장욱·이훈, 2016년).

여행 중 우연히 걷다가 들른 골목길 식당이 의외의 맛집일 때, 낯선 벼룩시장에서 내가 원하던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했을 때, 언어가 안 통하는 곳에서 길을 잃었지만 친절하게 안내해 준 현지인을 만났을 때 우리의 여행 행복감은 더 높아진다. 여행 후에도 이런 행복감은 유지되는데,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약 30일 동안 높은 상태를 지속했다.

여행 후 행복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을 통해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기록과 글을 보며 ‘회상’이라는 과정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때 즐거웠던 상황을 떠올리고 그때 기분으로 돌아간다. 여행의 행복에는 ‘소확행’으로 불리는 소소한 여행의 행복도 있고, 성찰을 통해 인생의 전환을 가져오는 큰 행복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여행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한 여행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동안 우리 관광 정책은 외래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지만, 이제는 국민을 위한 여행 지원 정책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내·외국인의 출국세 등으로 적립한 ‘관광개발진흥기금’을 국민의 여행 행복을 위한 기금으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여행행복지수’를 개발·측정함으로써 행복한 관광을 국가적으로 경영하는 더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국민의 행복을 높이는 것은 국민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인 여행을 지원하는 정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