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월화극…계륵이 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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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이 작품이 이 시대 마지막 월화드라마입니다. 새로운 월화드라마가 부활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준비했습니다.”
지난 5일 열린 MBC 드라마 ‘웰컴2라이프’ 제작발표회에서 김근홍 PD는 이같이 말했다. MBC는 이 작품 이후 월화 드라마 편성을 중단한 상태다. 아직 폐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MBC뿐만 아니다. KBS는 ‘너의 노래를 들려줘’가 종방하는 11월 말부터 두 달간 월화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SBS는 월화극 자리를 예능으로 대체하고 있다.
TV만 틀면 드라마가 쏟아지는 요즘. 한편에선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 과다 경쟁으로 인해 출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타격을 가장 먼저 받은 곳은 지상파 3사다. 지상파 3사는 치솟는 제작비, 이어지는 경영난에 드라마 편성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단 지상파 3사만의 이야기일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까지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없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고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고, 시청률이 잘 나오고 광고가 완판되더라도 수익을 내기 힘든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방송사의 핵심 콘텐츠인 드라마를 포기할 순 없고, 또 무작정 투자할 수도 없다. 드라마는 졸지에 ‘계륵’이 돼 버린 걸까.
드라마는 스토리텔링의 결정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콘텐츠 산업의 중심지로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드라마의 발전이다. ‘미국 콘텐츠’하면 가장 먼저 ‘미드(미국 드라마)’를 떠올리지 않는가. 대중의 시선도 드라마를 따라 이동해 왔다. 지상파에서 케이블, 종편으로 시선이 전환된 결정적인 이유도 드라마 때문이다. 특히 tvN, OCN은 젊은 이들이 좋아할 로맨틱 코미디부터 장르물까지 선보이며 채널 주도권을 빼앗았다. 최근 넷플릭스 등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플랫폼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도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문제는 여기엔 영원한 승자도 없으며, 어느 곳도 웃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투입해야 할 제작비는 증가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의 드라마도 이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엔 500억원대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도 나오지 않았던가.
나아가 제작비의 본질적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작품별로 다르지만, 많은 부분이 배우 출연료로 사용된다. 그것도 대부분 주연들의 몫이다. 이들의 캐릭터 연기도 중요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성패는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 결정된다. 이를 떠받치는 시스템 전반과 수많은 스텝들에겐 제작비가 골고루 배정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요소와 인물들에만 제작비가 집중돼선 이 적자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지 않을까.
이젠 제작비를 낮추면서도 앞으로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떤 산업이 발전할 땐 그 산업을 떠받칠 잠재 성장군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드라마 산업에선 ‘유망주’라 불릴만한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높은 제작비에도 여전히 드라마마다 비슷한 인물과 비슷한 스토리가 반복되는 게 많다. 과거 성공한 드라마 중엔 잘 모르는 연극 배우 출신들이 나오고, 신인 작가들이 쓴 작품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화려한 캐스팅과 스타 작가로 대중의 시선을 먼저 잡으려 하다보니, 이런 작품들은 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매일같이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대중들은 어떤 드라마가 생겨나고 막을 내렸는지 파악하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앞으로 ‘수사반장’ ‘장희빈’ ‘발리에서 생긴 일’ 등 대중들의 기억에 확실히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드라마가 급증하고 있는 이때, 더욱 불투명해진 드라마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지난 5일 열린 MBC 드라마 ‘웰컴2라이프’ 제작발표회에서 김근홍 PD는 이같이 말했다. MBC는 이 작품 이후 월화 드라마 편성을 중단한 상태다. 아직 폐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MBC뿐만 아니다. KBS는 ‘너의 노래를 들려줘’가 종방하는 11월 말부터 두 달간 월화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SBS는 월화극 자리를 예능으로 대체하고 있다.
TV만 틀면 드라마가 쏟아지는 요즘. 한편에선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 과다 경쟁으로 인해 출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타격을 가장 먼저 받은 곳은 지상파 3사다. 지상파 3사는 치솟는 제작비, 이어지는 경영난에 드라마 편성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단 지상파 3사만의 이야기일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까지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없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고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고, 시청률이 잘 나오고 광고가 완판되더라도 수익을 내기 힘든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방송사의 핵심 콘텐츠인 드라마를 포기할 순 없고, 또 무작정 투자할 수도 없다. 드라마는 졸지에 ‘계륵’이 돼 버린 걸까.
드라마는 스토리텔링의 결정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콘텐츠 산업의 중심지로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드라마의 발전이다. ‘미국 콘텐츠’하면 가장 먼저 ‘미드(미국 드라마)’를 떠올리지 않는가. 대중의 시선도 드라마를 따라 이동해 왔다. 지상파에서 케이블, 종편으로 시선이 전환된 결정적인 이유도 드라마 때문이다. 특히 tvN, OCN은 젊은 이들이 좋아할 로맨틱 코미디부터 장르물까지 선보이며 채널 주도권을 빼앗았다. 최근 넷플릭스 등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플랫폼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도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문제는 여기엔 영원한 승자도 없으며, 어느 곳도 웃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투입해야 할 제작비는 증가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의 드라마도 이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엔 500억원대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도 나오지 않았던가.
나아가 제작비의 본질적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작품별로 다르지만, 많은 부분이 배우 출연료로 사용된다. 그것도 대부분 주연들의 몫이다. 이들의 캐릭터 연기도 중요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성패는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 결정된다. 이를 떠받치는 시스템 전반과 수많은 스텝들에겐 제작비가 골고루 배정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요소와 인물들에만 제작비가 집중돼선 이 적자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지 않을까.
이젠 제작비를 낮추면서도 앞으로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떤 산업이 발전할 땐 그 산업을 떠받칠 잠재 성장군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드라마 산업에선 ‘유망주’라 불릴만한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높은 제작비에도 여전히 드라마마다 비슷한 인물과 비슷한 스토리가 반복되는 게 많다. 과거 성공한 드라마 중엔 잘 모르는 연극 배우 출신들이 나오고, 신인 작가들이 쓴 작품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화려한 캐스팅과 스타 작가로 대중의 시선을 먼저 잡으려 하다보니, 이런 작품들은 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매일같이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대중들은 어떤 드라마가 생겨나고 막을 내렸는지 파악하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앞으로 ‘수사반장’ ‘장희빈’ ‘발리에서 생긴 일’ 등 대중들의 기억에 확실히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드라마가 급증하고 있는 이때, 더욱 불투명해진 드라마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