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식스 로고 [사진=아식스 홈페이지 캡처]
아식스 로고 [사진=아식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 주말 일본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의 뉴질랜드 매장에서 음란 영상이 장시간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관계자들이 해명에 나섰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사건이 퍼지면서 아식스 브랜드는 알게 모르게 소비자의 입방아에 올랐다.

현지 유력 언론인 '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포르노 노출은 지난달 29일 새벽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심의 한 아식스 매장에서 벌어졌다. 음란물은 매장 직원에 의해 꺼질 때까지 총 9시간이나 노출됐다.

현지 경찰관 드웨인 힌안고씨는 "몇몇 이들은 충격을 받았고 일부는 그냥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7살 아들과 매장에 왔다가 음란물을 보게 된 여성도 있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아식스는 이번 영상 사건으로 진땀을 빼고 있지만 사실 브랜드의 의미는 '음란'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아식스는 '정신적 건강함'을 강조하는 뜻이라서다.

회사 이름인 아식스는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가 노래한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아식스 창업자는 이 문장에서 '인간'을 의미하는 'Mens'보다 더 동적인 뜻을 가진 'Anima(생명)'으로 바꿨고,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앞 글자 A, S, I, C, S를 따서 브랜드 이름을 만들었다. 때문에 홍보 문구는 언제나 'Sound mind, Sound body'이다.
아식스는 뉴질랜드 지사 페이스북을 통해
아식스는 뉴질랜드 지사 페이스북을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매장 스크린에 접속해 음란물을 보여준 것"이라며 "음란물을 본 모든 분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소프트웨어 및 온라인 보안 공급업체와 협력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식스 뉴질랜드 페이스북 캡처]
아식스는 1949년 창업자인 오니츠카 기하치로(鬼塚喜八郞)가 자신의 고향 일본 고베시에 농구화 제조회사로 설립한 '오니츠카타이거(Onitsuka Tiger)'가 모태다. 오니츠카는 문어의 빨판 기능에 착안해 기존 농구화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품을 만들면서 큰 인기를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니츠카타이거는 1977년 스포츠의류 업체 'GTO', 니트의류 업체 'JELENK'와 합병하면서 아식스를 만들었다. 자회사로는 아식스스포츠, 아식스타이거 등 6개가 있으며 운동화, 스포츠의류, 스포츠용품을 생산한다.

국내에는 1982년 설립된 '성일스포츠'와 협력하면서 처음 진출했고 1983년 '아식스스포츠'로 이름을 바꿨다. 1986년에는 일본 아식스와 자본과 기술 합작협약을 체결했고 2002년 '휴럭스'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8년 다시 아식스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회귀했다.

1990년대 이후 성공 가도를 갈리던 아식스는 지난해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에 따르면 아식스는 지난해 203억엔(약 2277억원)의 적자를 기록, 1964년 상장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부진이 컸다. 아식스의 미국 사업 매출은 902억엔(약 1조119억원)으로 전년대비 15%나 감소했다. 재고가 쌓이자 대규모 세일에 들어갔지만 영업이익은 40억엔(약 44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아식스는 결국 올해 일본내 900여개의 직영점 중 39개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다.

아식스는 2010년만 해도 매출 4000억엔(약 4조4876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증가하며 나이키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었다. 하지만 트렌드 변화를 놓치면서 2015년부터 성장세가 꺾였다. 게다가 안방 시장인 일본에서도 나이키가 독주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식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반전의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다. 아식스 측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아닌 포르노 논란으로 분위기 반전에 찬물을 뒤집어쓴 아식스는 뉴질랜드 지사 페이스북을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매장 스크린에 접속해 음란물을 보여준 것"이라며 "음란물을 본 모든 분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소프트웨어 및 온라인 보안 공급업체와 협력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