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진행되면 무릎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당뇨병, 치매 등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무릎 퇴행성 관절염으로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은 점차 늘고 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300만 명에 이른다. 65세 이상 고령층 열 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는 치매도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폐경이 지난 여성들은 골다공증 때문에 각종 골절 질환이 생기기 쉽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년기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근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벅지 근육은 무릎 관절을 지탱하고 대사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년기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허벅지 근력운동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지현의 생생헬스] 무릎 아끼려 운동 안한다? 허벅지 근육 적으면 관절염·당뇨병 위험↑
무릎 관절염 증상 줄이려면 근육운동 해야

고령층이면 누구나 호소하는 질환 중 하나가 무릎 관절염이다. 무릎 연골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관절염이 있으면 통증이 심하다. 이 때문에 운동하지 않는 환자가 많다. 무릎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운동하지 않는 환자도 적지 않다.

남창현 목동 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적절한 운동으로 무릎 주변 근력을 강화해야 무릎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은 무릎 위와 아래에서 관절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사람이 걸을 때면 무릎에 상당한 압력이 가해진다. 허벅지 근육과 힘줄은 이런 압력을 분산해준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튼튼할수록 무릎 연골이 받는 충격이 줄어든다. 주변 인대도 힘을 덜 받는다.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은 무릎의 모든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 뼈관절이나 인대가 약하더라도 이 근육이 튼튼하면 무릎을 지지하는 힘이 커진다. 대퇴사두근이 발달하면 각종 충격으로부터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 관절염을 호소하는 사람도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무릎 관절염을 예방하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근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다만 무릎 주변 근육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사람이 하체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부상당하기 쉽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허벅지 근력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허벅지 근육은 다양한 질환과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병훈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 315명을 조사했더니 허벅지 근육이 많은 사람은 혈전이 적게 생겼다. 정형외과 수술 후 생긴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심혈관 질환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 허벅지 근육이 많으면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폐경기 여성 골다공증 위험도 줄여줘

평소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많이 하면 골다공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폐경을 맞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

고정민·이승훈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폐경 여성 279명의 전신 근육량과 골밀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온몸의 근육량이 늘어나면 허벅지처럼 근육이 많이 붙은 뼈의 골밀도가 높아졌고 골다공증 위험은 낮아졌다.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줄어 뼈 강도가 약해지면서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고 근육 기능이 떨어지는 근감소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런 골다공증과 근감소증이 있으면 골절 위험이 세 배 정도 높아진다.

여성이 폐경을 맞으면 갑자기 호르몬이 바뀌어 이전에 없던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원래 골다공증을 앓고 있던 여성은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크다. 평소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이렇게 갑자기 생기거나 악화되는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평소 여성은 하체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해 뼈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며 “폐경을 앞둔 40세 이상 여성은 걷기나 등산과 함께 스쿼트 등 근육 운동을 병행해 골다공증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매 등에도 영향

허벅지 근육은 무릎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외에 다른 전신질환에도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되면 온몸의 근육량이 줄어든다. 근육이 줄어들면 걸음을 걷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보행이 불안정해져 낙상하기 쉽고 이 때문에 손목이나 고관절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

허벅지 근육이 줄면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허벅지 근육이 줄면 에너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남은 에너지가 지방으로 쌓여 살이 찌기 쉽다. 허벅지 근육이 적으면 인슐린 호르몬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 위험도 높아진다. 심장이나 뇌 혈관 질환이 생기기 쉽다. 근육이 줄면 치매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 인슐린 호르몬 기능이 떨어지면 몸속에 염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체력이 떨어져 운동량이 줄면 살이 찐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생긴다. 체중이 늘면 무릎 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이 생기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엉덩이, 넓적다리 등 하체 근육이 많이 빠진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체 근육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체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은 계단 오르내리기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도 하체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하지만 관절에 문제가 있는 고령층이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허벅지 운동은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고령층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근육량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인체에 있는 근육의 최대 절반 정도가 허벅지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앉아 있을 때 허벅지 사이에 책 끼우면 도움

[이지현의 생생헬스] 무릎 아끼려 운동 안한다? 허벅지 근육 적으면 관절염·당뇨병 위험↑
허벅지 근육을 늘리려면 근육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운동할 때는 무릎 주변 근육을 풀어줬다 강화하는 동작을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의자에 앉아서 허벅지와 발끝에 힘을 주고 무릎을 펴면서 다리를 천천히 위로 올렸다가 천천히 다리를 내리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매일 무릎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열 번씩 세 번 반복하면 된다. 바닥에 누워서 운동하는 것이 편하다면 무릎을 완전히 편 상태로 허벅지에 힘을 주고 45도 정도 들어올린 뒤 3초간 버틴 후 천천히 내리는 동작을 열 번 반복한다. 횟수를 채우기 위해 빠른 속도로 대충하는 것보다는 허벅지에 힘을 정확하게 주면서 천천히 하는 편이 좋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이라면 책을 허벅지에 끼고 힘을 줘 떨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허벅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가볍게 걷는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물속에서 걷는 것도 허벅지 근육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남창현 목동힘찬병원 원장, 고정민·이승훈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