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자아성찰이 리더십 원동력
“내가 만든 제품이 싫어요. 거지 같은 제품이네요.” 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수년간 공들여 만든 제품에 혐오감을 느꼈다. 결과물이 스스로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탓이다. 그는 자신을 혐오하면서 제품을 개발한 기술진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벤처투자자 제리 콜로나는 “자신이 개발한 창조물을 혐오하는 고통은 그가 회사와 제품에 자신의 존재를 너무 많이 투사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콜로나는 “이럴 때는 근본적인 자아를 성찰하면서 원치 않는 상황에 자신도 일조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허튼 짓을 가차없이 잘라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부트》는 콜로나가 20년간 100곳 이상 조직에서 투자자나 임원, 이사회 멤버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리더가 되는 법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리더십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스타트업 리더들이 각자가 형성해온 믿음과 습관을 들여다보도록 인도한다. 저자는 리더들에게 매출 목표가 아니라 수치심이나 고통에 대해 묻는다. 자아성찰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 진정한 의도와 동기 등을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각자의 본질적인 믿음 체계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들여다보려는 시도야말로 회복력과 성장의 발판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저자는 CEO들이 대담하게 맞서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집중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찾아가도록 돕는 아홉 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직접 만난 경영자들의 사례를 통해 시련을 받아들이고 품격있게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6년간 이끌어오던 회사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CEO,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회사의 펀딩을 걱정하는 경영자, 공동 창업자가 자신을 무시해 고통받는 리더 등이다. 저자가 사례로 든 리더 중 한 명은 어린 시절의 결핍과 굶주림이 탐욕으로 변질했고, 또다른 이는 부모의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비뚤어진 완벽주의로 터져나오기도 했다.

저자는 “위대한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시련 앞에 위축되지 않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문제의 근원을 직시했다”며 “사랑하는 주변인들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더 나은 리더가 된다”고 강조한다. (이수인·엄윤미 옮김, 어크로스, 320쪽, 1만60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