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결제부터 뱅킹까지…'금융의 선'을 넘는 IT공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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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뱅크가 온다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 류두진 옮김
21세기북스 / 396쪽 / 1만9800원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 류두진 옮김
21세기북스 / 396쪽 / 1만9800원
스즈키 씨는 무인매장 아마존고에 ‘얼굴 인식’으로 입장한다. 샌드위치와 페트병에 든 차를 골라 가게를 나서면 쇼핑과 결제가 동시에 끝난다. 결제는 아마존의 독자 통화인 ‘아마존 코인’으로 한다. 아마존 뱅크 계좌에서 자동이체된다. 리프트의 자율주행 택시를 타고 집까지 온 뒤 내릴 땐 ‘라쿠텐 페이’를 사용한다. 적립한 라쿠텐 포인트로 라쿠텐 페이와 앱 내에서 연동되는 라쿠텐 증권을 통해 주식 투자도 한다. 집세는 소프트뱅크와 야후가 출자해 만든 ‘페이페이’로 낸다. 동남아시아 출장을 갔을 땐 페이페이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로 환전 없이 현지에서 다닐 수 있었다.
《아마존 뱅크가 온다》를 쓴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 경영대학원 비즈니스디자인연구과 교수가 내다본 5년 후 일본에서의 일상이다. 다나카 교수는 책에서 돈을 정의하는 방식과 금융의 변화로 바뀌는 현실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전작인 《아마존 미래전략 2022》를 통해 아마존의 저력을 탐구하고, 《2022 누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가》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짚어낸 그가 이번엔 자신의 전공 분야인 금융으로 책을 썼다. 저자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 투자은행 부문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고 씨티은행 자산증권부와 BOA증권 구조화금융부에서도 일했다.
책은 기존 금융업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기술 기업들의 도전과 그에 맞선 기존 메가뱅크들의 생존 전략을 구분해 살펴본다. 저자가 꼽는 세계 3대 금융시장 파괴자(disrupter)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텐센트다. 아마존은 결제부터 발송까지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원클릭’ 주문부터 ‘아마존페이’를 통한 지불과 대출 서비스인 ‘아마존 렌딩’, ‘아마존 캐시’를 통한 은행의 예금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뱅크’의 탄생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아마존 경제권’에서 사용할 ‘아마존 코인’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알리바바는 연 8억7000만 명의 결제앱 알리페이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쇼핑과 물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등을 묶어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대 중이다. 텐센트는 커뮤니케이션 앱 ‘위챗’을 진입점으로 삼는다. 위챗의 월간 실시간 사용자는 10억5700만 명, 콘텐츠 유료 가입자는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게임과 미디어, 결제와 소매 등으로 서비스 플랫폼을 강화해 가고 있다.
예금이나 대출, 환전 등 기존의 금융업무는 더 이상 은행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은행업 면허를 취득할 필요 없이, ‘은행’이란 간판을 내걸지 않고도 이들은 금융회사 기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플랫폼과 방대한 빅데이터도 갖추고 있다. 저자는 “이들은 이미 은행 업무를 복제하고 있다”며 “압도적 다수의 실사용자가 있는 데다 본업이 따로 있어서 금융 서비스 자체로 이익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기존 은행과 가장 차별화되는 이 ‘파괴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고객 경험’이다. 모든 절차가 쉽고 편하며 빠르다. 은행을 직접 가는 수고는 물론 대기할 필요도 없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처리 과정에서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저자는 우리가 현재 스마트폰 중심의 ‘금융 3.0’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가 정리한 금융의 역사는 대면형인 ‘금융 1.0’에서 시작한다. 인터넷이 접목된 ‘금융 2.0’을 지나 향하는 곳은 분산형 테크놀로지인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4.0’이다.
기술 기업들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금융 4.0’을 향해 가는 메가뱅크의 사례로는 싱가포르의 DBS은행을 든다. 1986년 싱가포르 정부계 개발은행으로 설립된 이 은행은 현재 동남아시아와 범중화권, 인도 등 18개국에 진출해 있다. DBS은행은 2009년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고 기술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화를 통한 데이터센터 설비를 갖추고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산운용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스타트업들과 협업 공간도 설치했다. 이를 이끈 피유시 굽타 DBS은행 최고경영자(CEO)는 “금융 파괴와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보다 먼저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은 산업과 기술, 국가와 문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을 생생히 보여준다. 여전히 변화를 읽지 못한 채 규제에 안주하고 자존심 지키기에 급급한 국내 거대 금융사들에 어떤 생존 전략을 갖고 있는지 묻는 듯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아마존 뱅크가 온다》를 쓴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 경영대학원 비즈니스디자인연구과 교수가 내다본 5년 후 일본에서의 일상이다. 다나카 교수는 책에서 돈을 정의하는 방식과 금융의 변화로 바뀌는 현실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전작인 《아마존 미래전략 2022》를 통해 아마존의 저력을 탐구하고, 《2022 누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가》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짚어낸 그가 이번엔 자신의 전공 분야인 금융으로 책을 썼다. 저자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 투자은행 부문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고 씨티은행 자산증권부와 BOA증권 구조화금융부에서도 일했다.
책은 기존 금융업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기술 기업들의 도전과 그에 맞선 기존 메가뱅크들의 생존 전략을 구분해 살펴본다. 저자가 꼽는 세계 3대 금융시장 파괴자(disrupter)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텐센트다. 아마존은 결제부터 발송까지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원클릭’ 주문부터 ‘아마존페이’를 통한 지불과 대출 서비스인 ‘아마존 렌딩’, ‘아마존 캐시’를 통한 은행의 예금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뱅크’의 탄생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아마존 경제권’에서 사용할 ‘아마존 코인’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알리바바는 연 8억7000만 명의 결제앱 알리페이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쇼핑과 물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등을 묶어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대 중이다. 텐센트는 커뮤니케이션 앱 ‘위챗’을 진입점으로 삼는다. 위챗의 월간 실시간 사용자는 10억5700만 명, 콘텐츠 유료 가입자는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게임과 미디어, 결제와 소매 등으로 서비스 플랫폼을 강화해 가고 있다.
예금이나 대출, 환전 등 기존의 금융업무는 더 이상 은행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은행업 면허를 취득할 필요 없이, ‘은행’이란 간판을 내걸지 않고도 이들은 금융회사 기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플랫폼과 방대한 빅데이터도 갖추고 있다. 저자는 “이들은 이미 은행 업무를 복제하고 있다”며 “압도적 다수의 실사용자가 있는 데다 본업이 따로 있어서 금융 서비스 자체로 이익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기존 은행과 가장 차별화되는 이 ‘파괴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고객 경험’이다. 모든 절차가 쉽고 편하며 빠르다. 은행을 직접 가는 수고는 물론 대기할 필요도 없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처리 과정에서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저자는 우리가 현재 스마트폰 중심의 ‘금융 3.0’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가 정리한 금융의 역사는 대면형인 ‘금융 1.0’에서 시작한다. 인터넷이 접목된 ‘금융 2.0’을 지나 향하는 곳은 분산형 테크놀로지인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4.0’이다.
기술 기업들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금융 4.0’을 향해 가는 메가뱅크의 사례로는 싱가포르의 DBS은행을 든다. 1986년 싱가포르 정부계 개발은행으로 설립된 이 은행은 현재 동남아시아와 범중화권, 인도 등 18개국에 진출해 있다. DBS은행은 2009년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고 기술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화를 통한 데이터센터 설비를 갖추고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산운용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스타트업들과 협업 공간도 설치했다. 이를 이끈 피유시 굽타 DBS은행 최고경영자(CEO)는 “금융 파괴와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보다 먼저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은 산업과 기술, 국가와 문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을 생생히 보여준다. 여전히 변화를 읽지 못한 채 규제에 안주하고 자존심 지키기에 급급한 국내 거대 금융사들에 어떤 생존 전략을 갖고 있는지 묻는 듯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