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격리의 소확행…'달고나 커피' 400번 휘저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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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번 휘젓는 '달고나 커피' 유행인 까닭
▽ 집에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 SNS 인기
▽ '미니 전동기' 판매량도 덩달아 올라
▽ "격리생활 무기력…쉬운 반복이 작은 행복"
▽ 집에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 SNS 인기
▽ '미니 전동기' 판매량도 덩달아 올라
▽ "격리생활 무기력…쉬운 반복이 작은 행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이다. 18일 인스타그램에 '달고나 커피'를 검색하면 7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올 정도로 온라인에서는 인기가 뜨겁다.
'달고나 커피'는 커피와 설탕, 뜨거운 물을 1:1:1의 비율로 넣어 거품이 날 때까지 400번을 스푼 또는 거품기로 저어 만드는 커피. 열심히 저으면 커피가 '달고나' 처럼 되직해져 '달고나 커피'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호에 따라 커피 또는 설탕을 더 넣어도 된다. 일반적인 커피를 타 마실 때 스푼으로 네다섯 차례 휘휘 저어서 마신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고나 커피는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커피인 셈이다.
달고나 커피를 만들기 위한 필수 준비물인 전동 거품기의 판매량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동 거품기의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대비 20% 증가했다. 온라인쇼핑몰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우유거품기계 판매량은 79% 늘었다.
약속을 줄이고 외출을 자제하며 나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인 기자도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놀랍게도 기자의 집 주방 캐비닛 구석에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그래서 '왜 이게 여기 있지?' 싶은 미니 거품기가 있었다. 어렵지 않게 모든 재료를 준비한 뒤, 컵에 커피와 설탕을 신중하게 덜어 넣다보니 '신이 ㅇㅇㅇ을 만들 때'라는 온라인 게시글이 생각났다. 신이 사람을 만들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내 손에서 어떤 달고나 커피가 탄생할지 설렜다. 커피 한 스푼을 넣으며 '나 카페인에 민감한데 괜찮을까' 생각했다. 설탕 한 스푼을 넣으며 '4일 전부터 다이어트 시작했는데 내일부터 할까'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거품기로 커피를 400차례 마구 휘저어대는 순간 이 복잡한 생각은 모두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200번까지는 무난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저어대자 본인 방에서 재택근무를 하던 언니가 뛰쳐나와 무슨 일이냐고 묻기 시작했다. '일주일 치 팔 운동은 다 했다'라고 생각하며 완성된 '달고나 커피'. 유리컵에 우유를 붓고 달고나(?)를 부어보았다. 꾸덕꾸덕한 것이 마치 우유 아래로 가라앉을 것만 같았지만 달고나는 우유 위에 예쁘게 동동 떴다. 유튜브 레시피에 따르면 우유 위에 달고나가 잘 떠야 성공이라고 한다.
휘젓기 무한반복을 해야하는 '달고나 커피'가 갑자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코로나19 사태로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격리 생활하는 사람들의 지루함이 그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밖에 나가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며 지루한 상황이 반복되는 무기력한 상황"이라면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와 같이 쉽고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작은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외부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한정된 공간에 오랜 시간 있으면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면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를 통해 사람들은 성취감을 느끼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1개월여 동안 자가격리자와 일반인의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은 1만8060건에 달했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일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 관계기관 상담까지 받으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달고나 커피'는 커피와 설탕, 뜨거운 물을 1:1:1의 비율로 넣어 거품이 날 때까지 400번을 스푼 또는 거품기로 저어 만드는 커피. 열심히 저으면 커피가 '달고나' 처럼 되직해져 '달고나 커피'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호에 따라 커피 또는 설탕을 더 넣어도 된다. 일반적인 커피를 타 마실 때 스푼으로 네다섯 차례 휘휘 저어서 마신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고나 커피는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커피인 셈이다.
달고나 커피를 만들기 위한 필수 준비물인 전동 거품기의 판매량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동 거품기의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대비 20% 증가했다. 온라인쇼핑몰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우유거품기계 판매량은 79% 늘었다.
약속을 줄이고 외출을 자제하며 나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인 기자도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놀랍게도 기자의 집 주방 캐비닛 구석에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그래서 '왜 이게 여기 있지?' 싶은 미니 거품기가 있었다. 어렵지 않게 모든 재료를 준비한 뒤, 컵에 커피와 설탕을 신중하게 덜어 넣다보니 '신이 ㅇㅇㅇ을 만들 때'라는 온라인 게시글이 생각났다. 신이 사람을 만들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내 손에서 어떤 달고나 커피가 탄생할지 설렜다. 커피 한 스푼을 넣으며 '나 카페인에 민감한데 괜찮을까' 생각했다. 설탕 한 스푼을 넣으며 '4일 전부터 다이어트 시작했는데 내일부터 할까'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거품기로 커피를 400차례 마구 휘저어대는 순간 이 복잡한 생각은 모두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200번까지는 무난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저어대자 본인 방에서 재택근무를 하던 언니가 뛰쳐나와 무슨 일이냐고 묻기 시작했다. '일주일 치 팔 운동은 다 했다'라고 생각하며 완성된 '달고나 커피'. 유리컵에 우유를 붓고 달고나(?)를 부어보았다. 꾸덕꾸덕한 것이 마치 우유 아래로 가라앉을 것만 같았지만 달고나는 우유 위에 예쁘게 동동 떴다. 유튜브 레시피에 따르면 우유 위에 달고나가 잘 떠야 성공이라고 한다.
휘젓기 무한반복을 해야하는 '달고나 커피'가 갑자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코로나19 사태로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격리 생활하는 사람들의 지루함이 그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밖에 나가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며 지루한 상황이 반복되는 무기력한 상황"이라면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와 같이 쉽고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작은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외부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한정된 공간에 오랜 시간 있으면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면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를 통해 사람들은 성취감을 느끼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1개월여 동안 자가격리자와 일반인의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은 1만8060건에 달했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일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 관계기관 상담까지 받으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