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이미 남자친구의 탈모 진행 단계는 중증 수준이었고, 가발을 벗는 순간 '외모가 다르다' 정도가 아닌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마주하는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토로했다.
남자친구의 탈모 고백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날 따라 유독 '고백할 게 있다'며 뜸을 들이던 A씨의 남자친구는 "넌 지금까지 나에게 숨긴 게 없냐. 충격 받을 만한 일 같은 게 없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탈모를 고백했다.
A씨는 이런 남자친구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가볍게 웃으며 "난 또 뭐라고. 한번 보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심각한 탈모 진행 상태를 보고는 이내 웃음을 잃었다. 남자친구는 "머리 심을 거다. 이미 병원도 알아놨다"며 A씨를 안심시켰지만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A씨는 혼란스러웠다. 심지어는 꿈에 대머리인 남자친구가 나타나 괴롭히기까지 했다. 대머리인 남자친구의 모습을 본 이상 자신이 그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덜컥 두려운 마음까지 생겨났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았던 남자친구를 다시 사랑하는 연인 상대로 볼 수 있을지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동안 아예 모르고 있어서 더 충격인 듯", "남자친구 모습을 본 자체가 트라우마가 됐네", "남자친구 사연도 불쌍하다", "작은 문제가 아니라 큰 문제를 속였다는 것 자체가 배신감 느껴짐", "나도 남자친구 탈모 알고 충격받았는데 이제는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라", "심한 탈모라면 고민이 될 것 같긴 하다", "대머리가 잘 어울린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연애나 결혼을 고려할 때 특별히 만나기 꺼려지는 이성의 조건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은 '탈모'(53%)를, 남성은 '관리 안 된 몸매'(36%)를 각각 1위로 꼽았다.
여성의 경우 1위 '탈모'에 이어 '너무 바쁜 직업'(33%), '홀어머니에 외아들'(10%), '군미필'(4%) 순이었고, 남성은 '관리 안 된 몸매' 이후 '너무 바쁜 직업'(31%),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22%), '나이가 많은 여자'(11%) 순으로 나타났다.
A씨와 남자친구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A씨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헤어졌다"면서 "되려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 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었냐', '먼저 거짓말 하는 걸 선택했으니 우린 이걸로 끝이다' 등등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탈모 있으신 분들은 상대방이 못 받아들일 것 같다면 애초에 그 여자를 만나지 말고 욕을 하라. 거짓말을 하고 나중에 고백하는 건 무례한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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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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