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흑인 지지자들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해 재선 도전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이날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흑인 지지자들과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미리 공지되지 않았던 행사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개인 모금행사에 참석하기 직전 만남을 가졌다.

CNN은 깜짝 면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친(親)트럼프 흑인 사회 지도자들과의 만나는 동안 경찰과 시위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언론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나는 그들을 매우 잘 대우했다"면서 "지금 흑인 사회는 매우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인 레이나드 잭슨은 "언론은 흑인 사회에 어떤 마약 딜러보다도 더 많이 독이 됐다"며 "복면을 얼굴에 뒤집어 쓴 어떤 백인보다도 더 많이 흑인을 죽였다"고 비난했다. 여기서 '복면을 쓴 백인'은 백인우월단체 KKK(큐클럭스클랜)를 지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답변하진 않았지만 "언론은 거의 100% 부정적"이라며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이 1945년 이후 대통령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거전문매체 '538'이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취임 1238일째이자 11월 대선을 147일 남겨둔 이날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다.

1945년 이후 취임 1238일째 기준 트럼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경우는 해리 트루먼(39.6%), 지미 카터(38.5%),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35.7%) 전 대통령 등 3명뿐이다. 이 중 카터,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고 트루먼만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흑인과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정작 면담에선 위로나 대안 제시 없이 흑인 사회에 대한 자신의 과거 업적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