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6곳 중 4곳서 청소년에게 콘돔 판매 거부
청소년 성관계 시작 연령 평균 13세…피임률은 절반에 그쳐

편의점에서 술과 담배를 살 수 없는 청소년이 콘돔은 살 수는 있을까.

여성가족부 '청소년 유해물건 고시'에 따르면 돌출형이나 약물주입형 등 특수제작 콘돔을 제외한 초박형 등 일반 콘돔은 청소년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가게에서는 의료기기인 콘돔을 유해 약물인 술·담배와 동등하게 취급해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구 일대 편의점, 약국, 대형마트를 돌아보며 청소년에게 콘돔을 판매하지 않는 편의점이 많은지 알아봤다.

[인턴액티브] "청소년도 콘돔 살 수 있나요?"…편의점에 물어봤더니
◇ 상당수 편의점, 청소년에 콘돔 판매 거절
지난 11일 오전 A편의점에 들어가 청소년이 콘돔을 살 수 있는지 물었다.

A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청소년이면 절대 안 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왜 안 되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콘돔을 안 파는 게 맞는 거 아니냐"는 되물음이 돌아왔다.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B편의점도 청소년이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단칼에 거절했다.

이날 들른 편의점 6곳 중 4곳이 청소년에게 콘돔을 판매하지 않았다.

미성년자인 청소년이 성관계를 위해 콘돔을 구매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C편의점 점주는 "청소년한테 콘돔을 팔긴 하지만 속으로는 답답하다"며 "청소년이 (콘돔을) 사러 오는 상상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편의점은 물론 일부 대형마트조차 청소년에게 콘돔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인근 약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환대를 받았다.

약사 최모(25)씨는 "약국까지 와서 콘돔을 구매하려는 청소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청소년이 피임 도구를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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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임기구 제한하면 부적절한 피임법 횡행"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성적 행위를 터부시하면 낙태나 성병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발표한 '제14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성관계 시작 연령이 평균 13.6세(초등학교 6학년 수준)로 나타났지만 피임률은 절반(59.3%)에 그쳤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강민재 활동가는 "일부 업소에서 청소년에게 콘돔을 판매하지 않다 보니 청소년들은 법적으로 금지된 상품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피임기구에 대한 접근권이 떨어질수록 음지에서 랩이나 비닐봉지 등을 사용한 부적절한 방법으로 피임을 하게 돼 건강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편의점이 '청소년에게 콘돔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경고문을 붙이자 이에 반박하는 대자보를 옆에 붙이기도 했다.

강 활동가가 대자보를 부착한 지 1주일 뒤 해당 편의점은 청소년에게 콘돔을 판매키로 했다.

4세 이상 아이가 있는 가정에 성평등 교재를 배송하는 스타트업 '딱따구리'의 유지은 대표는 "학교나 가정의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피임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성관계 동영상이나 또래 친구들로부터 잘못된 성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며 "무작정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제한할 게 아니라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을 진행하고,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편의점 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콘돔이 청소년에게 유해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안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홍보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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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