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처럼 주기적인 만남 부담스러워" 직장인 퇴근 후 찾는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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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기적인 참석·인간관계 부담 느껴
단발성 체험 선호
단발성 체험 선호
약속이 없지만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이 된다. 지인이 추천해준 어플에서 만난 사람들. 친구들과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술과 사람이 고플 때 처음보는 사람들과 일시적인 교류를 맺어보니 나름 삶에 활기를 줬다.직장인 A씨(여, 28세)가 한 어플을 통해 '바베큐 파티'에 참여한 후 남긴 후기다.
퇴근 후 여유시간, 약속이 없는 주말에 관심사를 찾아 '하루 단위'의 클래스나 각종 모임,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Frip)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지난 상반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정부의 모임 자제 권고에 따른 외부활동 위축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적지 않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발발 전인 지난해 2분기 이용자 수는 직전 분기 대비 이용자 수가 무려 44.7%나 증가했다고 프립 측은 전했다.
여가생활도 즐기고는 싶고 사람도 만나고 싶지만, 정작 동호회와 같이 정기적인 참석과 인간관계가 부담되는 사람들이 단발성 체험을 선호했던 것이 이용자 수 증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요리, 공예, 운동 등 선택할 수 있는 여가활동의 폭이 넓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이를 한데 모은 각종 앱까지 등장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점 역시 직장인들이 이른바 '당일치기' 취미를 즐기게 된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그중 '와인 모임', '남녀 토크 모임' 이색 모임의 경우는 사람이 고픈 직장인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장점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퇴근 후 삶은 직장인들의 삶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 여가생활과는 거리를 둔 채 살았던 직장인들의 우울은 상당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2년 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30명을 대상으로 ‘퇴근 후 삶’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60.6%가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거나 가끔 즐긴다’고 답했다. 이중 44.4%는 퇴근 후 우울함을 느낀다고 답해 퇴근 후 삶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김주환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는 "지속적인 인간관계는 인간에게 굉장히 스트레스를 준다"면서도 "그럼에도 타인과 교류를 하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필요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일회성 만남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일상의 다수를 조직생활에서 보내는 만큼 인간관계 속 소모되는 감정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감정 투자를 최소한으로 절제하면서도 자신의 니즈(needs)를 충족할 수 있는 것에 자원을 한정적으로 배분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최소한의 투자'는 통상 경제·정치·사회적으로 무언가를 통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2030세대에게서 주로 나타난다"면서 "이는 사회적 무기력함 속 '자기 방어'의 일환으로 보이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신현아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