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임나일본부설 뒤집은 가야 유물 '철제 비늘 갑옷'
1990년대 초 경성대 박물관이 발굴 조사한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금관가야의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그중 철제 비늘 갑옷은 같은 시기 일본의 것들을 기술적으로 압도했다. 기마전에서 사용한 재갈, 발걸이 등 마구류와 철제 무기류도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일본의 야마토 왕권이 3~4세기 무렵 가야 지역에 직접 통치기구를 만들어 백제와 신라를 간접통치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은 2010년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권오영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에서 이런 사례를 들려주면서 유물과 유적을 통한 역사 재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문자로 기록된 사료가 부족한 초기 고대사, 즉 상고사의 경우 새롭게 출토되는 유물에 의해 종전의 정설과 통설이 뒤집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유물과 유적, 인골, 수도 유적 등의 발굴 사례를 통한 극적 반전의 고대사 속으로 안내한다.

1988년 경남 창원 다호리 고분에서 나온 붓은 고분에 묻힌 집단이 문자를 사용했고, 중국과 한반도, 일본 열도를 잇는 해상교역을 관장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음을 알려줬다. 사학계의 수수께끼였던 하남 위례성의 위치는 풍납토성의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백제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정체가 드러났다. 통일신라 때 쌓은 것으로 알려졌던 행주산성은 발굴 조사 결과 그보다 오래전인 7세기 삼국시대로 축조 시기가 수정됐다.

예전에는 고고학적 자료로 거의 인식하지 않았던 인골은 고대사를 해명하는 블루오션이다. 인골을 계측해 데이터를 종합하면 당시 사회의 남녀 평균신장을 알 수 있고 성별, 수명, 생시에 앓았던 질병까지도 파악된다.

경남 통영의 한 섬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집단 무덤에서 나온 여성 인골은 귓속뼈가 과도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수온과 수압 차이가 심한 환경에서 오래 있으면 생기는 외이도 골종인데, 이를 통해 그녀가 해녀였음이 밝혀졌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 남쪽 쌍릉에서 나온 정체 미상의 뼈는 과학적 분석과 추론을 통해 백제 무왕의 것임이 확인됐다.

저자는 “역사학은 인문학임과 동시에 과학”이라며 매년 엄청나게 쏟아지는 발굴 자료의 충분한 활용, 자연과학·공학·통계학·법의학 등 인접 학문과의 융복합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연구의 범위를 한반도에서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