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남편도 여행가는데…나는 제주도라도 가야겠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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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보의 딥데이터]
제주도 관광객 분석
한글날 제주비행기표 오전 매진
8월 휴양객 수,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
'친지방문'은 5월부터 전년 대비 증가세
한글날, 재확산 기로…"여행 삼가해달라"
제주도 관광객 분석
한글날 제주비행기표 오전 매진
8월 휴양객 수,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
'친지방문'은 5월부터 전년 대비 증가세
한글날, 재확산 기로…"여행 삼가해달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이 여행 가는 걸 보니까 휴가 때 '집콕'한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동안 내가 옮거나 옮기면 범죄자 취급 당할 것 같아서 여행을 안 가고 있었다. 그런데 외교부 장관 가족이 자유여행을 가는 걸 보니, 내가 못 갈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글날 연휴에 제주도라도 갈 수 있는 비행기표와 숙소를 알아보는 중이다.제주 여행을 갑자기 준비하고 있다는 정모씨(31)의 말이다. 한글날 연휴에 제주를 찾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오전 항공권이 매진되고 가격은 10만원까지 오르는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제주도로 향하고 있던 터다. 지난 연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미국으로 여행가는 등 여파로 인해 국내 여행이라도 가겠다는 사람들이 제주도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글날 연휴가 코로나19 재유행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어서 방역 당국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4일) 간 대규모 이동 여파로 7일 확진자 수가 1주일 만에 세자릿수로 오르는 등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을 오가는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글날 제주가는 오전 비행기표 '매진'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9일 한글날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의 오전 편도권은 모두 매진됐다. 오후 항공권도 잔여석이 얼마 안 남은 상태다. 가격도 편도만 비싸게는 10만6000원에 팔리고 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1만원 안팎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10배 까지 오른 셈이다.제주도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9만5000여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글날 연휴에 제주도를 찾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7.1%로 추석 연휴 15.0% 보다 높아, 추석 때 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 여행을 선택한 이유로는 '청정한 자연환경'(56.6%), '이동 거리가 적당해서'(31.8%), '해외여행 대체지로 적절해서'(28.8%)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강 장관의 남편 이 교수가 요트 구입 등 이유로 미국 여행을 떠나는 걸 보고 '나도 못 갈 것 없겠다'며 여행길에 나서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글날 제주도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우모씨(32)는 "연휴 때 정부가 여행과 귀성길을 참아달래서 집에만 있었는데, 추석 때 TV를 통해 김포공항이 미어터지는 걸 보고 첫번째 충격을 받았고, 해외 여행 자제를 당부한 외교부의 수장 남편이 미국으로 자유여행을 간다는 걸 보고 두 번째로 충격을 받았다"며 "그걸 보고 코로나 상황이 하루이틀로 끝날 일도 아니고 나도 제주도라도 가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도 "사람이 이동하고 모여서 걸릴 코로나였으면 지하철이 제일 고위험 아닌가"라며 "방역수칙을 어겨 코로나에 걸리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분명 잘못됐지만 여행 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제주 여행길에 나선다고 전했다.
8월 관광객 수, 전년 수준으로 회복
이미 제주도 관광객은 3월 바닥을 친 이후 회복세를 타고 있었다. 8월에는 전년 대비 9% 감소하며 3월 54% 감소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그러다 8월 말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자 9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최근 들어 다시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추석 기간 동안 제주도 관광객은 28만여명으로 지난 해 추석 대비 4만여명 밖에 줄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실질적인 연휴 시작날인 지난 26일부터 4일까지 9일 간 총 27만9446명의 내국인이 제주를 찾았다. 지난해 9월7일부터 15일까지 9일 간의 추석연휴 기간 동안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31만9741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리스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추석 제주 관광객 수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근 제주 관광객 회복세는 휴양객과 가족방문객이 견인하고 있다. 8월 '휴양·관람' 목적으로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은 99만9753명으로 지난해 8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또한 올해 5월부터 '친지방문' 이유로 방문한 여행객은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연휴 후 산발적인 집단 감염과 가족 간 감염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당국 "여행 가급적 삼가해달라"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방역 당국은 긴장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글날 연휴가 코로나19 재확산 기로라는 판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도 "이번 한글날을 포함한 연휴기간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대면으로 밀집하게 되는 집회·행사 등에 대해서는 자제하고 여행 등으로 외출하거나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가급적 삼가해달라"고 당부했다.제주도는 오는 18일까지를 특별방역 관리기간으로 설정했다. 제주도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오는 9일부터 3일간 휴양시설에 대한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재웅 도 관광국장은 "한글날 연휴기간에도 안전한 제주관광이 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방역수칙 이행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