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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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한국인 1인당 연간 소비하는 돼지고기의 양이다. 소고기(10.9)와 닭고기(13.4㎏)보다 두 배 이상 더 소비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단백질 돼지고기는 어디서 왔고, 언제부터 먹었을까.

한국이 ‘삼겹살 블랙홀’이 된 이유

한돈자조금·롯데마트 제공
한돈자조금·롯데마트 제공
돼지는 성장속도가 빠르다. 소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는 평균 30개월이 걸린다. 돼지는 6개월이면 도축할 수 있다. 100~110㎏까지 자란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돼지는 머리부터 내장까지 버릴 게 없는 가축이었다. 돼지 머리로 고사를 지내고, 부속물로는 순대를 만들었다. 살코기와 뼈는 국을 끓이거나 삶아 먹었다.

‘구이 문화’가 시작된 건 1980년대다. 1980년대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보급돼 식당과 가정에서도 고기를 마음껏 구울 수 있게 됐다. 그중에서도 삼겹살이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먹는 돼지, 어디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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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먹는 95% 이상 돼지는 삼원 교잡종이다. 말 그대로 세 가지 품종이 결합했다는 뜻이다. 품종 명칭은 YLD. 새끼를 많이 낳고 덩치가 큰 요크셔(Y)와 랜드레이스(L), 고기 맛이 좋고 버릴 부위가 별로 없는 두록(D) 돼지의 장점을 합쳐 탄생한 잡종 돼지다.

몇 년 새 돼지고기 소비 트렌드는 ‘품종 소비’로 바뀌고 있다. ‘삼겹살, 목살을 먹자’며 부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베리코, 버크셔K를 먹자’며 품종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남서부 이베리코 반도의 유색 돼지인 이베리코는 14개월 이상 사육하고 도토리가 나는 10월부터 12월 사이 방목해 이듬해 4월 이전에 도축한 것을 최고 등급인 ‘베요타’로 인정해준다.

YLD 외에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육하는 돼지 품종은 흰색 계통의 랜드레이스종, 요크셔종과 유색 계통의 두록종, 버크셔종 등이다. 미국이 고향인 두록은 털이 갈색이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 육종회사인 다비육종은 자체 계열 식당인 신도세기에서 두록 돼지고기를 판매한다.

영국 버크셔 지방에서 온 버크셔는 국내에서 버크셔K 품종으로 개량했다. 얼룩돼지인 버크셔는 식감이 쫄깃하고 육향도 남다르다.

‘얼룩도야지’ 브랜드로 팔리는 YBD는 기존 삼원교잡종에서 랜드레이스 대신 흑돼지 버크셔(B)를 결합한 품종이다. 서울 신당동 금돼지식당 등에서 이 품종을 쓴다.

분홍빛 ‘미디엄’으로 먹는 돼지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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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로는 즐기지 않던 돼지고기를 요즘 스테이크로 많이 먹는다. ‘뼈등심’ 또는 ‘본인’이라고 부르는 부위의 갈비뼈를 빼고 등갈비살과 함께 등심까지 스테이크로 구워 먹는다. 고기 안이 살짝 분홍빛을 띠는 미디엄 웰던 정도의 굽기일 때 육향과 육즙이 최고조에 이른다. 육종전문회사가 운영하는 돼지고기 전문점 신도세기는 YBD 돼지 교배종을 ‘슈퍼골든포크(SGP)’로 이름 붙이고, 매장마다 특정 부위를 한정 판매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