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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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골프공 전쟁’이다. 클럽과 의류에서 치열하게 다투던 브랜드들이 전선(戰線)을 공까지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 9월 보급형 공 시장에 진출하며 전쟁의 서막을 알리자, 프리미엄 브랜드 마제스티는 초고가 시장에 발을 디디며 맞불을 놨다. 신흥 강자 PXG마저 골프공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타이틀리스트와 볼빅이 장악한 국내 골프공 시장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1000만원이면 골프공 새 브랜드 출시

46g 골프공이 뭐길래…너도나도 뛰어드는 까닭
프리미엄 골프용품 브랜드 마제스티가 내놓은 공의 가격은 1더즌(12알)에 10만원. 골프공에선 ‘신생 기업’이지만, 골프공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타이틀리스트의 Pro v1(8만원)보다도 높은 가격표를 붙였다. 마제스티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와 프리미엄 레진을 사용해 만든 제품인 점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골프공은 그동안 대다수 골프 기업에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시장 규모가 1200억원(업계 추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데도 경쟁이 치열해서다. 골프의류 시장 규모가 약 4조원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골프공 브랜드도 약 30개다. 타이틀리스트와 볼빅이라는 ‘공룡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진출을 머뭇거리게 했다.

최근 들어 골프공 시장이 다시 각광받는 이유는 클럽과 의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골프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팽창하면서 전망이 밝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골프공 회사 대표는 “타이틀리스트 등 그동안 업계를 리딩하는 회사들은 직접 공을 생산했고, 추격하는 경쟁사들도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을 생산해 왔다”며 “하지만 대만과 중국 등에서 골프공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공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광둥성의 한 골프공 생산 업체를 통해 골프공 브랜드를 론칭하는 총 비용은 1000만원 안팎이다. 최소주문수량(MOQ)인 1000더즌 기준이다. 관세(8%+0.8%)와 부가세(10%), 포장지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골프공 한 개에 1000원이 안 되는 셈이다.

이 업체를 통해 공을 주문한 한 회사 대표는 “가장 저렴한 소재로 주문하면 개당 500~600원 수준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후 비용은 마케팅과 유통 채널 확보에 들어간다. 신규 업체라면 이를 위해 ‘억단위’의 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라면 기존 네트워크를 통해 큰 추가 비용 없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품질 문제 속이기 등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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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과열되고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문제점도 뚜렷해지고 있다. 직접 생산이나 OEM 방식이 아니라 ODM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브랜드에선 품질 문제가 항상 이슈다. ODM 방식으로 공을 생산하는 한 브랜드 관계자는 “3피스(piece) 공으로 주문했던 제품에 대한 리뷰가 좋지 않아 직접 공을 잘라보니 2피스 공이었던 적도 있다”며 “컨테이너 단위로 들어오는 모든 공을 검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품질 낮은 공을 제조사 측에서 섞어 보낸다. 눈 뜨고 당하는 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결국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골프공 연구원 출신인 박승준 던롭스포츠코리아 과장은 “노후한 금형을 사용하거나 기술력이 없는 업체에서 만든 공일수록 골프공 표면의 접합 부분인 ‘심(seam) 라인’이 두껍다. 이는 비거리 저하나 공의 좌우 편차범위를 늘려 일관된 샷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최근 메이저 브랜드들은 심라인을 지그재그 방식으로 처리해 이 면적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