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칭찬처럼 뻔한 서평 그만…베스트셀러에 '메스' 댑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형식적인 칭찬만 하는 게 제대로 된 서평일까요. 안타깝지만 국내 서평 수준이 그렇습니다. 저자의 권위에 기대고 무릎 꿇는 ‘주례사 서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24일 출간되는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SRB)’의 편집장을 맡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SRB는 미국의 ‘뉴욕리뷰오브북스(NRB)’, 영국의 ‘런던리뷰오브북스(LRB)’와 같이 오직 서평만 다루는 전문 잡지다. 홍 편집장은 “NRB를 읽으며 ‘국내에도 이런 서평 전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출판사들은 손사래를 쳤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출판 시장이 너무 작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직접 저질렀다.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과)·김두얼(명지대 경제학과)·권보드래(고려대 국문과) 교수, 박상현 사단법인 코드 이사 등 각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 13명이 의기투합했다.

1호에 앞서 ‘0호’부터 펴내기로 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사전 후원자를 모았다. 목표 금액은 300만원. 20시간 만에 1000만원이 모였다. 최종 모금액은 3000만원, 후원자는 868명이었다.

“기적 같았어요. 사실 처음 생각한 모금액은 100만원이었습니다.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내부 목소리에 그나마 올린 게 300만원이었죠. 그런데 2시간 만에 300만원이 모였어요. 서평지에 대한 독자들의 목마름이 이렇게 컸구나 싶었어요.”

이번 0호엔 17명의 필진이 참여했다. 소설가 김초엽, 에세이스트 김혼비 등 문학 작가들이 단편소설과 에세이를 실었다. 내년 1월 1호가 출간되고, 계간지 형식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SRB가 추구하는 서평 방향은 “베스트셀러엔 메스를 대고, 내용이 충실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신간을 발굴하는 것”이다. 홍 편집장은 “책을 사이에 놓고 작가와 독자,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SRB 필진이 생각하는 ‘좋은 서평’의 조건은 두 가지다. 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서평을 본 후 ‘책을 사서 읽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글이다. 홍 편집장은 “서평은 쉬워야 한다”며 “최종 독자층은 일반인들이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딱딱한 문체를 버리고 ‘읽는 재미’를 함께 추구해야 서평 전문지가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