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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복잡한 도시에서 모빌리티(mobility), 즉 이동수단은 우리 삶의 시간표부터 산업 지형, 환경, 공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가 발명되고 100년이 지나는 동안 전 세계 도시 지형은 자동차의 수요에 맞게 형성됐다. 건물에는 주차 공간부터 마련됐고,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가 속속 건설됐다. 자동차 단일 문화는 모빌리티로서의 편리함 때문에 빠르게 전 세계 대도시로 퍼졌다. 그러나 자동차로 인한 최악의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배기가스는 어느 도시나 직면한 난제가 됐다.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에어택시, 초고속 진공튜브 캡슐열차인 하이퍼루프 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 속의 이동수단이었다. 하지만 ‘모빌리티 혁명’과 함께 이런 이동수단들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비영리 네트워크인 뉴시티재단의 창립자 존 로산트와 미국 비즈니스위크의 과학기술 전문기자 스티븐 베이커는 “모빌리티 혁명은 결코 우리가 예기치 못한 현실이 아니었다”며 “최첨단 기술의 발전이 이동수단을 빠르게 바꿔가고 일상 속에 스며들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책마을] 자율주행車·에어택시…'모빌리티 혁신 도시'를 가다
이들이 쓴 《바퀴의 이동》은 이동하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최첨단 모빌리티가 도시와 산업 지형, 일상생활, 우리 생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으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혁명이 최근 20여 년에 걸쳐 일어난 인터넷 혁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맥락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빌리티 혁명이 ‘도시’에서 시작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터넷이 모니터에 가상세계를 생성하는 반면 모빌리티는 우리가 사는 현실, 실재하는 공유 공간에서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과 구글이 생산한 플랫폼은 미국 서부 해안에서 시작됐다. 다른 IT기업 상당수도 같은 지역에서 태동했다. 반면 모빌리티 혁명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세계적 현상이라고 이들은 분석한다. 모빌리티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있으며 이스라엘,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기업가들 역시 자국에서 혁신적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자율주행차는 과연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안전할까. 저자들은 “이런 질문들이 기술개발과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며, 우리가 어떤 모빌리티를 선택해야 도시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분명히 알려준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실험실 역할을 하는 네 도시로 찾아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핀란드 헬싱키, 두바이, 중국 상하이다. 모두 친환경적이고, 싸고, 빠르고, 안전한 최첨단 이동수단을 추구하면서 모빌리티 기술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도시들이다.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선 지하철 노선 두 배 확대, 전기버스 도입, 전기차 공유 서비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확장 등의 교통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트램(노면 전차)과 지하철, 버스가 1~2분마다 다니는 헬싱키에선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처럼 이용료를 내는 모빌리티 앱을 통한 구독 서비스로 택시와 지하철부터 스쿠터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도시 교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페르시아만의 사막도시 두바이는 무제한적 예산과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모빌리티 선도 도시를 꿈꾸고 있다. 2020년대 에어택시를 대중화하고 2030년까지 두바이 도로 교통의 25%를 자율주행으로 다니게 하겠다는 계획 아래 네트워크화된 모빌리티 표준을 마련 중이다.

저자들이 글로벌 모빌리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지로 꼽은 곳은 상하이다. 2700만 명이 거주하는 메가폴리스이지만 꽉 막힌 도로와 오염된 공기로 가득한 상하이는 사람에 기반한 기술을 주도한다. 중국 공산당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기분을 알려주는 무한한 자료를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사람들의 움직임, 더 크게는 교통의 흐름을 정밀하게 관리하려 하고 있다.

이들 도시처럼 이동수단의 기술 발전과 함께 이동방식의 변화에 따른 변수를 추적하고 면밀히 관찰하면서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것은 향후 모빌리티 혁명의 과제다. 저자들은 “모빌리티의 변화는 우리의 삶과 현실, 즉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모빌리티 네트워크는 네 도시에서 봤던 것처럼 각각의 도시 특성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