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강력한 팬덤은 소비 그 이상의 가치
기업 마케팅에서 ‘팬’의 가치는 오랫동안 평가절하돼왔다. 팬이라고 하면 아이돌을 보며 소리 지르는 학생들, 과격한 스포츠 팬들을 먼저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뒤엔 강력한 팬덤이 있었고, 최근의 트로트 열풍도 중장년층 팬 덕분이다. 기업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신규 고객 확보는 고사하고 고객들이 이 브랜드에서 저 브랜드로 손쉽게 옮겨 다니는 요즘,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이 됐다.

《팬덤 경제학》은 기업이 팬덤을 활용해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과 그의 딸 레이코 스콧이 함께 썼다.

팬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좋아하는 대상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 브랜드를 공유하고 성장시키는 데 직접 참여한다. 저자들은 “사람들은 요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지쳐 진실한 교류를 원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보지도 않을 광고를 하는 대신 그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잘 활용한 기업 사례들도 소개한다. 미국 배터리 제조업체 듀라셀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에 무료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팀을 별도로 꾸렸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 곁에 있어 줌으로써 충성 팬으로 만든 것이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은 지난 30년간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로 여전히 막강한 팬덤을 이끌고 있다.

팬덤을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고 고객에게 늘 진실을 말해야 한다.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 고객의 말을 유심히 들어야 한다. 또 고객에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하면 좋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직원들부터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자들은 강조한다. “팬덤을 통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는 어떤 마케팅보다 힘이 있다. 앞으로는 팬의 개념을 빼고 마케팅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