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코엑스·킨텍스 등 대형 전시장도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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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킨텍스 벡스코 엑스코' 4개 대형 전시장
코로나 여파 실적 1/3 토막, 영업손실 최소 700억
행사 기근 현상까지 겹쳐 1분기 임대실적도 바닥
"거리두기 단계별 전시장 방역기준 현실화해야"
코로나 여파 실적 1/3 토막, 영업손실 최소 700억
행사 기근 현상까지 겹쳐 1분기 임대실적도 바닥
"거리두기 단계별 전시장 방역기준 현실화해야"
서울 코엑스와 고양 킨텍스,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등 전국 4대 대형 전시컨벤션센터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4개 전시장 도합 영업손실이 최소 700억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대규모 취소 사태로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시장 임대 수입이 80% 가까이 줄어든 여파다.
해마다 60~70%를 유지하던 4개 전시장의 시설 가동률은 지난해 잇단 집합금지 명령으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23%까지 확 줄었다. 전시주최사와 국제회의기획사, 디자인설치, 각종 서비스 등 업계 전체를 덮친 '코로나 쇼크'가 전시장까지 확산되면서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포스트 코로나 시장 선점에 필요한 회복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엑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된 39개 전시회에 대해 위약금 60%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7월까지 열리는 행사에 대해서도 임대료를 20% 깎아줬다. 졸지에 1년을 공들여 준비한 행사가 취소되면서 위기에 빠진 전시업계를 돕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실적 부담을 키우는 결과가 됐다. 매년 200억원 가까이 납부하는 보유세도 부담이다.
코엑스 관계자는 "이달부터 100여명 전체 직원 중 절반이 한 달씩 교대로 휴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10만8566㎡) 전시장인 킨텍스는 지난해 개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840억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331억원으로 60% 넘게 줄었다. 개장 이후 15년간 흑자를 유지해온 영업이익은 단번에 26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킨텍스는 1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9년 151개 전시·박람회가 열린 킨텍스는 지난해 개최된 행사가 52개에 불과했다. 여름(7~8월)과 겨울(12~2월) 비수기 2~3건씩 열리던 장기행사도 지난해 3월 이후부터는 아예 사라졌다. 코로나 피해를 입은 업계를 지원하고 행사 재개 분위기를 살리려 실시한 위약금 감면 조치도 바닥까지 떨어진 가동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킨텍스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개최가 취소된 17개 전시회에 대해 약 11억원의 위약금을 전액 면제했다. 연말까지 취소된 행사에는 위약금 50%를 감면했다.
결국 2019년 62%를 웃돌던 킨텍스 가동률은 지난해 18%로 곤두박질쳤다. 킨텍스 가동률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2005년 개장 이후 처음이다.
2019년 59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적자 폭이 더 커졌다. 2019년 20억원 흑자였던 당기순이익은 90억원 적자 전환했다. 연간 63억원(2019년 기준)에 이르는 판매관리비 등 고정지출을 감안하면 영업손실은 최소 2019년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79명 벡스코 직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 달에 1~2주씩 부분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2001년 개장 이후 20년 만인 2019년 처음 흑자를 기록한 엑스코는 불과 1년 만에 적자로 복귀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 터진 신천지발 감염사태가 치명적이었다. 전국 16개 전시장 중 가장 빨리 가동중단에 들어간 엑스코는 전반기 장사를 통째로 날리면서 매출이 1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009년 매출 100억원 고지를 돌파한 엑스코는 2019년 매출 264억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개장 20년 만에 첫 흑자(3억3000만원)를 기록한 영업이익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6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코엑스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4개 전시홀에서 단 한 건의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매년 1월과 2월 코엑스에선 평균 10개가 넘는 행사가 열렸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내려간 2월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는 단 2개에 불과하다.
킨텍스도 올 1월과 2월 전시·박람회 개최 실적이 '제로(0)'다. 거리두기 1.5단계가 시행 중인 벡스코와 엑스코에선 1월과 2월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6~7개 행사가 열렸다.
행사 기근 현상은 정부의 현실성 없는 방역기준이 원인이다. 거리두기 단계별로 행사장 출입인원을 제한하는 현행 방역기준으로는 흥행은 고사하고 원활한 진행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마련한 행사 방역지침에 따르면 거리두기 2단계에선 면적 4㎡당 1명, 2.5단계에선 16㎡당 1명으로 출입인원을 통제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규모 1만㎡ 전시장은 동시 출입인원을 625명 안쪽으로 맞춰야 한다. 그런데 행사 진행인력과 출품기업 담당자만 들어가도 이미 정원이 거의 다 찬다. 정작 출품기업과 비즈니스를 해야 할 바이어는 행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수도권 전시장 관계자는 "무조건 방역기준을 낮춰 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행사는 원활하게 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전시장에서 확진자나 감염이 확산된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전시장 방역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여는 행사들이 대거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업계 피해가 더 커졌다"며 "최소한 공공기관이 여는 행사는 경기 활성화와 업계 회생을 위해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열도록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해마다 60~70%를 유지하던 4개 전시장의 시설 가동률은 지난해 잇단 집합금지 명령으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23%까지 확 줄었다. 전시주최사와 국제회의기획사, 디자인설치, 각종 서비스 등 업계 전체를 덮친 '코로나 쇼크'가 전시장까지 확산되면서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포스트 코로나 시장 선점에 필요한 회복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엑스·킨텍스 역대 최대 260억 적자
코엑스는 지난해 매출 규모가 20년 전인 2001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던 210개 전시·박람회 가운데 75개만 열리면서 전시장 임대 등 전체 수입이 300억원 안팎에 그쳤다. 2019년 매출 865억원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규모다. 2019년 사상 최대인 38억원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26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40년 코엑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2000년 처음 흑자 전환한 코엑스는 리모델링 공사가 있던 2016년(2억300만원 적자)을 제외하고 2019년까지 20년간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코엑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된 39개 전시회에 대해 위약금 60%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7월까지 열리는 행사에 대해서도 임대료를 20% 깎아줬다. 졸지에 1년을 공들여 준비한 행사가 취소되면서 위기에 빠진 전시업계를 돕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실적 부담을 키우는 결과가 됐다. 매년 200억원 가까이 납부하는 보유세도 부담이다.
코엑스 관계자는 "이달부터 100여명 전체 직원 중 절반이 한 달씩 교대로 휴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10만8566㎡) 전시장인 킨텍스는 지난해 개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840억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331억원으로 60% 넘게 줄었다. 개장 이후 15년간 흑자를 유지해온 영업이익은 단번에 26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킨텍스는 1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9년 151개 전시·박람회가 열린 킨텍스는 지난해 개최된 행사가 52개에 불과했다. 여름(7~8월)과 겨울(12~2월) 비수기 2~3건씩 열리던 장기행사도 지난해 3월 이후부터는 아예 사라졌다. 코로나 피해를 입은 업계를 지원하고 행사 재개 분위기를 살리려 실시한 위약금 감면 조치도 바닥까지 떨어진 가동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킨텍스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개최가 취소된 17개 전시회에 대해 약 11억원의 위약금을 전액 면제했다. 연말까지 취소된 행사에는 위약금 50%를 감면했다.
결국 2019년 62%를 웃돌던 킨텍스 가동률은 지난해 18%로 곤두박질쳤다. 킨텍스 가동률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2005년 개장 이후 처음이다.
○벡스코·엑스코 실적 10년 전 수준으로 '뚝'
벡스코는 지난해 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68개 행사 중 65%인 173개가 취소됐다. 2019년까지 60% 안팎 수준이던 가동률은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5%에 그쳤다. 잠정 매출은 2019년 402억원에 비해 60% 줄은 170억원.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10년 전인 2010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개장 이후 연 매출이 150억~160억원대 수준이던 벡스코는 2021년 전시장 증축공사를 마치면서 매출이 200억원대로 올라섰다.2019년 59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적자 폭이 더 커졌다. 2019년 20억원 흑자였던 당기순이익은 90억원 적자 전환했다. 연간 63억원(2019년 기준)에 이르는 판매관리비 등 고정지출을 감안하면 영업손실은 최소 2019년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79명 벡스코 직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 달에 1~2주씩 부분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2001년 개장 이후 20년 만인 2019년 처음 흑자를 기록한 엑스코는 불과 1년 만에 적자로 복귀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 터진 신천지발 감염사태가 치명적이었다. 전국 16개 전시장 중 가장 빨리 가동중단에 들어간 엑스코는 전반기 장사를 통째로 날리면서 매출이 1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009년 매출 100억원 고지를 돌파한 엑스코는 2019년 매출 264억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개장 20년 만에 첫 흑자(3억3000만원)를 기록한 영업이익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6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코엑스·킨텍스 1월 전시회 개최 '0건'
지난해 줄취소 사태에 이어 올해는 행사 자체가 없는 기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주 단위로 바뀌는 정부의 거리두기 방역조치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매년 연초에 열리던 행사들이 아예 개최를 포기하거나 하반기로 일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올 3월 킨텍스에서 전관(10개홀) 규모로 열릴 예정이던 '서울모터쇼'는 지난해 일찌감치 행사일정을 7월로 옮겼다. 전시장 관계자는 "그나마 열리는 행사들도 출품기업이 전보다 줄면서 행사 규모를 줄여 임대실적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코엑스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4개 전시홀에서 단 한 건의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매년 1월과 2월 코엑스에선 평균 10개가 넘는 행사가 열렸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내려간 2월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는 단 2개에 불과하다.
킨텍스도 올 1월과 2월 전시·박람회 개최 실적이 '제로(0)'다. 거리두기 1.5단계가 시행 중인 벡스코와 엑스코에선 1월과 2월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6~7개 행사가 열렸다.
행사 기근 현상은 정부의 현실성 없는 방역기준이 원인이다. 거리두기 단계별로 행사장 출입인원을 제한하는 현행 방역기준으로는 흥행은 고사하고 원활한 진행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마련한 행사 방역지침에 따르면 거리두기 2단계에선 면적 4㎡당 1명, 2.5단계에선 16㎡당 1명으로 출입인원을 통제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규모 1만㎡ 전시장은 동시 출입인원을 625명 안쪽으로 맞춰야 한다. 그런데 행사 진행인력과 출품기업 담당자만 들어가도 이미 정원이 거의 다 찬다. 정작 출품기업과 비즈니스를 해야 할 바이어는 행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수도권 전시장 관계자는 "무조건 방역기준을 낮춰 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행사는 원활하게 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전시장에서 확진자나 감염이 확산된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전시장 방역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여는 행사들이 대거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업계 피해가 더 커졌다"며 "최소한 공공기관이 여는 행사는 경기 활성화와 업계 회생을 위해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열도록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