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입니다. 팬들의 높아진 안목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구축 등의 혁신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윤석준 빅히트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빅히트의 성공 비결로 ‘팬 맞춤형 혁신’을 꼽았다. 17일 세계 최대 창조산업 축제 ‘SX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온라인 2021’에서의 연설을 통해서다.

2010년 빅히트 전략기획이사로 영입된 윤 CEO는 방시혁 의장과 함께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성공을 이끈 인물이다. 2019년부터는 빅히트 공동 대표를 맡아 사업부문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위버스 구축, 미국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등 빅히트 사업 분야의 굵직한 성과 대부분이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10여 년 전 빅히트에 합류할 때만 해도 음악시장은 혼란스러웠어요. 실물 음반 판매량은 갈수록 줄었고,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TV와 라디오 등 전통적 음악 전달 수단은 힘을 잃고 있었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일지만 고민해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집중했어요.”

답은 팬들의 요구에 있다는 게 윤 CEO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팬들은 아티스트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고 산업 변화를 주도하며 성취감을 느낀다”며 “자신이 쏟는 애정만큼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팬들의 높아진 안목에 맞춰 콘텐츠를 개발하고 혁신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아티스트와 회사도 성공 가도에 올라섰다는 설명이다.

팬들의 요구에 따른 대표적 혁신이 2010년 신설한 영상콘텐츠 전문팀이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의 일상을 중계하는 게 보편화됐지만 당시에는 이런 시도가 전무했다. 빅히트는 자체 제작 예능을 비롯해 공연 뒷이야기 등 팬들이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 형식의 ‘팬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렇게 쌓은 노하우는 BTS가 2013년 데뷔 후 팬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바탕이 됐다.

윤 CEO는 “빅히트는 누구나 팬이 되는 즐거운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음악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버스를 비롯해 외국 K팝 팬들을 위한 한국어 학습교재 개발, 메타버스(가상공간) 서비스와 연계한 BTS 캐릭터 ‘타이니탄’, 리듬게임 ‘리듬 하이브’ 등을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BTS와 빅히트의 성공에 대해 외신들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간 적 없는 길을 개척한 데 대한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빅히트는 기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전에 없던 산업과 기술을 창조하며 더 많은 뉴 노멀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