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거대한 파도 올라타려면 '변방의 잔물결' 주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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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
리타 맥그래스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368쪽│1만8000원
변화를 기회 삼아 성장한 아마존·애플
둔감했던 노키아·토이저러스는 사라져
리타 맥그래스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368쪽│1만8000원
변화를 기회 삼아 성장한 아마존·애플
둔감했던 노키아·토이저러스는 사라져
“처음에는 천천히 다가오지. 그러다 갑자기 나타나는 거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속 마이크 캠벨은 자신에게 경제적 파국이 닥친 과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개인은 물론, 기업과 사회도 그간 걸어왔던 탄탄대로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생존을 위협받는 대변화에 직면하곤 한다. 그렇게 인생과 사업의 변곡점은 갑작스럽게 닥쳐선 모든 것을 바꿔 버린다.
리타 맥그래스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은 기업이 맞닥뜨리는 ‘변곡점’에 집중한 책이다. 절체절명의 변화가 일어나는 변곡점이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간파하는지, 변곡점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는지, 변곡점이 닥친 이후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을 글로벌 주요 기업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선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큰 변화가 부쩍 잦아졌다. 대변혁의 파도에 올라탄 기업들은 변화를 기회 삼아 크게 성장했다. 아마존과 애플, 넷플릭스, 어도비, 코그니전트 등은 시장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 업계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변화에 둔감했거나 애써 눈감으며 기존 사업 모델을 고수했던 ‘거인’들은 예외 없이 쓰러졌다. IBM, 시어스, HP, 델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내몰렸다. 노키아와 토이저러스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갈림길이 되는 변곡점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비즈니스의 기존 전제를 모두 뒤집는 거대한 변화가 등장했을 때 시장에 변곡점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식으로 전개되는 시점이 바로 변곡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쓰나미처럼 기업을 덮칠 변화의 변곡점이 생겨나는 것을 어떻게 눈치챌 수 있을까. 저자는 “봄이 오면 눈은 맨 가장자리에서부터 녹는다. 그곳이 봄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앤드루 그로브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힌트를 준다. 변화의 시그널이 경영자들이 신경 쓰기 힘든 변방에서부터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은유다. 인터넷의 등장, 스마트폰의 보편화, 암호화폐 출현 같은 근본적인 시장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이들은 현장 실무자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변곡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미래가 바뀌기도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경영자는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가벼이 넘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짚는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자사 제품에 대한 시장의 불만을 무시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는 대표적인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예로 제시된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폰에 대해 키보드도 없고 가격도 비쌌던 까닭에 업무용으로 부적합하다며 비즈니스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변곡점의 등장을 감지한 이후 대처 방법은 통상적인 예상을 다소 뛰어넘는다. 변화를 인지는 하되 행동은 신중히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1년6개월 뒤에 일어날 일을 예상해 구체적으로 상세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변화에 대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감행하기에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욕심이 자칫 투자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실패로 끝나기 쉽고, 이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성숙도가 낮은 조직일수록 디지털화를 우선 작게 시작하고, 천천히 변화를 확산시키는 접근법이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이른 단계에서 변곡점에 대처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변곡점의 신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다”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변곡점의 출현을 알아보는 것보다 변곡점이 창출하는 변화를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변곡점을 지난 이후 더욱 강력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일련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변곡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원 모두가 관점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조직원들이 파악한 변곡점 정보가 왜곡 없이 의사결정 기구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에겐 맡은 임무를 왜 수행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시키라고 주문한다. 거대한 변화의 격랑에 휩쓸리지 않고 변혁의 물결을 타려면 첫 파도가 일렁이는 변곡점에서 눈을 떼선 안 되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리타 맥그래스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은 기업이 맞닥뜨리는 ‘변곡점’에 집중한 책이다. 절체절명의 변화가 일어나는 변곡점이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간파하는지, 변곡점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는지, 변곡점이 닥친 이후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을 글로벌 주요 기업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선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큰 변화가 부쩍 잦아졌다. 대변혁의 파도에 올라탄 기업들은 변화를 기회 삼아 크게 성장했다. 아마존과 애플, 넷플릭스, 어도비, 코그니전트 등은 시장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 업계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변화에 둔감했거나 애써 눈감으며 기존 사업 모델을 고수했던 ‘거인’들은 예외 없이 쓰러졌다. IBM, 시어스, HP, 델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내몰렸다. 노키아와 토이저러스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갈림길이 되는 변곡점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비즈니스의 기존 전제를 모두 뒤집는 거대한 변화가 등장했을 때 시장에 변곡점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식으로 전개되는 시점이 바로 변곡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쓰나미처럼 기업을 덮칠 변화의 변곡점이 생겨나는 것을 어떻게 눈치챌 수 있을까. 저자는 “봄이 오면 눈은 맨 가장자리에서부터 녹는다. 그곳이 봄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앤드루 그로브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힌트를 준다. 변화의 시그널이 경영자들이 신경 쓰기 힘든 변방에서부터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은유다. 인터넷의 등장, 스마트폰의 보편화, 암호화폐 출현 같은 근본적인 시장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이들은 현장 실무자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변곡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미래가 바뀌기도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경영자는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가벼이 넘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짚는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자사 제품에 대한 시장의 불만을 무시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는 대표적인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예로 제시된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폰에 대해 키보드도 없고 가격도 비쌌던 까닭에 업무용으로 부적합하다며 비즈니스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변곡점의 등장을 감지한 이후 대처 방법은 통상적인 예상을 다소 뛰어넘는다. 변화를 인지는 하되 행동은 신중히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1년6개월 뒤에 일어날 일을 예상해 구체적으로 상세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변화에 대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감행하기에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욕심이 자칫 투자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실패로 끝나기 쉽고, 이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성숙도가 낮은 조직일수록 디지털화를 우선 작게 시작하고, 천천히 변화를 확산시키는 접근법이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이른 단계에서 변곡점에 대처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변곡점의 신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다”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변곡점의 출현을 알아보는 것보다 변곡점이 창출하는 변화를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변곡점을 지난 이후 더욱 강력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일련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변곡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원 모두가 관점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조직원들이 파악한 변곡점 정보가 왜곡 없이 의사결정 기구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에겐 맡은 임무를 왜 수행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시키라고 주문한다. 거대한 변화의 격랑에 휩쓸리지 않고 변혁의 물결을 타려면 첫 파도가 일렁이는 변곡점에서 눈을 떼선 안 되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