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뭐하니'에 출연해 화제가 된 SG워너비 /사진=MBC 제공
'놀면뭐하니'에 출연해 화제가 된 SG워너비 /사진=MBC 제공
최근 그룹 SG워너비가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시청자들의 '향수'를 제대로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초 리듬감이 강한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를 대히트시킨 SG워너비를 향한 성원과 지지는 폭발적이었다. 열띤 반응은 곧 '타임리스', '살다가', '라라라' 등 다수의 곡을 음원차트에 올려놓으며 '역주행' 붐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방송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가 다소 시끄러웠다. SBS '모닝와이드'가 이들의 역주행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과거 자료화면 속 김용준을 모자이크 처리했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 실제로 김용준의 얼굴에 모자이크가 얹혀진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경닷컴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다른 부분을 작업하려다가 공교롭게 김용준의 얼굴이 가려진 해프닝에 불과했다.
잘못 모자이크 처리된 '모닝와이드' 자료화면 속 SG워너비 김용준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잘못 모자이크 처리된 '모닝와이드' 자료화면 속 SG워너비 김용준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SBS 관계자는 "화면을 보면 알겠지만 다른 자료는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됐는데 딱 그 장면 하나만 됐다. 왼쪽 상단에 다른 로고가 들어가 있어서 그걸 가리기 위해 모자이크를 키우다가 김용준 씨의 얼굴에 닿은 것 같다. 전혀 의도를 갖고 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김용준 측 역시 이를 단순 해프닝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모자이크를 두고 왜 이리 설왕설래가 벌어졌던 것일까. 이는 김용준의 과거 방송 출연 정지 이력과 관련이 있다. 김용준은 2011년 뺑소니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KBS, MBC 출연 금지 연예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SBS도 출연금지였느냐',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등의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예기치 못하게 과거의 일이 재조명된 것이다.

그의 과오를 되짚자는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러한 시청자 혼란이 생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자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각자의 방송출연규제심의 기준에 따라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한 출연 제한을 둘 수 있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 심사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진행한다.

KBS는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 운영기준에 의거, 위법 또는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등에 대해 사안이 발생했을 시 경중에 따라 출연 섭외 자제 권고, 한시적 출연규제, 방송 출연정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규제사유가 소멸할 시 규제를 해제한다. 이는 홈페이지 경영 평가 페이지를 통해서도 명시해놓은 부분이다.

SBS 관계자는 "범법 연예인에 대한 명단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사안이 생겼을 때 출연을 시키지 않고, 추후에 다시 출연을 논의해야 할 경우 해당 시기에서의 출연이 적당한지 심의기구가 그때그때 판단하는 식이다.

MBC는 KBS와 마찬가지로 사안이 발생했을 시 출연제한심의위원회를 열고 연예인의 출연규제와 관련한 심의를 진행한다. 방식이나 기준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다. 취재 요청에도 담당자의 부재를 이유로 들며 유독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아 시청자가 이를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방송사만 아는 '깜깜이 기준'이라는 지적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MBC는 2018년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서 '상습도박'이라는 동일 사안을 두고도 연예인별 출연정지 기간이 1년(양세형·붐·앤디)에서 7년 이상(신정환), 8년 이상(강병규) 등 현격한 차이를 보여 기준이 고무줄식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방송 출연정지 처분을 내렸던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방송사의 기준에 따라 규제가 해제된다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자숙의 기간을 방송사가 정하는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시청자는 사실상 심의 결과나 규제 기간, 근거 등 어떠한 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규제 해제 사실 또한 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결국 연예인의 자숙도 패를 쥐고 있는 방송사의 입맛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그렇게 김용준의 방송 출연을 금지했던 MBC는 10년 뒤 그가 '역주행' 스타가 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줬다. 사실상 2015년 SG워너비 컴백 당시부터 출연 금지 조치는 풀린 상태였다.

반면 연예인의 방송 출연정지와 관련한 내용을 세세히 공개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심의 기준이 회사 내규에 속하는 부분이거니와 연예인의 프라이버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이유로 시청자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것 또한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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