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삼성家 기증 너무 고맙다…이건희 특별관 만들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미술품을 별도로 전시할 공간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기증을 기억하고 2만300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의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새로운 전시관을 마련하거나 별도 미술관을 세우는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문 대통령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걸작 기증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거듭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의 기증으로 동서양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게 돼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기증품을 받은 미술관과 박물관에 ‘이건희 특별관’을 설치해 고인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박물관·미술관 관계자들을 가장 감동시킨 건 기증 목록 첫 번째에 오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였다고 한다. 비가 갠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의 절경을 그린 이 그림은 겸재의 대표작으로, 조선 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으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작품인 데다 이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의 ‘1호 수집품’인 만큼 기증받을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며 “인왕제색도라는 글자를 보고 울컥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작품을 기증받은 기관들은 ‘이건희 특별관’ 마련에 들어가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량의 기증품이 들어오면서 수장고와 전시 공간을 확장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미술관’ 등 별도의 근대미술관 건립도 고려 대상이다. 미술계에서는 서울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터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을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