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브이로그 /사진=유튜브
교실 브이로그 /사진=유튜브
최근 교실에서 유튜브 브이로그(Vlog, 일상 콘텐츠)를 촬영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어 온라인 상에서 담론이 벌어지고 있다.

'교사의 학교 브이로그 촬영을 금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지난 19일 게재돼 사흘만에 6천여 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글쓴이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교사 유튜버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유튜브에 '교사 브이로그'를 치기만 해도 수많은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촬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상을 제대로 보면 아이들 목소리를 변조하지 않거나 모자이크를 해주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심지어 아이의 실명을 부르기까지 한다"고 꼬집었다.

아이들의 신상 노출뿐만 아니라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 자막 사용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막으로 'XXX', 'XXXX' 등 욕설을 거리낌 없이 달기도 한다. 교사로서 품위유지는 어디로 갔나. 아이들 앞에서 교육자로서 떳떳한 행위인가"라고 비난했다.

학교, 학부모, 아이들에게 동의를 얻고 촬영한다고 명시하지만 '교실의 권력자'인 선생님이기에 불만을 드러내고 싶어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생활기록부에 악영향이 갈까 봐 침묵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들의 의사를 100% 반영할 수 있나. 아니라고 본다. 그로 인해 학생 차별도 발생할 수 있다. 활발해서 (콘텐츠에) 소재거리를 주는 아이, 내성적이라 촬영을 피하는 아이가 구분될 텐데, 과연 선생님은 어느 쪽을 더 편애할까"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업을 하며 본업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은 없다. 유튜버라는 부업을 허락한 순간 본업에 쓸 신경을 다른 곳에 돌리게 한다"며 교사 브이로그의 제한을 촉구했다.

현직 교사들 "모든 콘텐츠 부정적인 건 아니지만…"

교사 유튜브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사 유튜브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직 교사인 A 씨는 "브이로그 할 만큼 교사 일이 여유 있느냐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실제로 정말 너무 바쁜 하루가 이어지는데 급식시간에 아이가 김치를 엎었는데 촬영을 하고 있다고? 말도 안 된다. 수업하다 보면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다. 수업이 끝나면 다음 날 수업 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촬영할 시간을 어떻게 내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청원에 동조하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모든 유튜브 활동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게 수업놀이, 미술활동, 음악이론 등을 연구해 영상을 만드는 선생님도 많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적극적인 교육 대책이 나오지 않았을 때 디지털 기기, 온라인 수업 위해 애쓰며 연구한 분들은 유튜브에서 교육자료를 연구하는 선생님들이었다. 모든 교사들의 유튜브를 막는 것은 온라인 수업이 중요한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른 교사들은 이런 교사들 제지 안 하고 뭐 하느냐는 글들이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이제 다른 동료 교사 브이로그까지 감사해야 하나. 교사들이 건의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싸잡아 욕먹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도 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선생님들이 유튜브를 하겠다고 허가를 받으러 오면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고 있다. 콘텐츠 편집할 시간에 교육자료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말하기 힘들다. 아이들 신상이 공개되지 않고, 선생님으로 품위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부탁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인기 교사 유튜버 "민원 힘들어 사표 썼다"

유튜버 달지
유튜버 달지
유튜버 달지는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랩하는 콘텐츠를 올려 4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그는 지속된 민원 때문에 고민 끝에 사표를 썼다고 밝혔다.

달지는 "민원은 구조적으로 넘기기 힘들다. 담당 장학사, 교장, 교감이 진지하고 정성스레 답변을 해야 한다. 엄청난 시간, 에너지가 소모된다. 아이들 책상에 걸터앉은 사진이 있다. 그것 을 보고 '품위손상 아니냐'라는 등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 성희롱하는 댓글을 캡쳐해서 '이런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 교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말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는 "성희롱 당한 건 난데 결국 내가 죄송하고 주의하겠다고 해야 한다. 계속 스트레스가 쌓인다. 처음엔 그런 민원을 받았을 때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100점일 수 없다. 공무원인 이상 이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고 사표를 쓴 이유를 설명했다.

민원뿐만 아니라 주변의 오해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달지는 "유튜버와 교사는 인식이 다르기에 괴리감에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내가 교실과 아이들에게 아무리 진심이어도 그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지는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기 위해 수천만 원 대의 광고까지 거절했다. 그는 "(교사로서) 방향성을 유지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나 유명세를 위해 교실이나 아이들을 이용한다는 말을 듣는다. 교육적 내용을 재미있는 틀 안에 담아 전달해보고자 기획했는데 결국 조회수에 환장해 구독자를 얻으려는 걸로 보여진다"고 낙담했다.

그러면서 "제일 큰 문제는 스스로의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악의가 없어도 이렇게 보이는구나 싶으면서 피해의식이 생겼다. 병원 치료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달지는 "행복한 교사만이 행복한 교실을 만든다는 생각"이라며 "공무원 타이틀을 버리고 좋은 선생님이 되는 나만의 길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영리 활동은 금지된다. 제25조 '영리업무의 금지'에 따르면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하지만 교사의 유튜브 활동은 학교장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공무원법 제26조에 따라 겸직 허가 신청을 내면 된다. 영리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다른 직무를 겸하려는 경우 소속 기관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제64조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유튜브는 '창작 활동'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유튜브 활동이 가능하다.

교육부에서는 '선생님, 유튜브 활동 이렇게 하세요'라는 지침을 알리기도 했다. 여러 논란으로 교육부는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마련했는데 △자기주도적 학습 지원, 학생교육 활동 사례 공유 등 공익적 성격의 교육 관련 유튜브 장려 △근무시간 외 취미, 여가, 자기계발 등 사생활 영역은 규제 하지 않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유튜브 특성을 고려 교원으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 금지 △ 광고수익 발생 최소요건(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0명 이상)에 도달시 겸직허가 받아야 함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