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경기도에 사는 한영철(가명·6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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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낼 돈도 없어 여인숙에 10여 년을 살았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야 한다니요.

"
경기도 A시 한 여인숙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영철씨는 최근 지역 재개발로 여인숙이 폐쇄된다며 거주하던 방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A시 철거 대상 지역인 B구역에는 한씨처럼 여인숙, 여관 등에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달방' 형식으로 거주하는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OK!제보] "더는 밀려날 곳 없는데"…재개발에 쫓겨나는 '여인숙 달방살이'
이들은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가 아닌 상업시설의 투숙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거 이전비 등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보금자리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 "10년을 살았지만"…'집 아닌 집'에 서린 설움
관할 주민센터에 따르면 B구역 내 여인숙, 여관 등 비(非)주택 거주자는 300여 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은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여인숙 등 숙박업소에 머물며 달마다 일정액을 숙박비로 지불하고 있다.

숙박업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수년간 거주했지만 법적으로 보호받는 세입자가 아니어서 전입신고를 할 수 없고, 주거 이전비나 이사비 등 강제 퇴거에 따른 보상도 받을 수 없다.

[OK!제보] "더는 밀려날 곳 없는데"…재개발에 쫓겨나는 '여인숙 달방살이'
A시 관계자는 "B구역 정비사업이 2010년 확정됐기 때문에 2009년까지 이곳에 주소 등록이 돼 살고 있는 사람만 보상 대상"이라며 "주소 이전이 돼 있어야 주거 이전비나 이사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여인숙 거주자 중 전입신고가 된 경우가 많지 않아 대부분 지원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상황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싶어도 오늘 나가서 돈을 벌지 못하면 내일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 모여 항의하기 위해 시간 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 "주거취약계층 보호하는 적극 행정 필요"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에서 거주한 사람 중 거주기간이 3개월을 넘었고 관할 지자체장으로부터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받은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씨가 거주하는 여인숙 밀집 지역에서도 LH 임대주택 신청이 90건가량 접수됐다.

그러나 300여 명 중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

입주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점도 문제다.

즉시 방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6개월가량 머물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씨는 "나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임대주택 신청 자격이라도 있다"며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OK!제보] "더는 밀려날 곳 없는데"…재개발에 쫓겨나는 '여인숙 달방살이'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법적 세입자 자격을 얻기 어려운 달방살이 거주자들을 찾아내 이사비 등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쪽방 밀집 지역 철거계획 수립과 관련해 여관, 여인숙 등 상업시설에 거주하는 쪽방 생활자들에게 주거 이전비를 지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상업시설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주거 이전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 및 제11조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여인숙 건물 등이 주거용 건축물이 아닌 상업시설로 등록돼 있더라도 실제로 어떤 용도로 활용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례가 있다"며 "전입신고가 되어있지 않더라도 전기세 납부 내역이나 주변인의 증명 등을 통해 해당 건물에 실제로 거주했다는 것을 증빙할 수 있다면 철거로 인한 퇴거시 이사비 등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여인숙 건물이 주거용건축물이 아니고, 주민등록상 전입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서 지원받지 못한다는 설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 편의적 조치"라며 "현실적으로 이들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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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