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 바로 신원을 조회당할 정도로 통제가 철저한 중국.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불만을 품기는커녕 사회 전반에 만족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전제정치에 세뇌돼서일까.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019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28개국 국민의 58%가 ‘자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 반면 중국인 94%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은 중국 정부가 구축한 ‘감시사회’에 대다수 중국인들이 어째서 만족하는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감시시스템을 통해 중국 정부가 ‘말 잘 듣고 예측 가능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면밀히 살펴본다. 아울러 중국인들이 감시사회를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된 원인을 분석하며 감시사회화가 꼭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추적한다.

[책마을] 감시받으며 행복하다는 중국인들의 착각
중국의 감시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중국 각지에는 어느 곳에 누가 있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차를 타는지 등을 자동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감시카메라가 2000만 대 이상 설치돼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과 기업의 행동을 모니터링해 보상이나 제재를 가하는 이른바 ‘사회신용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탈세나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과 재판 결과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킨 개인을 블랙리스트로 공개한다. 최근에는 기존의 여론 통제와 달리 이용자가 검열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자발적으로 반정부 발언을 삼가게 하도록 교묘한 방법을 쓴다.

그중 하나가 ‘불가시화’다. 과거엔 비판적 게시글을 삭제하면 당사자 본인은 물론 제3자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삭제’ 방법은 게시글 작성자 본인에게는 글이 보이지만, 다른 이용자에게는 글이 표시되지 않거나 추천 글에 오르지 못하게 한다. ‘게임화’라고 하는 또 다른 검열 방법도 있다. SNS인 웨이보는 신용점수를 매겨 글이 수준 미달이면 감점하거나 아예 노출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재귀적 평가시스템이 고착화되면 사람들은 이른바 ‘자발적 복종’을 하게 된다. 얌전한 고양이가 더 많은 생선을 얻어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회문제 비판으로 가득했던 중국의 인터넷 공간이 점점 연예·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의 네트워크 안전법 제28조에는 ‘네트워크 운영자는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고 범죄를 수사하는 공안기관에 기술적 지원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중국의 국가 안전에 관한 문제, 즉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관한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다시 말해 현실 세계든 인터넷에서든 모든 것이 정부에 누설된다는 말인데,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에 크게 괘념치 않는다.

그렇다면 인권과 정치적 권리를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감시사회화가 중국에서는 왜 수월하게 진행되는 걸까. 저자들에 따르면 ‘만민의 균등한 삶’을 ‘천리(天理)’로 삼던 전통사상에서 비롯한 독자적 민주 개념이 국가권력을 강화시켜 보편적인 인권(특히 자유권)을 소홀히 해도 가볍게 넘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시사회화가 대다수 중국인들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소수민족이 겪는 것처럼 감시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박탈하고 착취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차피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 현 시점에서 느끼는 불쾌함 같은 것은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저자들은 중국의 감시사회는 그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고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감시사회의 도래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시사회에서 벌어지는 안전성과 편의성 향상 탓에 자유의 상실을 가볍게 여기는 현상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강공원 의대생 실종 사건이 일어나자 방범용 CCTV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그에 앞서 코로나19 방역 수단으로도 널리 도입됐다. 저자들의 지적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 감시 체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고,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감시사회화 현상에 대비한 주옥같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