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나야 나"…과천 린 파밀리에와 로제 파스타[이송렬의 맛동산]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지정타)에 공공 분양 물량이 공급됩니다. 과천 '린 파밀리에'입니다. 과천 지정타는 지난해 '청약 광풍'이 불었던 곳입니다. 작년 11월 지정타 내 3개 단지(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과천 르센토 데시앙)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에 57만명이 몰렸습니다.

'과천 린 파밀리에'는 오는 23일부터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을 진행합니다. 24일엔 1순위 청약, 31일엔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5개 동으로 구성됩니다. 전체 659가구 중 임대주택과 신혼희망타운을 빼면 318가구가 일반에 나옵니다. 공공 분양 318가구 모두 전용 84㎡입니다. 특별공급은 266가구, 일반공급은 52가구입니다.
과천 린 파밀리에가 들어서는 갈현동 일대 사진=이송렬 기자
과천 린 파밀리에가 들어서는 갈현동 일대 사진=이송렬 기자
단지가 들어서는 과천시 갈현동 일대를 찾았습니다. 아직 도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재를 잔뜩 실은 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공사장 인근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S-8BL 공공주택'이라는 표지판이 이 곳이 린 파밀리에가 들어서는 곳이라고 알립니다.

이 단지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과 인덕원역 사이에 들어섭니다. 아직은 가칭이지만 4호선 과천지식정보타운역이 생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단지에서 신설역까지 도보로 10분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정부과천청사역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도 지나간다고 하니 교통은 편리할 전망입니다.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통합부지가 계획돼 있습니다.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또는 ‘중품아’(중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될 예정입니다. 과천 내 학원가를 이용하거나 4호선 역을 이용해 경기도에서 가장 큰 평촌 학원가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왼쪽부터) 식전 샐러드, 새우 로제 파스타, 크림 감자 뇨키 사진=이송렬 기자
(왼쪽부터) 식전 샐러드, 새우 로제 파스타, 크림 감자 뇨키 사진=이송렬 기자
과천에서 지정타가 핫하다면 최근 요식업계에서 뜨고 있는 것은 ‘로제’입니다. 로제는 프랑스어 ‘ROSÉ’로 ‘붉은빛이 나는’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로제 소스는 우유, 크림, 토마토소스를 섞어 만듭니다. ‘주황빛’이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맛집 중에 맛집은 공무원들이 가는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부과천청사 인근 파스타집 ‘라온식탁’을 방문했습니다. 이 집은 샐러드와 파스타, 리소토, 뇨키 딱 네 종류의 음식만 팝니다. 새우 로제 파스타와 크림 감자 뇨키를 시켰습니다.

가게 내부는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인테리어가 잘 돼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개방형 주방이라 음식이 어떻게 조리되는지, 내 음식은 언제 나오는지 볼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바게트에 토마토소스를 발라 치즈를 뿌려주는 식전빵을 주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재료가 없다며 발사믹 소스가 듬뿍 뿌려진 샐러드를 내줬습니다.

"주인공은 나야 나"…과천 린 파밀리에와 로제 파스타[이송렬의 맛동산]
기다리던 새우 로제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파스타면 위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새우들과 빨간 소스 밑으로 보이는 호박과 가지까지 먹음직스럽습니다. 일단 새우를 옆으로 살짝 밀어두고 면부터 맛봅니다. 파스타면을 돌돌 말아 숟가락에 얹은 후 로제 소스를 살짝 묻혀 입으로 가져갑니다.

그간 떡볶이로 먹었던 로제 소스와는 확 다른 느낌이 듭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로제가 '자판기 커피'라면 이 가게의 로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정도입니다. 토마토의 새콤함이 입안을 감돌다 면을 다 씹고 삼킬 때쯤이면 크림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올라옵니다. 새우를 집어 들면서 주인장의 세심함에 감동합니다. 새우 몸통 껍질이 다 벗겨져 있어서입니다. 먹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호박과 가지고 로제 소스와 함께 먹으니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함께 시킨 뇨키도 얼른 먹어봅니다. 뇨키는 이탈리아 음식입니다. 감자를 으깨 밀가루와 달걀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이 반죽을 인절미 크기로 썰어 물에 끓이면 완성됩니다. 라온식탁의 뇨끼는 이 반죽을 프라이팬에 한 번 구워내 쫀득한 식감에 바삭한 식감까지 더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뇨키에 아몬드와 곶감, 생파슬리가 토핑으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게 뭐야'라는 의심을 한 가득 품고 뇨키를 먹어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섯가지 식재료는 오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수저를 쉴새 없이 움직이게 만듭니다.

가격은 꽤 비쌉니다. 새우 로제 파스타가 1만6500원, 크림 감자 뇨키는 1만5000원입니다. 가장 저렴한 음식이 1만2000원, 가장 비싼 음식은 1만8000원이나 하니 그리 싼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과천지식정보타운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린 파밀리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착합니다.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으로 8억7260만원인데, 인근 '래미안슈르' 전용 84㎡가 지난달 16억1500만~16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7억원 가량 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격이 싼 대신 제한 사항도 있습니다. 분양 시점에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입주할 때는 인근 단지들과 가격이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입주 때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입주 때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 그간 빌린 중도금과 입주 때 내야 할 잔금을 수중에 있는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거주 의무 기간도 있습니다.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공공 분양 아파트에는 3~5년 거주 의무가 있는데, 린 파밀리에는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해 의무 거주 5년이 적용됩니다. 분양권이나 아파트를 되파는 전매도 10년간 제한됩니다. 10년 후 부동산 시장까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청약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죠.

독일어로 가족을 의미하는 ‘파밀리에’는 가족과 집, 인간 중심의 아파트를 지향한다는 뜻에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모쪼록 청약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좋은 소식을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즐겁고(순우리말 ‘라온’의 뜻) 맛있는 한 끼를 드셔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인공은 나야 나"…과천 린 파밀리에와 로제 파스타[이송렬의 맛동산]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