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으로 투자까지
MZ세대, 소액으로 하는 대체투자 인기
미술품·저작권·한우 등 여럿이 조각투자
"취미생활·투자 두마리 토끼 잡아"
#2. 20대 후반 프리랜서 김유하 씨(28·가명)는 평소 BTS·브레이브걸스·ITZY 등 아이돌 노래를 즐겨듣습니다. 최근엔 음악 저작권 공유 플랫폼을 통해 투자까지 합니다. 처음엔 ‘팬심’이었지만 각 노래당 2%에서 30%의 수익을 올리며 제법 쏠쏠하게 돈을 번 덕에 본격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1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금은 400만원까지 늘어난 상황. 투자는 쉽고 간단합니다.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서 매달 곡의 저작권 지분을 경매로 판매하면 이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주식처럼 지분을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재테크 시장에서 자산을 잘게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뜨고 있습니다. 디지털-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엄+Z세대)가 재테크 시장에 뛰어들면서 생겨난 신종 트랜드입니다. 투자 품목은 한우·음악 저작권·미술품·부동산·운동화·명품 등 다양합니다.
피카소 그림 1조각…요즘 뜨는 투자법
조각투자 열풍이 가장 뜨거운 곳은 미술품 시장입니다. 과거에 미술품 투자를 떠올려 보면 재벌가 ‘큰손’ 사모님들의 예술 쇼핑이 대다수 였습니다. 하지만 조각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일반 대중도 쉽게 미술품을 사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그림 원본은 놔둔 채 소유권을 수백~수만 조각으로 나눠 사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그림을 공동 구매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여러 개인에게 자금을 모아 그림을 구매한 후 발생하는 손익을 분배하는 ‘크라우드 펀딩’과도 유사한 개념입니다. 최소 10만원으로 이중섭·박서보 등 국내 작가들부터 데이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살바도르 달리 같은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까지 소유할 수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작가의 작품을 사려면 유명 가수 콘서트 티케팅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광클’을 해도 1분만에 경매가 마감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학원생 정예진 씨(35)는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를 해 한달 여만에 3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예진 씨가 투자한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새끼 염소와 관중이 있는 바쿠스 축제’(공동구매 금액 5200만원)입니다. 최소 5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했습니다. 정 씨는 “취미로 미술품 관람을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투자까지 하게 되면서 더욱 관심이 생겼다”며 “취미 생활과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즐겁게 공구에 참여한다”고 말했습니다.미술품 조각투자로 돈을 번 이는 예진 씨 뿐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서울옥션블루의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에 따르면 작품당 평균 수익률은 17.12%입니다. 김창열의 ‘회귀’는 20%, 천경자의 ‘무제’는 24.60%에 달합니다. 최고 수익률은 무려 211.5% 였습니다. 또다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에 따르면 김환기의 ‘산월’은 22.2%, 이중섭의 작품(무제)은 15%의 수익률을 냈습니다.
강남 빌딩도 쪼개서 수익 낸다
조각투자 열풍은 부동산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투자로 기업이나 일부 자산가의 투자처로만 여겨졌던 고층빌딩에 개인이 투자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DABS 서비스를 출시한 카사코리아는 '역삼 런던빌'을 제1호 건물로 공모한 결과 7000명이 몰리는 성과를 냈습니다. 최소 5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지분 투자자들은 부동산 임대수익도 지분에 따라 받을 수 있고, 개인끼리 지분을 사고팔 수도 있습니다.세종텔레콤은 오는 11월부터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DABS를 발행해 부산지역 부동산을 조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상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명품 시계 롤렉스도 조각투자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이 내놓은 ‘롤렉스 집합 1호’라는 투자 상품이 출시 30분 만에 완판됐습니다. 이 상품의 총 모집액은 1억1800만원, 최소 투자액은 10만원이었습니다. 투자 대상은 명품 시계 롤렉스의 인기 상품 11종입니다. 6개월 뒤 이 시계들을 되팔았을 때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롤렉스의 프리미엄이 워낙 높게 형성돼 조각투자 상품의 예상 수익률은 2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손목에 차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팔기 위해 명품 시계를 산 셈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