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속 놀이들이 모두 일본에서 온 것이라고?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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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최고의 화제는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에서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겐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각종 놀이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드라마가 성공한 데에는 '한국적(?)'인 게임이 한몫했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선 과거 한국 어린이들의 놀잇거리가 일본 어린이들의 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가 남긴, 일종의 과거의 유산이라는 것인데요. 우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과 관련해선 일본의 '다루마(달마)상이 넘어졌구나'(だるまさんが轉んだ)게임에서 유래한 것이란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한국 어린이들이 '무궁화 꽃이~'를 외칠 때 일본 어린이들이 '다루마상가 고론다'를 소리치는 것 외에는 게임 방법이 모두 동일합니다.
이 게임은 일제 강점기 한국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다루마상이 넘어졌구나'에서 '넘어졌구나'라는 뜻을 담은 '고론다(轉んだ·ころんだ)'라는 단어가 한국어 '걸어온다'에서 유래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하니, 게임의 전파가 꼭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구슬치기도 일본의 '비다마아소비(ビー玉遊び)'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897년 일본에서 판매되던 탄산음료에 유리로 넣은 구슬을 보급한 게 구슬치기의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1933년경 과자가게에서 구슬이 상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한국에는 1936년도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딱지치기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파됐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일본에 똑같은 형태의 게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의견이 다소 분분합니다만. 과거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 오징어가이상, 오징어다방구, 오징어가생 등 '일본 스러운' 게임명으로 불렀던 까닭에 일본 기원설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징어가이상의 '가이상'이 오징어포에서 기인한 가이산(かいさん, 海産)이라는 설에서부터 바깥으로 선을 그었기에 가이센(がいせん, 外線)에서 왔다거나, 싸움의 형태이기에 카이센(かいせん, 会戦, 海戦, 開戦, 快戦)에서 온 것이라는 등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각에선 S자로 양 진영을 나눠 자기 진영 안에서는 두 발로, 자기 진영 밖에서는 한발로 다니며 상대 진영의 '보물'을 빼앗는 'S켄(Sけん)'이라는 게임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말뚝박기를 비롯해 과거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 문화는 국가별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런 과거의 놀이문화에 대해 '원류'가 어디인지를 따지거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옳다' '그르다'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다만 과거사의 영향이 사람들이 평소 생각하는 이상으로 다양한 방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것이 후대에 다른 형태의 자산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오징어게임' 열풍이 상기시켜 준다는 생각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겐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각종 놀이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드라마가 성공한 데에는 '한국적(?)'인 게임이 한몫했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선 과거 한국 어린이들의 놀잇거리가 일본 어린이들의 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가 남긴, 일종의 과거의 유산이라는 것인데요. 우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과 관련해선 일본의 '다루마(달마)상이 넘어졌구나'(だるまさんが轉んだ)게임에서 유래한 것이란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한국 어린이들이 '무궁화 꽃이~'를 외칠 때 일본 어린이들이 '다루마상가 고론다'를 소리치는 것 외에는 게임 방법이 모두 동일합니다.
이 게임은 일제 강점기 한국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다루마상이 넘어졌구나'에서 '넘어졌구나'라는 뜻을 담은 '고론다(轉んだ·ころんだ)'라는 단어가 한국어 '걸어온다'에서 유래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하니, 게임의 전파가 꼭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구슬치기도 일본의 '비다마아소비(ビー玉遊び)'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897년 일본에서 판매되던 탄산음료에 유리로 넣은 구슬을 보급한 게 구슬치기의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1933년경 과자가게에서 구슬이 상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한국에는 1936년도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딱지치기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파됐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일본에 똑같은 형태의 게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의견이 다소 분분합니다만. 과거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 오징어가이상, 오징어다방구, 오징어가생 등 '일본 스러운' 게임명으로 불렀던 까닭에 일본 기원설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징어가이상의 '가이상'이 오징어포에서 기인한 가이산(かいさん, 海産)이라는 설에서부터 바깥으로 선을 그었기에 가이센(がいせん, 外線)에서 왔다거나, 싸움의 형태이기에 카이센(かいせん, 会戦, 海戦, 開戦, 快戦)에서 온 것이라는 등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각에선 S자로 양 진영을 나눠 자기 진영 안에서는 두 발로, 자기 진영 밖에서는 한발로 다니며 상대 진영의 '보물'을 빼앗는 'S켄(Sけん)'이라는 게임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말뚝박기를 비롯해 과거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 문화는 국가별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런 과거의 놀이문화에 대해 '원류'가 어디인지를 따지거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옳다' '그르다'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다만 과거사의 영향이 사람들이 평소 생각하는 이상으로 다양한 방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것이 후대에 다른 형태의 자산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오징어게임' 열풍이 상기시켜 준다는 생각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