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년 됐는데 남편 전 여자친구 이름 부르는 시어머니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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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치매 초기인 것 같은데 차일피일 검사를 미룹니다"
조카의 결혼식에 이어 도어락 비밀번호까지 잊어버리자 스스로 치매를 의심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정로사(김해숙 분)는 김치냉장고를 바꿔야겠다는 주종수(김갑수 분)에게 "뭘 바꾸냐.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지금 바꿔서 몇 년이나 쓴다고 바꾸냐"고 덤덤하게 말했다.
종수는 한껏 풀이 죽어 있는 로사에게 "괜찮다. 도어락 비밀번호 잊어버리는 사람 꽤 있다. 이런 건 빨리 잊으라"며 위로했다.
로사는 "나 치매같다. 무서워서 병원을 못 가겠다"고 고백했다. 이에 종수는 "치매는 무슨. 그게 그렇게 갑자기 오느냐"며 그를 달랬다.
하지만 로사는 "좀 됐다. 깜빡깜빡하고 정신 없는 거. 지난 주에는 차 타고 시내 약국에 갔는데 집에 오는데 갑자기 길을 모르겠더라. 매일 다니던 길이, 눈 감고도 다니던 길이 갑자기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라. 내비게이션을 켜고 겨우 왔다. 점점 심해진다. 어떡하냐"며 울먹거렸다.
결국 종수는 "병원에 한 번 가서 검사 받아보자"고 제안했고, 로사는 아들 안정원(유연석 분)이 있는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자식이 의사인데 자식 망신시킬 일 있냐'는 종수의 말에 로사는 "아직 검사 날짜 잡지 말고, 정원이한테도 말하지 말라.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후 로사는 검사를 진행했고, 치매가 아닌 수두증 진단을 받아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 속 경우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 치매 증상에 당혹감을 느끼고,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치매는 초기에 발견해 증상 악화를 늦추는 약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완치가 사실상 불가능해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시어머니가 검사를 거부하고 있어 고민이라는 사연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시어머니가 만날 때마다 했던 이야기를 2~3번씩 반복한다. 여행을 간 첫날 태몽을 꿨다고 이야기하시고는 둘째 날도, 셋째 날도 마치 처음 말하는 것처럼 같은 꿈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손질한 재료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결혼한 지 4년이나 됐는데도 남편의 전 여자친구 이름으로 A씨를 부른 적도 있었다.
고민 끝에 A씨는 남편에게 치매 초기 증상 같으니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물론, 시아버지, 시누이까지 모두 치매 초기 같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A씨는 치매 관련 커뮤니티까지 가입하며 시어머니가 검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남편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치매 관련 카페 글만 봐도 치매 의심되는 부모님을 설득해 검사하기까지 기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 치매라는 걸 인정하기 싫은 마음은 알겠지만 악화되면 가족들이 제일 힘든 질병이 치매 아니냐"고 했다.
이어 "벌써 치매 이야기를 꺼낸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친정엄마였으면 어떻게든 치료를 받게 할텐데 걱정이다. 시댁 식구들 모두 치매 초기 같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나서지 않아서 나 혼자 걱정하고 있는 느낌이다. 딸이 아닌 며느리인 입장에서 더 이상은 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치매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빨리 진단을 받아봐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런 건 가족들이 잘 보듬고 나서줘야 하는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치매 검사도 진행하시는 건 어떨지", "치매가 아니라면 검사 받으라는 말에 상처 받을 수도 있지", "했던 말 또 하는 건 습관일 수도 있지 않나", "검사하는 게 두려운 걸지도"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중앙치매센터가 전국의 치매유병률 및 치매환자의 의료장기요양 관련 서비스 현황을 조사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수는 75만488명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환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명, 2039년에는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을 통한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수시로 중요한 사항을 잊는다거나 해를 거듭하면서 건망증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자가진단을 통해 치매가 의심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1. 오늘이 몇 월이고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2.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3.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4.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5.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6.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힘들어 머뭇거린다.
7.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본다.
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9. 예전에 비해서 계산능력이 떨어졌다.
10. 예전에 비해서 성격이 변했다.
11.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12. 예전에 비해 방이나 주변 정리 정돈을 하지 못한다.
13.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한다.
14.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자게 가기 힘들다.
15.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정로사(김해숙 분)는 김치냉장고를 바꿔야겠다는 주종수(김갑수 분)에게 "뭘 바꾸냐.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지금 바꿔서 몇 년이나 쓴다고 바꾸냐"고 덤덤하게 말했다.
종수는 한껏 풀이 죽어 있는 로사에게 "괜찮다. 도어락 비밀번호 잊어버리는 사람 꽤 있다. 이런 건 빨리 잊으라"며 위로했다.
로사는 "나 치매같다. 무서워서 병원을 못 가겠다"고 고백했다. 이에 종수는 "치매는 무슨. 그게 그렇게 갑자기 오느냐"며 그를 달랬다.
하지만 로사는 "좀 됐다. 깜빡깜빡하고 정신 없는 거. 지난 주에는 차 타고 시내 약국에 갔는데 집에 오는데 갑자기 길을 모르겠더라. 매일 다니던 길이, 눈 감고도 다니던 길이 갑자기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라. 내비게이션을 켜고 겨우 왔다. 점점 심해진다. 어떡하냐"며 울먹거렸다.
결국 종수는 "병원에 한 번 가서 검사 받아보자"고 제안했고, 로사는 아들 안정원(유연석 분)이 있는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자식이 의사인데 자식 망신시킬 일 있냐'는 종수의 말에 로사는 "아직 검사 날짜 잡지 말고, 정원이한테도 말하지 말라.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후 로사는 검사를 진행했고, 치매가 아닌 수두증 진단을 받아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 속 경우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 치매 증상에 당혹감을 느끼고,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치매는 초기에 발견해 증상 악화를 늦추는 약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완치가 사실상 불가능해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시어머니가 검사를 거부하고 있어 고민이라는 사연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시어머니가 만날 때마다 했던 이야기를 2~3번씩 반복한다. 여행을 간 첫날 태몽을 꿨다고 이야기하시고는 둘째 날도, 셋째 날도 마치 처음 말하는 것처럼 같은 꿈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손질한 재료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결혼한 지 4년이나 됐는데도 남편의 전 여자친구 이름으로 A씨를 부른 적도 있었다.
고민 끝에 A씨는 남편에게 치매 초기 증상 같으니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물론, 시아버지, 시누이까지 모두 치매 초기 같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A씨는 치매 관련 커뮤니티까지 가입하며 시어머니가 검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남편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치매 관련 카페 글만 봐도 치매 의심되는 부모님을 설득해 검사하기까지 기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 치매라는 걸 인정하기 싫은 마음은 알겠지만 악화되면 가족들이 제일 힘든 질병이 치매 아니냐"고 했다.
이어 "벌써 치매 이야기를 꺼낸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친정엄마였으면 어떻게든 치료를 받게 할텐데 걱정이다. 시댁 식구들 모두 치매 초기 같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나서지 않아서 나 혼자 걱정하고 있는 느낌이다. 딸이 아닌 며느리인 입장에서 더 이상은 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치매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빨리 진단을 받아봐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런 건 가족들이 잘 보듬고 나서줘야 하는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치매 검사도 진행하시는 건 어떨지", "치매가 아니라면 검사 받으라는 말에 상처 받을 수도 있지", "했던 말 또 하는 건 습관일 수도 있지 않나", "검사하는 게 두려운 걸지도"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중앙치매센터가 전국의 치매유병률 및 치매환자의 의료장기요양 관련 서비스 현황을 조사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수는 75만488명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환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명, 2039년에는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을 통한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수시로 중요한 사항을 잊는다거나 해를 거듭하면서 건망증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자가진단을 통해 치매가 의심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아래는 한국판 치매 선별 질문지(KDSQ-C)
15가지 항목 중 6개 이상 해당되는 경우, 정확한 치매 진단 및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1. 오늘이 몇 월이고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2.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3.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4.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5.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6.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힘들어 머뭇거린다.
7.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본다.
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9. 예전에 비해서 계산능력이 떨어졌다.
10. 예전에 비해서 성격이 변했다.
11.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12. 예전에 비해 방이나 주변 정리 정돈을 하지 못한다.
13.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한다.
14.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자게 가기 힘들다.
15.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