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아용 콘텐츠 '핑크퐁'의 '아기상어 체조(baby shark dance)' 영상이 13일 오후 4시 세계 최초로 100억 뷰를 달성했다. 2020년 11월 70억뷰로 세계 유튜브 조회 수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5개월 만에 100억 뷰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현재 조회 수 2위인 가수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 뮤직비디오에 비해서도 23억 뷰 정도 더 많다.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키즈 콘텐츠도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분 16초짜리 이 영상엔 '아기상어' 노래의 영어 버전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있다. 조회 수 기준으로는 전 세계 인구(78억 명)가 한 번 이상 본 셈이고, 누적 시청 시간(총 4만3000여 년) 기준으로는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재생된 것과 마찬가지다. 이 콘텐츠를 만든 '더핑크퐁컴퍼니'의 공동창업자 이승규 부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처음 영상을 만들었을 때는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단순하지만 귀에 맴도는 멜로디, 따라하기 쉬운 율동, 화려한 색감을 내세운 캐릭터들 덕분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스마트스터디'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15년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아기상어 노래와 캐릭터를 제작했다. 노래는 저작권 없는 미국 구전 동요를 찾아 반복적인 후렴구와 새로운 비트를 가미해 만들었다. 이번에 100억 뷰를 기록한 영상은 2016년 제작된 것으로, 이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아기상어 노래가 확산됐다. 이 부사장은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영상에 맞춰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베이비 샤크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부터였다"며 "당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300% 넘게 증가했고 이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해외 마케팅 활동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까지 확산된 데는 필리핀 유모들의 힘도 컸다. 필리핀에서 이를 접한 유모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일을 하며 아이들에게 핑크퐁을 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아기상어 노래가 워싱턴 내셔널스팀의 응원가가 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 현장에선 사람들이 놀라 우는 아기를 위해 이 노래를 불러줘 많은 화제가 됐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1년에 500~600개의 핑크퐁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꾸준히 유튜브 채널에 노출시켰다. 현재까지 총 20개 언어로 5000여 편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이를 244개국 시청자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전체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는 500억 뷰에 달한다. 이 같은 전략으로 회사 매출은 2015년 95억원에서 2020년 677억원으로 급증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해외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법인도 잇달아 세우고 있다. 이 부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 홍콩에 이어 최근 네 번째 법인을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며 "동남아 사업을 관장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재산권(IP)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짧은 길이의 숏폼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IP의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 있고,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를 좀 더 늘려 롱폼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인간형 캐릭터가 등장하는 3D 콘텐츠 시리즈, 2D 공룡 애니메이션 등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사업에도 진출한다. "유·아동 교육 사업을 넘어 웹툰, 웹소설, 스포츠 사업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전격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