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가난한 살림에도 일행을 정성껏 대접했다. 감동한 제우스가 본모습을 드러낸 뒤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하자 부부는 남은 생애 내내 제우스를 섬기다가 한날한시에 죽고 싶다고 했다. 소원대로 이들은 웅장한 제우스 신전에서 사제로 여생을 보내다가 수명이 다하자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가 됐다.
부부 간의 사랑과 친절 등 여러 미덕을 상징하는 이 이야기는 서양문명에 녹아들어 오랫동안 많은 예술 작품의 주제가 됐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페테르 폴 루벤스(1577~1640)의 ‘필레몬과 바우키스’다. 바로크 미술의 최고 거장인 루벤스가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필치로 그려낸 이 걸작은 이후 같은 주제를 그린 그림들의 전범(典範)이 됐다. 오는 10월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비엔나 명화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보물’(가제)에서 만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