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운하·고성 수놓은 작품들…이래서 '최고의 미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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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만큼 주목 받는
베네치아 시내 개인전들
'단색화 거장' 하종현, 대규모 회고전
마대 뒷면에 물감 바른뒤 밀어낸
'접합' 연작부터 최신작까지 망라
카푸어, 피처럼 붉은 도료 흩뿌려
론디노네는 성당에 인간상 매달아
수백년된 공간·현대미술 어우러져
베네치아 시내 개인전들
'단색화 거장' 하종현, 대규모 회고전
마대 뒷면에 물감 바른뒤 밀어낸
'접합' 연작부터 최신작까지 망라
카푸어, 피처럼 붉은 도료 흩뿌려
론디노네는 성당에 인간상 매달아
수백년된 공간·현대미술 어우러져

세계 미술시장을 주무르는 거물들이 비엔날레 기간 대부분을 본 전시장과 각 국가관 밖에서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내 곳곳의 유서 깊은 고성과 고택, 성당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비엔날레 병행 전시와 개인전이 줄지어 열리기 때문이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수백년 역사를 지닌 공간과 옛 거장들의 벽화·천장화, 창밖의 운하 풍경과 어우러져 연출하는 장관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하종현 단색’으로 물든 베네치아

전시장은 수백년 된 고택 팔라제토 티토. 리처드 해밀턴과 오노 요코, 알렉스 카츠 등 유명 예술가들의 전시를 주최해온 세계적인 미술재단 ‘베비라콰 라 마사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재단 측이 하 화백에게 먼저 연락해 ‘대관료도 필요 없으니 작품을 걸어달라’며 전시를 제안했다. 하 화백이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했을 당시 국가관도 없이 이탈리아관 구석을 빌려 작품을 걸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전시는 하 화백의 1962년 초기작부터 올해 최신작까지를 망라했다. 그의 전매특허는 마대 뒷면에 물감을 바른 뒤 밀대로 짓이겨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 이렇게 만들어낸 그의 ‘접합(Conjunction)’ 연작처럼, 단색조 작품들은 ‘배어나온 듯’ 전시장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을 되살린 1967년 작 ‘도시계획백서’, 철사와 철조망을 이용한 1974년 작품 등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아드리아해가 내려다보이는 고택 팔라초 카보토에서는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인 실험미술가 이건용(80)의 개인전 ‘신체풍경’이 열린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화가의 성격처럼 신작만 20여 점을 내놨다. 그의 ‘바디스케이프(Bodyscape)’ 연작은 베네치아의 빛깔을 담아내 주목받고 있다. 캔버스 정면 대신 뒤쪽에서 작가의 팔이 닿는 데까지 붓질해 화면에 흔적을 남겼다.
수백년 역사 공간서 ‘현대미술 세례’

이번 전시에서 그는 반타블랙을 사용한 여러 작품을 보란 듯이 펼쳐냈다. 앞에서 보면 평면이지만 옆에서 보면 갖가지 모양으로 불룩 튀어나온 형상이 탄성을 자아내는 설치작품들,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도료를 마구 사용해 섬뜩한 느낌을 주는 거대한 설치작도 전시장에 나왔다. 마치 ‘싫어할 테면 싫어해 보라’는 듯하지만, 각 전시장 앞에는 작품을 감상하려는 관객들의 긴 줄이 연일 늘어서 있다.
산 지오반니 에반젤리스타에서 열리는 설치미술 거장 우고 론디노네의 ‘번 샤인 플라이(burn shine fly)’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다. 1300년대 베네치아 형제회가 집회소로 건립한 이곳 천장에는 구름무늬 표면을 한 인간의 형상들이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매달려 있다. 현대미술과 화려한 프레스코 벽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시 기획자인 하비에르 몰린스는 “이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삶의 경이로움과 신비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베네치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