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교수 "효율만 강조 K방역으론 다음 팬데믹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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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학자 김준혁 연세대 치대 교수
의료윤리학자 김준혁 연세대 치대 교수
“K방역은 철저하게 효율성만 추구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무시됐고, 전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영업자 등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았죠. 이렇게 효율성만 강조하는 정책으론 다음 팬데믹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최근 서울 신촌의 연구실에서 만난 김준혁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사진)는 “코로나19가 끝나간다고, 지난 실수를 흐지부지 넘겨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치과의사인 동시에 의료윤리학자인 그는 최근 의료윤리 관점에서 K방역을 평가한 책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을 펴냈다. 김 교수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잘했고,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방역 정책은 의료윤리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식당·카페 영업제한이 불가피했다면 이들만 대상으로 포괄적 지원책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정부는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으로 최대 방역 효과를 낸다’는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조금씩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몇 명에게 부담을 몰아주는 게 나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식의 방역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이라고 자랑한 3T정책(검사·추적·격리)에 대해서도 “하자가 많다”고 했다. 사회적 비용을 늘렸을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퍼지자 정부가 치료를 각 개인에게 떠넘긴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재택치료를 고집하다 보니 재택치료 중 사망자가 급증했다”며 “일본이 여러 호텔과 계약해 확진자를 수용하고 간호사를 고용해 상태를 살핀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가 ‘의료윤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20년밖에 안 됐다. 김 교수의 머릿속에도 의료윤리학자가 되는 것은 없었다. 소아치과 전문의를 목표로 여느 의사처럼 수련의(인턴)와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군의관 복무만 끝내면 개업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수련의 시절부터 마음을 찜찜하게 했던 질문이 다시 살아났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게 모두를 위한 일일까.’ 그는 전방에서 근무하며 밤마다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뒤적였다. 그러다 접한 게 의료윤리학이다. 치의학에 쏟아부은 10년의 시간을 뒤로한 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부산대에서 의료윤리학을 처음부터 공부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더욱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에선 소수의 전문가란 사람들이 방역정책을 결정하고, ‘그냥 따르라’고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의료, 경제, 정책, 윤리 등 4개 분야 전문가가 모여 정책을 결정한다. 그는 “K방역의 성과는 정부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국민이 잘 따른 덕분”이라며 “지속 가능한 방역시스템을 갖추려면 더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최근 서울 신촌의 연구실에서 만난 김준혁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사진)는 “코로나19가 끝나간다고, 지난 실수를 흐지부지 넘겨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치과의사인 동시에 의료윤리학자인 그는 최근 의료윤리 관점에서 K방역을 평가한 책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을 펴냈다. 김 교수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잘했고,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방역 정책은 의료윤리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식당·카페 영업제한이 불가피했다면 이들만 대상으로 포괄적 지원책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정부는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으로 최대 방역 효과를 낸다’는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조금씩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몇 명에게 부담을 몰아주는 게 나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식의 방역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이라고 자랑한 3T정책(검사·추적·격리)에 대해서도 “하자가 많다”고 했다. 사회적 비용을 늘렸을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퍼지자 정부가 치료를 각 개인에게 떠넘긴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재택치료를 고집하다 보니 재택치료 중 사망자가 급증했다”며 “일본이 여러 호텔과 계약해 확진자를 수용하고 간호사를 고용해 상태를 살핀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가 ‘의료윤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20년밖에 안 됐다. 김 교수의 머릿속에도 의료윤리학자가 되는 것은 없었다. 소아치과 전문의를 목표로 여느 의사처럼 수련의(인턴)와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군의관 복무만 끝내면 개업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수련의 시절부터 마음을 찜찜하게 했던 질문이 다시 살아났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게 모두를 위한 일일까.’ 그는 전방에서 근무하며 밤마다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뒤적였다. 그러다 접한 게 의료윤리학이다. 치의학에 쏟아부은 10년의 시간을 뒤로한 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부산대에서 의료윤리학을 처음부터 공부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더욱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에선 소수의 전문가란 사람들이 방역정책을 결정하고, ‘그냥 따르라’고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의료, 경제, 정책, 윤리 등 4개 분야 전문가가 모여 정책을 결정한다. 그는 “K방역의 성과는 정부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국민이 잘 따른 덕분”이라며 “지속 가능한 방역시스템을 갖추려면 더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