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곳곳에선 구매 개수 제한 움직임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사재기' 조짐도
국내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이같은 안내문이 걸렸다. 식용유 대란이 본격화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곳이 느는 중이다. 곡물 가격 상승 여파로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 식용유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식용유 파동이 심화된 탓이다.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mL)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74원)보다 33.8% 올랐다. 같은 기간 해표 식용유(900mL)는 4071원에서 4477원으로 상승했다.
시장 곳곳에선 이미 식용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앞서 대형마트 등에서 1인당 판매 개수를 1~2개로 제한하는 등 조치를 내놓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 20곳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했으며,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도 일부 식용유 제품에 한해 1인당 1일 1개로 구매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주부 강모 씨 ”최근 마트를 가니 식용유 매대 거의 비어 있더라“며 ”가격도 6000원이 넘게 올랐는데 구매 제한 문구를 보니 필요할 때 사기 어려워질까 싶어 두 개를 얼른 구입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승세였던 식용유 가격은 최대 해바라기유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면서 생산과 수출길이 막혀 값이 더욱 급등했다. 이미 영국 스페인 그리스 터키 벨기에 등 해외에선 식용유 물량 부족으로 인한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지자 구매 제한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전세계 팜유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식용유 가격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식용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제 식용유·팜유 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인도네시아산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결국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용유 사용이 많은 자영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영업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선 최근 '식용유 사재기' 관련 문의와 조언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치킨·분식 등을 파는 외식 자영업자들의 비용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주로 쓰이는 18ℓ짜리 식용유 값은 두 달 전 3만원 전후였던 것이 최근 6만원 가까이 올랐다. 일부 업체에선 식용유 사들이기 과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점포당 식용유 발주 가능 개수를 제한하고 나서는 경우도 생겨났다. GS25는 이날부터 백설 식용유 500㎖를 비롯해 총 네 종의 식용유 제품에 대해 편의점 한 점포당 하루 발주 가능 개수를 4개로 제한했다. 편의점을 통한 대량 구매가 흔치는 않지만 식용유 품귀 현상에 따른 과다 발주나 사재기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얼마 전 식용유 20통을 미리 사놨다는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방모 씨(45)는 ”앞으로 식용유 가격이 7만원선 넘게 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보관할 수 있는 한 많이 사들이는 중“이라면서 ”본사에서 발주 제한을 둔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최대한 여러 방법으로 식용유를 확보하려 한다. 이번 주말에는 식자재 마트 몇 군데에 들러 재고가 있는대로 몇 통 더 사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