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넘게 주고 샀는데…샤넬백, AS 맡겼다가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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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대 핸드백인데…"수선 불가"
샤넬, 팔고 나면 그만? AS는 '나몰라라'
국내서만 구매 증빙 AS 규정 강화
중고 구매 고객은 수선 불가능해져
샤넬, 팔고 나면 그만? AS는 '나몰라라'
국내서만 구매 증빙 AS 규정 강화
중고 구매 고객은 수선 불가능해져
외국계 직장인 김미진 씨(36·서울 반포동)는 재작년에 선물받은 샤넬 가방의 체인 가죽이 망가져 샤넬코리아 측에 수선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담 직원의 답변은 ‘수선 불가’였다. 이유는 전산 상의 구매자와 애프터서비스(AS) 요청자의 이름이 달라 샤넬 측이 품질 보증을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구매할 때는 선물을 한 후에도 당연히 AS 대상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항의했지만 직원은 “최근에 정책이 바뀌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 씨는 “1000만원대가 넘어가는 가방을 자유롭게 AS도 받을 수 없다니 황당했다”며 “AS를 위해 몇 시간 대기를 하고 들어 갔는데 매장에선 ‘나 몰라라’는 식으로 나오는 점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끄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정작 부실한 사후관리서비스를 하고 있어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수선 가능 여부, 비용 등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쓸어담으면서도 AS 등 소비자 정책만큼은 뒷짐을 진 채 홀대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소한 상식적인 수준의 고객 배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샤넬은 AS를 요청할 경우 개런티 카드와 인보이스 또는 구매 영수증 등 구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지참해야 수선을 해준다. 다른 국가 샤넬 매장에선 제품만 들고 가면 AS를 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기존에 샤넬은 물건을 판매할 때 AS를 ‘월드 워런티’ 정책에 따라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샤넬 제품을 AS 맡길 경우 정품이 맞다고 확인되면 기간에 상관없이 AS를 해주는 제도다. 샤넬을 판매하는 모든 국가는 이 정책을 따르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만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에서 샤넬코리아만 유일하게 구매자와 AS 요청자가 동일할 경우에만 AS를 해준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것.
오래된 샤넬 가방을 수선하려던 강모 씨(41)도 이같은 정책으로 AS를 받지 못했다. 10년 전 구매한 제품이라 가방 손잡이 부분이 닳아 부분적으로 가죽 수선을 할 참이었다. 산 지 오래돼 수선이 될까 의아하긴 했지만 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친구가 현지 매장에서 20년 전 어머니가 구매한 제품을 AS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와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국내 매장에선 AS를 거부했다. 전산상 구매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강 씨는 “미국 친구 사례를 들어 해외에선 월드 워런티 정책에 따라 AS를 해주는데 왜 국내 매장에선 거부하냐고 항의했지만 샤넬코리아 정책이 바뀌어 수리를 할 수 없다고 답변하더라”며 “전 세계 샤넬 매장 어디에서도 이같은 정책은 없지 않나. 장사가 잘되니 국내시장에서만 콧대 높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푸념했다. 명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오래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가방이나 중고로 구매한 가방 등의 AS를 거절당했다”는 경험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샤넬코리아 측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직접 구매한 상품만 AS나 품질 보증을 해 줄 의무가 있다”며 “선물 받은 제품의 경우 매장에서 명의 이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안내했다. 사실상 국내 매장에서 구매한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AS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월드 개런티 정책에 대한 안내를 받고 수백만~수천만원대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도 이 변경된 정책은 소급 적용된다.
강화되는 규정뿐 아니라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불친절한 서비스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6개월 전 샤넬 매장에서 핸드백을 구입한 한모 씨(28)는 최근 AS를 받으러 갔다가 상처만 입었다. 구입한 지 얼마 안돼 가죽 실밥이 터져 수선을 요청했지만, 해명을 듣기는커녕 수작업이라 원래 그렇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
게다가 매장 직원은 AS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며 비용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백화점 근처 가까운 명품 수선점을 찾는 편이 낫다는 안내를 했다. 한 씨는 “사설 수선점을 가면 5만~6만원만 주면 수선을 받을 수 있는 데 왜 매장을 찾았냐는 식의 반응이었다”며 “사자마자 문제가 생겼는데 무상 수리를 해주기는커녕 홀대만 당했다. 수백만원짜리 상품을 샀는데 이같은 대접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AS 갑질’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고질적인 행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총 4267건에 달했다. 상담 신청 이유로는 품질에 대한 불만이 2695건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AS 불만도 497건에 달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김 씨는 “구매할 때는 선물을 한 후에도 당연히 AS 대상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항의했지만 직원은 “최근에 정책이 바뀌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 씨는 “1000만원대가 넘어가는 가방을 자유롭게 AS도 받을 수 없다니 황당했다”며 “AS를 위해 몇 시간 대기를 하고 들어 갔는데 매장에선 ‘나 몰라라’는 식으로 나오는 점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끄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정작 부실한 사후관리서비스를 하고 있어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수선 가능 여부, 비용 등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쓸어담으면서도 AS 등 소비자 정책만큼은 뒷짐을 진 채 홀대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소한 상식적인 수준의 고객 배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샤넬은 AS를 요청할 경우 개런티 카드와 인보이스 또는 구매 영수증 등 구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지참해야 수선을 해준다. 다른 국가 샤넬 매장에선 제품만 들고 가면 AS를 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기존에 샤넬은 물건을 판매할 때 AS를 ‘월드 워런티’ 정책에 따라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샤넬 제품을 AS 맡길 경우 정품이 맞다고 확인되면 기간에 상관없이 AS를 해주는 제도다. 샤넬을 판매하는 모든 국가는 이 정책을 따르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만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에서 샤넬코리아만 유일하게 구매자와 AS 요청자가 동일할 경우에만 AS를 해준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것.
오래된 샤넬 가방을 수선하려던 강모 씨(41)도 이같은 정책으로 AS를 받지 못했다. 10년 전 구매한 제품이라 가방 손잡이 부분이 닳아 부분적으로 가죽 수선을 할 참이었다. 산 지 오래돼 수선이 될까 의아하긴 했지만 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친구가 현지 매장에서 20년 전 어머니가 구매한 제품을 AS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와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국내 매장에선 AS를 거부했다. 전산상 구매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강 씨는 “미국 친구 사례를 들어 해외에선 월드 워런티 정책에 따라 AS를 해주는데 왜 국내 매장에선 거부하냐고 항의했지만 샤넬코리아 정책이 바뀌어 수리를 할 수 없다고 답변하더라”며 “전 세계 샤넬 매장 어디에서도 이같은 정책은 없지 않나. 장사가 잘되니 국내시장에서만 콧대 높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푸념했다. 명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오래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가방이나 중고로 구매한 가방 등의 AS를 거절당했다”는 경험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샤넬코리아 측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직접 구매한 상품만 AS나 품질 보증을 해 줄 의무가 있다”며 “선물 받은 제품의 경우 매장에서 명의 이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안내했다. 사실상 국내 매장에서 구매한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AS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월드 개런티 정책에 대한 안내를 받고 수백만~수천만원대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도 이 변경된 정책은 소급 적용된다.
강화되는 규정뿐 아니라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불친절한 서비스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6개월 전 샤넬 매장에서 핸드백을 구입한 한모 씨(28)는 최근 AS를 받으러 갔다가 상처만 입었다. 구입한 지 얼마 안돼 가죽 실밥이 터져 수선을 요청했지만, 해명을 듣기는커녕 수작업이라 원래 그렇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
게다가 매장 직원은 AS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며 비용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백화점 근처 가까운 명품 수선점을 찾는 편이 낫다는 안내를 했다. 한 씨는 “사설 수선점을 가면 5만~6만원만 주면 수선을 받을 수 있는 데 왜 매장을 찾았냐는 식의 반응이었다”며 “사자마자 문제가 생겼는데 무상 수리를 해주기는커녕 홀대만 당했다. 수백만원짜리 상품을 샀는데 이같은 대접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AS 갑질’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고질적인 행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총 4267건에 달했다. 상담 신청 이유로는 품질에 대한 불만이 2695건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AS 불만도 497건에 달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