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느박'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외신들로부터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화 전문매체 스크린 데일리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칸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현재까지 공개된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최고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헤어질 결심'은 평균 3.2점으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2.8점)을 제치고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5점 만점 중 3~4점을 받았다. 가장 낮은 평점을 받은 작품은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 감독의 '포에버 영'으로 1.8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박찬욱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가운데 아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와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 등 9편의 영화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예단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매체는 '헤어질 결심'에 대해 "박찬욱의 매혹적인 네오 누아르"라며 "이 작품을 통해 박찬욱은 비할 곳 없는 비주얼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으며 칸 경쟁 부문 기준을 높였다"고 극찬했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23일 칸 월드 프리미어에서 공개된 후 8분여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대표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100%를 기록했다.

가디언은 최고 별점인 5개를 부여하며 "눈 뗄 수 없이 매혹적인 작품. 박찬욱 감독이 훌륭한 로맨스와 함께 칸에 돌아왔다. 텐션, 감정적 대치, 최신 모바일 기술의 천재적 활용, 교묘한 줄거리의 비틂 등 너무나도 히치콕스러웠다. 탕웨이의 연기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정점에 오른 세계적인 거장, 그리고 두 배우의 뜨거운 케미스트리"라며 박 감독의 연출력에 경의를 표했고 탕웨이, 박해일의 시너지에 감탄했다.

버라이어티는 "짓궂은 미스터리로 포장된 거장의 눈부신 사랑 이야기. 박찬욱 감독의 저력과 위트는 스릴러가 가미된 가장 이상적인 로맨스를 탄생시켰다"며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 대중을 사로잡을 새 한국 스릴러"라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2004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2009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2016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아가씨'에 이어 이 영화로 한국 감독 가운데 칸 경쟁 부문 최다 초청 타이기록을 세웠다.

박찬욱·탕웨이·박해일이 말하는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은 영화제 기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영화에는 관객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대사나 표현이 없고 주인공들이 진심을 숨기는 순간이 많다"며 "그걸 하나하나 파악하려면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박 감독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제외하고도 긴장감을 유지해 '순한 맛'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에서 극단적인 폭력과 성행위 장면을 스크린에 담은 것과 다른 작법이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다른 감독이라면 이런 질문을 안 받았을 텐데"라면서도 "해외 배급사 관계자 한명이 영화 소개 문구로 '박의 새로운 진화'를 쓰겠다길래 그건 좀 위험하다고 했다. 그럼 더 진화한 폭력과 섹스를 예상할 것 같아서다. 그냥 그런 장면이 필요하지 않아 안 넣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 역으로 외신의 호평을 받는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을 너무 사랑한다"며 "감독이 아니었으면 서래가 나올 수 없었다. 다른 별에서 온 생명체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만큼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탕웨이는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한국어 문법부터 말하기, 듣기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감독께서 제가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한 이유는 한국어 공부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박해일은 촬영 현장에서 한국어 선생님"이라고 했다.

'색, 계' 이후 탕웨이의 대표작이 탄생했다는 말에 대해 "그 이야기는 1년 후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이 관객에게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탕웨이와 사랑에 빠지는 형사 역을 연기한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 이미지가 강해 탈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경찰 역을 한 번도 맡은 적이 없었고, 감독이 구현하려는 형사 캐릭터가 신선했다"고 했다.

박해일은 박 감독에게 캐스팅 제안받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며 일화를 전했다. 그는 "전화를 받는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독님이 '나랑 작품 하나 합시다'라고 말했다. 행운 같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은 박해일은 "다들 그렇게 좋은 데라고 하니 기회 된다면 꼭 가보자는 생각이 있었다"며 "막상 와 보니 영화제의 권위를 느꼈고, 함께한 동료 배우 모두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다음 작품을 하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