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고되지 않은 육아는 없다.
그중에서도 쌍둥이 육아의 강도는 한 명을 키우는 일의 두 배가 아니라 열 배라고 한다.
하물며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장애아(열무)와 비장애아(알타리) 쌍둥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의 고됨은 말해 무엇하랴. 유영 작가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웹툰 '열무와 알타리' 얘기다.
유 작가는 다른 속도로 크는 두 아이를 돌보며 매순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정신없이 살아가는 장애 가정의 육아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1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유영 작가는 "'열무와 알타리'는 장애아를 키우는 부부와 그 장애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 웹툰이라고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제가 처음 만난 장애인이 열무였다"며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의 삶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재활 치료 센터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저처럼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렸다"며 "저처럼 조금 특별한 육아를 하는 분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웹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을 밝혔다.
또 웹툰이라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를 통해 장애인과 그 가정의 이야기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는 결국 이해의 문제"라며 "다양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동정이나 배려가 아닌 함께 어울리는 삶으로 미디어에 노출돼야 한다.
웹툰이나 예능 등을 통해 가볍고 친근한 이웃처럼 만나면 인식 변화도 빨라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느리지만 변화의 모습은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방송(EBS)의 아동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지난달부터 휠체어를 탄, 긍정적 성격의 어린이 '하리'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웹툰 '열무와 알타리'에서 장애아인 열무만큼 비중 있는 주인공은 쌍둥이 동생이자 비장애아인 알타리다.
둘은 6개월까지는 구분하기도 어려운 쌍둥이였지만 체구에서도 발달에서도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보육을 넘어 공교육 단계로 들어서면서 겪는 세상도 판이해졌다.
알타리는 입학통지서를 받은 뒤 학교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 초등학교 입학 절차를 다 밟았지만, 열무는 자리가 나는 특수학교를 찾아 이사까지 고민해야 한다.
유영 작가는 "일란성 쌍둥이라는 점이 힘들었다"며 "알타리의 성장을 보면서 기뻐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열무가 장애가 없었더라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알타리에게는 너무 쉽고 후루룩 지나가는 일이 열무에게는 3∼4년을 기를 쓰고 해도 안 돼서 좌절하는 일이구나'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특수학교 입학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학교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인데 열무에게는 왜 모든 것이 어려운 것일까 생각했다"며 "열무가 특수학교를 찾아 떠나고, 입학하며 다가올 내년의 이야기를 꼭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있다"며 "힘든 시간이지만 아이의 예쁜 모습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