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2015년 합산 횟수보다 많아
NYT "독특한 상상력이 인기 요인"
한국 문학의 몸값이 높아진 건 몇몇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한국 문학작품이 해외 문학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건수는 17차례에 이른다. 10년 전(2011년)에는 딱 1건이었다. 올해도 거침없다. 5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부커 국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대표적이다. 2월엔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 노블 《풀》이 체코 뮤리엘 만화상을, 3월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가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4월에는 손원평의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이 일본 서점대상(번역소설 부문), 5월엔 김소연의 시집 《한 글자 사전》이 일본 번역대상을 받았다. 지난달 22일에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달 샤베트》가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를 수상하며 활약을 이어 나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문학’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3년 동안 거둔 해외문학상 수상·입후보 성과(16건)를 1년 만에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 문학의 인기는 선인세에도 나타난다. 선인세란 책을 팔기도 전에 돈을 주고 판권을 사 가는 것을 말한다. 역동적인 사회상과 결합한 독특한 상상력이 한국 문학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파과》에 대해 “60대 여성 킬러를 통해 노인 문제를 풀어냈다”고 평했다. 부커상 재단은 《저주토끼》를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이용해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관심이 늘어난 점도 도움을 줬다. 2016년 한국 최초의 부커 국제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미국에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과 ‘파친코’ 등으로 인한 한류 열풍이 문학 한류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