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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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직장인 신모 씨(34)는 최근 회사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물가가 너무 올라 어지간한 점심 메뉴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지만 회사에서 받는 식대는 10만원으로 변동이 없어서다.

날씨가 너무 더워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기도 번거롭다고 했다. "주변에 도시락을 싸오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는 신 씨는 "밥값이 너무 비싸다. 요즘 회사에 도시락족이 많아져 점심시간 회사 곳곳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불황에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도시락족'이 늘어나고 있다. 부담스러워진 외식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더위 속에 오가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는 직장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식사비(외식)는 31만8000원으로 조사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올랐다. 외식을 포함한 음식·숙박비의 경우 2분위(22만9000원)에서 전년 대비 16.3%로 가장 많이 올랐고, 3분위(32만6000원)가 15.9% 상승으로 뒤를 잇는 등 중산층일수록 외식 비중이 커졌다. 상반기에 천정부지로 오른 외식 물가가 중산층 부담을 한층 가중시켰을 것이라 풀이할 수 있는 수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점심값이 1만원을 넘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 합성어)이 일반화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통계를 보면 짜장면, 냉면, 칼국수, 김밥, 김치찌개백반, 비빔밥, 삼겹살, 삼계탕 등 매달 조사하는 8대 외식 품목 가격이 연초에 비해 크게 뛰어 대부분 1만원을 넘어섰다. 냉면은 4.7%(9808원→1만269원) 올랐고 삼겹살(200g)은 4.7%(1만6983원→1만7783원), 김치찌개백반 4.4%(7077원→7385원), 삼계탕 4.0%(1만4308원→1만4885원) 등의 오름폭을 나타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김모 씨(30)도 요즘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출근한다. 그는 "회사가 강남에 있어 2만원 가까이 들여도 점심 해결하기 만만찮을 때가 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니 한 달 평균 35만∼40만원은 절약된다"고 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선 도시락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4월8일~7월7일) 밀폐용기는 83%, 도시락 수저세트는 60%, 도시락통은 50%나 판매가 급증했다. 보온보냉 기능성 도시락 가방은 60%, 도시락 전용가방도 55% 판매가 늘었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한 직장인이 간편도시락을 사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한 직장인이 간편도시락을 사고 있다. /뉴스1
직접 도시락을 싸기 힘든 이들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도시락을 찾고 있다.

4000~5000원대의 부담이 덜한 가격대라 '끼니 대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 박모 씨(29)는 "요즘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4000원 안팎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값도 싸고 식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편하다. 편의점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가 많아 도시락을 사면 음료수를 끼워주는 등 행사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국내 편의점 4사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대 크게 성장했다. CU(35.5%) GS25(49.8%) 세븐일레븐(40%) 이마트24(48%) 등으로 껑충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점심시간을 쪼개서 알차게 보내려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데다 혼밥족이 증가하는 것도 도시락 관련 제품 수요 증가와 관련 있어보인다"고 풀이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