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4사 도시락 매출도 급증
날씨가 너무 더워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기도 번거롭다고 했다. "주변에 도시락을 싸오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는 신 씨는 "밥값이 너무 비싸다. 요즘 회사에 도시락족이 많아져 점심시간 회사 곳곳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불황에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도시락족'이 늘어나고 있다. 부담스러워진 외식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더위 속에 오가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는 직장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식사비(외식)는 31만8000원으로 조사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올랐다. 외식을 포함한 음식·숙박비의 경우 2분위(22만9000원)에서 전년 대비 16.3%로 가장 많이 올랐고, 3분위(32만6000원)가 15.9% 상승으로 뒤를 잇는 등 중산층일수록 외식 비중이 커졌다. 상반기에 천정부지로 오른 외식 물가가 중산층 부담을 한층 가중시켰을 것이라 풀이할 수 있는 수치다. 실제 점심값이 1만원을 넘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 합성어)이 일반화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통계를 보면 짜장면, 냉면, 칼국수, 김밥, 김치찌개백반, 비빔밥, 삼겹살, 삼계탕 등 매달 조사하는 8대 외식 품목 가격이 연초에 비해 크게 뛰어 대부분 1만원을 넘어섰다. 냉면은 4.7%(9808원→1만269원) 올랐고 삼겹살(200g)은 4.7%(1만6983원→1만7783원), 김치찌개백반 4.4%(7077원→7385원), 삼계탕 4.0%(1만4308원→1만4885원) 등의 오름폭을 나타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김모 씨(30)도 요즘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출근한다. 그는 "회사가 강남에 있어 2만원 가까이 들여도 점심 해결하기 만만찮을 때가 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니 한 달 평균 35만∼40만원은 절약된다"고 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선 도시락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4월8일~7월7일) 밀폐용기는 83%, 도시락 수저세트는 60%, 도시락통은 50%나 판매가 급증했다. 보온보냉 기능성 도시락 가방은 60%, 도시락 전용가방도 55% 판매가 늘었다. 직접 도시락을 싸기 힘든 이들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도시락을 찾고 있다.
4000~5000원대의 부담이 덜한 가격대라 '끼니 대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 박모 씨(29)는 "요즘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4000원 안팎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값도 싸고 식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편하다. 편의점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가 많아 도시락을 사면 음료수를 끼워주는 등 행사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국내 편의점 4사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대 크게 성장했다. CU(35.5%) GS25(49.8%) 세븐일레븐(40%) 이마트24(48%) 등으로 껑충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점심시간을 쪼개서 알차게 보내려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데다 혼밥족이 증가하는 것도 도시락 관련 제품 수요 증가와 관련 있어보인다"고 풀이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