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감독 "크레딧서 이름 빼 달랬는데"…쿠팡플레이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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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감독, '편집권 침해' 주장
"8부작→6부작, 의도 크게 훼손돼"
쿠팡플레이 측, 추후 입장 발표 예정
"8부작→6부작, 의도 크게 훼손돼"
쿠팡플레이 측, 추후 입장 발표 예정
배우 수지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안나'를 둘러싸고 쿠팡플레이와 감독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 측에서 자신을 배제한 채 일방적인 편집을 해 작품을 훼손했다고 주장한 반면, 쿠팡플레이는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좁혀나가기 위한 과정이 있었음을 예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이주영 감독은 2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담당변호사 송영훈)를 통해 쿠팡플레이가 자신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당초 8부작에서 6부작으로 축소 편집해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작품은 창작자로서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공개되어 있는 '안나'는 도저히 제 분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누구의 분신도 아닌 '안나'가 되어 있다.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저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해 제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안나'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편집으로 인해 발생한 작품 훼손을 시정하고자 노력했으나 쿠팡플레이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점, 씬 기능과 상관없는 컷을 붙여 특정 캐릭터의 사건을 중심으로 조잡하게 짜깁기를 한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혀 동의하지 않은 일이었다. 감독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제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니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플레이는 그것조차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 측은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인 '안나' 편집은 국내 영상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이주영 감독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이자 한국영상산업의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하여 재발방지가 시급한 사안"이라며 "쿠팡플레이가 공개 사과 및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플레이 측은 이 감독과 연출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독이 말한 것과 달리 이견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여러차례 노력했지만 좋게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자세한 사실 관계는 추후 입장문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그동안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편집으로 인해 발생한 작품 훼손을 시정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쿠팡플레이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청자들은 창작자인 저의 의도와 완전히 달라진 <안나>를 제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고, 저는 창작자로서 더 이상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인 편집에 관한 사실관계를 설명드립니다.
1. 저는 2017년 11월 8일부터 2021년 7월 12일까지 3년 8개월에 걸쳐 드라마 〈안나〉의 8부작 극본 집필을 완료하였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제작사 컨텐츠맵을 통해 8부작으로 된 극본을 검토하고 이를 최종고로 승인하였고, 제가 감독으로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촬영을 마쳤습니다.
2. 촬영은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최종고대로 진행되었고, 쿠팡플레이는 촬영이 완료될 때까지도 1~4부에 대한 가편집본에 대하여 별다른 수정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었습니다.
3. 그런데, 쿠팡플레이는 지난 4월 21일 편집본 회의에서, 〈안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어떠한 방향으로 다시 편집되기를 원하는지에 관한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지엽적인 부분만 논의하더니, 그 후 다음과 같이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들을 하였습니다.
4. 쿠팡플레이는 4월 28일, '아카이빙 용도'라면서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와 감독에게 요구하였습니다. 보통 작업 중간에 아카이빙 파일을 전달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에 제작사와 감독이 응하지 않자, 쿠팡플레이는 제작사에 대하여 계약 파기를 언급한 끝에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갔습니다.
5. 저는 쿠팡플레이의 의도가 의심스러웠지만, 8부작 분량의 믹싱과 녹음, 음악, CG, 색보정 작업을 3주 안에 마쳐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어서 작업 진행에 몰두하였고, 5월 30일 쿠팡플레이에 8부작 〈안나〉의 마스터 파일을 전달하였습니다.
6. 그런데 6월 2일 경, 저는 쿠팡플레이가 음악감독에게 별도의 추가 작업 협조요청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음악감독은 거절), 쿠팡플레이는 6월 7일, 저에게 다른 연출자와 다른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재편집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7. 이는 감독인 저의 의지와 무관한 일이자, 제가 전혀 동의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감독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제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니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플레이는 그것조차 거절하였습니다.
8. 이런 과정을 거쳐, 8부작이 아닌 6부작 〈안나〉가 릴리즈되었습니다. 회당 45~61분의 8부작 〈안나〉가 회당 45~63분의 6부작 〈안나〉가 되면서,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점, 씬 기능과 상관없는 컷을 붙여 특정 캐릭터의 사건을 중심으로 조잡하게 짜깁기를 한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도저히 제가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작품이 훼손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쿠팡플레이가 어떻게 작가이자 감독인 저의 시정 요구를 묵살하였는지 설명드립니다.
1. 투자사나 제작사가 편집에 대한 최종권한을 가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창작자와 최소한의 논의나 협의, 설득조차 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쿠팡플레이가 한 것과 같이 감독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방적인 편집을 강행하는 것은 업계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이고도 고압적인 처사로 인해, 작품의 공개를 기다려온 현장 스탭들, 후반 스탭들, 조연 및 단역 배우들, 특별출연 배우들을 포함하여 〈안나〉를 함께 만든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습니다. 제가 받은 상처는 둘째 치고, 감독으로서 그분들께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2. 감독이 창작한 것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시피 한 작품을 시청자들이 감독의 작품인 줄로 알고, 훼손되고 왜곡된 내용을 시청자들이 창작자의 의도인 줄로 아는 상황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대리인을 통한 몇 번의 비공식적인 요구를 거쳐 서면을 통해 정식으로 시정을 요구하였음에도 쿠팡플레이는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3. 쿠팡플레이는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는 여러 번의 요구조차 묵살하였고, 오히려 〈안나〉의 홍보에는 제 이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으로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취할 조치에 관하여 밝힙니다.
1. 서사가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집필한 이야기를 배우와 스탭들이 창의적인 의견과 아이디어로 감독과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입니다. 자본을 투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 독단적으로 자르고 붙여 상품 내놓듯이 하는 것은 창작에 관여한 사람들의 인격을 부정하는 창작의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작품은 물건이 아닙니다.
2. 따라서 저는 이번 사건이 쿠팡플레이와 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쿠팡플레이의 폭력적인 처사에 이미 〈안나〉의 많은 관계자들이 상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영상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청자들이 무엇이 창작자에 의한 창작물인지조차 모른 채 엉뚱한 작품을 접하게 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이러한 사태는 재발되어서는 안 됩니다.
3. 이에, 저는 쿠팡플레이가 〈안나〉의 일방적인 편집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감독인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탭들(후반 작업 업체 포함)에게도 사과하며, 단독으로 편집한 현재의 6부작 〈안나〉에서는 저 이주영의 이름을 삭제하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제가 전달한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의 〈안나〉를 감독판으로 릴리즈하며, 아울러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방 편집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4. 쿠팡플레이가 이러한 공개적인 요구조차 묵살한다면, 쿠팡플레이가 한 행위가 한국영상산업과 창작문화에 미치는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창작자인 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쿠팡플레이가 작품을 일방적으로 편집함으로써 본래의 작품이 어떻게 훼손되었는지, 주인공, 인물간 구도, 개연성, 서사구조 등이 다방면으로 훼손된 점들에 관하여 향후 소상하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쿠팡플레이에 묻습니다.
〈안나〉는 타인보다 우월한 기분을 누리고자 저지르는 '갑질'에 대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쿠팡플레이는 이러한 메시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한 〈안나〉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개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안나〉는 그 어떤 '오리지널'도 없습니다. 창작자가 무시, 배제되고 창작자의 의도가 남아나지 않는 '오리지널'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쿠팡플레이가 말하는 '오리지널'이란 무엇입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 8. 2.
이주영 드림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이주영 감독은 2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담당변호사 송영훈)를 통해 쿠팡플레이가 자신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당초 8부작에서 6부작으로 축소 편집해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작품은 창작자로서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공개되어 있는 '안나'는 도저히 제 분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누구의 분신도 아닌 '안나'가 되어 있다.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저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해 제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안나'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편집으로 인해 발생한 작품 훼손을 시정하고자 노력했으나 쿠팡플레이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점, 씬 기능과 상관없는 컷을 붙여 특정 캐릭터의 사건을 중심으로 조잡하게 짜깁기를 한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혀 동의하지 않은 일이었다. 감독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제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니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플레이는 그것조차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 측은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인 '안나' 편집은 국내 영상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이주영 감독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이자 한국영상산업의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하여 재발방지가 시급한 사안"이라며 "쿠팡플레이가 공개 사과 및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플레이 측은 이 감독과 연출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독이 말한 것과 달리 이견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여러차례 노력했지만 좋게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자세한 사실 관계는 추후 입장문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 다음은 '안나' 이주영 감독 입장문 전문
저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감독 이주영입니다. 작품은 창작자로서 감독의 분신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공개되어 있는 <안나>는, 도저히 제 분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누구의 분신도 아닌 안나'가 되어 있습니다.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저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하여, 제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안나>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다시피 하였기 때문입니다.그동안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편집으로 인해 발생한 작품 훼손을 시정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쿠팡플레이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청자들은 창작자인 저의 의도와 완전히 달라진 <안나>를 제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고, 저는 창작자로서 더 이상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인 편집에 관한 사실관계를 설명드립니다.
1. 저는 2017년 11월 8일부터 2021년 7월 12일까지 3년 8개월에 걸쳐 드라마 〈안나〉의 8부작 극본 집필을 완료하였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제작사 컨텐츠맵을 통해 8부작으로 된 극본을 검토하고 이를 최종고로 승인하였고, 제가 감독으로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촬영을 마쳤습니다.
2. 촬영은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최종고대로 진행되었고, 쿠팡플레이는 촬영이 완료될 때까지도 1~4부에 대한 가편집본에 대하여 별다른 수정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었습니다.
3. 그런데, 쿠팡플레이는 지난 4월 21일 편집본 회의에서, 〈안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어떠한 방향으로 다시 편집되기를 원하는지에 관한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지엽적인 부분만 논의하더니, 그 후 다음과 같이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들을 하였습니다.
4. 쿠팡플레이는 4월 28일, '아카이빙 용도'라면서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와 감독에게 요구하였습니다. 보통 작업 중간에 아카이빙 파일을 전달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에 제작사와 감독이 응하지 않자, 쿠팡플레이는 제작사에 대하여 계약 파기를 언급한 끝에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갔습니다.
5. 저는 쿠팡플레이의 의도가 의심스러웠지만, 8부작 분량의 믹싱과 녹음, 음악, CG, 색보정 작업을 3주 안에 마쳐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어서 작업 진행에 몰두하였고, 5월 30일 쿠팡플레이에 8부작 〈안나〉의 마스터 파일을 전달하였습니다.
6. 그런데 6월 2일 경, 저는 쿠팡플레이가 음악감독에게 별도의 추가 작업 협조요청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음악감독은 거절), 쿠팡플레이는 6월 7일, 저에게 다른 연출자와 다른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재편집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7. 이는 감독인 저의 의지와 무관한 일이자, 제가 전혀 동의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감독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제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니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플레이는 그것조차 거절하였습니다.
8. 이런 과정을 거쳐, 8부작이 아닌 6부작 〈안나〉가 릴리즈되었습니다. 회당 45~61분의 8부작 〈안나〉가 회당 45~63분의 6부작 〈안나〉가 되면서,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점, 씬 기능과 상관없는 컷을 붙여 특정 캐릭터의 사건을 중심으로 조잡하게 짜깁기를 한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도저히 제가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작품이 훼손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쿠팡플레이가 어떻게 작가이자 감독인 저의 시정 요구를 묵살하였는지 설명드립니다.
1. 투자사나 제작사가 편집에 대한 최종권한을 가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창작자와 최소한의 논의나 협의, 설득조차 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쿠팡플레이가 한 것과 같이 감독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방적인 편집을 강행하는 것은 업계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이고도 고압적인 처사로 인해, 작품의 공개를 기다려온 현장 스탭들, 후반 스탭들, 조연 및 단역 배우들, 특별출연 배우들을 포함하여 〈안나〉를 함께 만든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습니다. 제가 받은 상처는 둘째 치고, 감독으로서 그분들께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2. 감독이 창작한 것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시피 한 작품을 시청자들이 감독의 작품인 줄로 알고, 훼손되고 왜곡된 내용을 시청자들이 창작자의 의도인 줄로 아는 상황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대리인을 통한 몇 번의 비공식적인 요구를 거쳐 서면을 통해 정식으로 시정을 요구하였음에도 쿠팡플레이는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3. 쿠팡플레이는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는 여러 번의 요구조차 묵살하였고, 오히려 〈안나〉의 홍보에는 제 이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으로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취할 조치에 관하여 밝힙니다.
1. 서사가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집필한 이야기를 배우와 스탭들이 창의적인 의견과 아이디어로 감독과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입니다. 자본을 투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 독단적으로 자르고 붙여 상품 내놓듯이 하는 것은 창작에 관여한 사람들의 인격을 부정하는 창작의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작품은 물건이 아닙니다.
2. 따라서 저는 이번 사건이 쿠팡플레이와 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쿠팡플레이의 폭력적인 처사에 이미 〈안나〉의 많은 관계자들이 상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영상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청자들이 무엇이 창작자에 의한 창작물인지조차 모른 채 엉뚱한 작품을 접하게 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이러한 사태는 재발되어서는 안 됩니다.
3. 이에, 저는 쿠팡플레이가 〈안나〉의 일방적인 편집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감독인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탭들(후반 작업 업체 포함)에게도 사과하며, 단독으로 편집한 현재의 6부작 〈안나〉에서는 저 이주영의 이름을 삭제하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제가 전달한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의 〈안나〉를 감독판으로 릴리즈하며, 아울러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방 편집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4. 쿠팡플레이가 이러한 공개적인 요구조차 묵살한다면, 쿠팡플레이가 한 행위가 한국영상산업과 창작문화에 미치는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창작자인 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쿠팡플레이가 작품을 일방적으로 편집함으로써 본래의 작품이 어떻게 훼손되었는지, 주인공, 인물간 구도, 개연성, 서사구조 등이 다방면으로 훼손된 점들에 관하여 향후 소상하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쿠팡플레이에 묻습니다.
〈안나〉는 타인보다 우월한 기분을 누리고자 저지르는 '갑질'에 대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쿠팡플레이는 이러한 메시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한 〈안나〉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개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안나〉는 그 어떤 '오리지널'도 없습니다. 창작자가 무시, 배제되고 창작자의 의도가 남아나지 않는 '오리지널'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쿠팡플레이가 말하는 '오리지널'이란 무엇입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 8. 2.
이주영 드림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