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로마 황제의 이름은 어쩌다 '공중화장실'로 전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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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흑역사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서적 / 568쪽│2만2000원
이그 노벨상 공동 수상자 '세금의 역사'
네로 자살후 내전으로 국고 텅 비자
세금 더 많이 걷기 위해 '오줌세' 부과
당시 양털 기름기 제거 위해 오줌 사용
창문·난로·수염세 등 황당한 세금도 많아
세금의 논리와 모순도 소개
복권, 저소득층이 더 구매하는 '역진세'
국가부채는 미래세대에 '미뤄놓은 세금'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서적 / 568쪽│2만2000원
이그 노벨상 공동 수상자 '세금의 역사'
네로 자살후 내전으로 국고 텅 비자
세금 더 많이 걷기 위해 '오줌세' 부과
당시 양털 기름기 제거 위해 오줌 사용
창문·난로·수염세 등 황당한 세금도 많아
세금의 논리와 모순도 소개
복권, 저소득층이 더 구매하는 '역진세'
국가부채는 미래세대에 '미뤄놓은 세금'
공중화장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베스파시아노(vespasiano)’는 로마 제국의 아홉 번째 황제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us·사진)’ 이름에서 따왔다. 딱 두 글자만 다르다. 로마 황제의 이름이 어쩌다 악취를 풍기는 화장실로 전락했을까. 그가 만든 세금 때문이다.
네로 황제의 자살 이후 내전을 수습하고 황제로 등극한 베스파시아누스는 국고를 채우기 위해 소변에 세금을 매겼다. 양모가공업자들은 양털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수거해 갔는데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화장실에 모아둔 소변에 세금을 물린다는 생각은 당시에도 우스꽝스러운 발상이었다. 아들 티투스가 만류하자 베스파시아누스는 말했다.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위정자들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내기 위해 온갖 세금을 개발해왔다. 창문세, 난로세, 수염세….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스꽝스러운 ‘흑역사(없었던 일로 치거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가 된다. 바꿔 말하면 지금 우리가 내는 세금도 나중에는 흑역사로 남을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세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기원전 2500년에 만든 수메르 점토판에도 세금 납부 영수증이 새겨져 있을까. <세금의 흑역사>는 세금을 걷으려는 국가와 내지 않으려는 국민 사이에 벌어진 오랜 줄다리기의 역사를 소개한다.
다만 책 제목과 달리 세금의 부끄러운 역사만 다루지는 않는다. ‘바보 같은 세금’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약간의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책은 세금을 줄여야 한다거나 늘려야 한다고 시원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여러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고 쟁점을 짚어줄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세금 제도의 역사를 다룬 책도 아니고, 세금 원칙에 대한 입문서도 아니지만 양쪽 모두에 조금씩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는 서문이 솔직하고 정확하게 느껴진다.
책에는 세금을 위한 변명도 담겨 있다. 지금 보기엔 황당해 보이는 과거의 세금이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고, 현재 조세 정책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기후 대응을 위해 각국이 도입 중인 탄소세는 ‘세금으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근대화를 추진하던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수염세와 비슷하다. 표트르 대제는 사람들이 면도를 하도록 하기 위해 수염세를 개발했다.
과거 사례는 미래 세금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모든 거래를 안전하게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 부가가치세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업과 사람의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 국제 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각국의 세금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책은 상세한 설명으로 세금 역사에 대한 항간의 오해를 바로잡는다. 예컨대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茶) 사건’은 흔히 세금을 올렸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오해받지만 거꾸로 세금을 줄였기 때문에 일어났다.
당시 영국 정부는 아메리카 식민지 시장을 잠식하는 네덜란드 밀수 차(茶)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를 해결하려 영국 동인도회사에 차 관세 면제권을 줬고, 식민지 찻값이 떨어졌다. 밀수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동인도회사 배에 올라타 차 상자를 바다로 던져버린다. 식민지 지식인들도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반발한다. 모든 세금에 반대하는 ‘티파티(tea party)’ 운동이 보스턴 차 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책은 ‘세금’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을 뿐 국민들로부터 돈을 걷어가는 각종 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저소득층 복지에 복권 수익을 쓴다지만, 복권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이 구매하니 역진세 아닐까? 어쩌면 ‘어리석음에 대한 세금’일 수도 있다. 국가 부채는 미뤄놓은 세금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공공재정국 부국장인 마이클 킨, 조엘 슬렘로드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다. 슬렘로드 교수는 ‘상속세율이 하락 추세면 사망 신고를 늦춘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발한 연구에 주는 ‘이그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네로 황제의 자살 이후 내전을 수습하고 황제로 등극한 베스파시아누스는 국고를 채우기 위해 소변에 세금을 매겼다. 양모가공업자들은 양털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수거해 갔는데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화장실에 모아둔 소변에 세금을 물린다는 생각은 당시에도 우스꽝스러운 발상이었다. 아들 티투스가 만류하자 베스파시아누스는 말했다.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위정자들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내기 위해 온갖 세금을 개발해왔다. 창문세, 난로세, 수염세….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스꽝스러운 ‘흑역사(없었던 일로 치거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가 된다. 바꿔 말하면 지금 우리가 내는 세금도 나중에는 흑역사로 남을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세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기원전 2500년에 만든 수메르 점토판에도 세금 납부 영수증이 새겨져 있을까. <세금의 흑역사>는 세금을 걷으려는 국가와 내지 않으려는 국민 사이에 벌어진 오랜 줄다리기의 역사를 소개한다.
다만 책 제목과 달리 세금의 부끄러운 역사만 다루지는 않는다. ‘바보 같은 세금’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약간의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책은 세금을 줄여야 한다거나 늘려야 한다고 시원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여러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고 쟁점을 짚어줄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세금 제도의 역사를 다룬 책도 아니고, 세금 원칙에 대한 입문서도 아니지만 양쪽 모두에 조금씩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는 서문이 솔직하고 정확하게 느껴진다.
책에는 세금을 위한 변명도 담겨 있다. 지금 보기엔 황당해 보이는 과거의 세금이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고, 현재 조세 정책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기후 대응을 위해 각국이 도입 중인 탄소세는 ‘세금으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근대화를 추진하던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수염세와 비슷하다. 표트르 대제는 사람들이 면도를 하도록 하기 위해 수염세를 개발했다.
과거 사례는 미래 세금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모든 거래를 안전하게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 부가가치세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업과 사람의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 국제 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각국의 세금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책은 상세한 설명으로 세금 역사에 대한 항간의 오해를 바로잡는다. 예컨대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茶) 사건’은 흔히 세금을 올렸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오해받지만 거꾸로 세금을 줄였기 때문에 일어났다.
당시 영국 정부는 아메리카 식민지 시장을 잠식하는 네덜란드 밀수 차(茶)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를 해결하려 영국 동인도회사에 차 관세 면제권을 줬고, 식민지 찻값이 떨어졌다. 밀수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동인도회사 배에 올라타 차 상자를 바다로 던져버린다. 식민지 지식인들도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반발한다. 모든 세금에 반대하는 ‘티파티(tea party)’ 운동이 보스턴 차 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책은 ‘세금’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을 뿐 국민들로부터 돈을 걷어가는 각종 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저소득층 복지에 복권 수익을 쓴다지만, 복권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이 구매하니 역진세 아닐까? 어쩌면 ‘어리석음에 대한 세금’일 수도 있다. 국가 부채는 미뤄놓은 세금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공공재정국 부국장인 마이클 킨, 조엘 슬렘로드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다. 슬렘로드 교수는 ‘상속세율이 하락 추세면 사망 신고를 늦춘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발한 연구에 주는 ‘이그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