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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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 마리 5980원', '시그니처 피자’(2~3인분) 2490원', '모둠초밥(18개짜리) 1만2980원'.

최근 마트 점포에서 매장 안 배너와 전단 등에 써붙인 주요 기획·행사 상품과 가격들이다. 거의 모든 상품이 10원 단위로 끝난다. 대형마트 업계가 앞다퉈 최저가 마케팅에 나서며 고객에게 보다 저렴하다는 이미지를 주고, 인근 점포보다 동일 상품에 대해 '10원'이라도 싸게 팔기 위해서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모두 ‘최저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가격 끝 프로젝트’와 ‘물가안정 티에프 가동’ 등을 발표한 데 이어 홈플러스도 ‘에이아이(AI) 최저가격제’를 도입했다.

홈플러스의 AI 최저가격제는 매주 50개 ‘핵심 상품’을 선정해 대형마트 3사 온라인몰 가격을 비교하고 업계 최저가로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매출 상위 품목 중 고객 수요가 많은 바나나, 방울토마토, 쌀, 두부 등을 50개 핵심 관리 상품으로 정했다. 홈플러스는 올 초부터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월부터는 두부, 콩나물, 우유, 화장지 등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상시 저가에 판매하는 ‘물가안정 365’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롯데마트는 올해 3월부터 ‘물가안정 TF’를 가동해 매출 상위 30%를 차지하는 품목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이마트 역시 지난달 4일부터 우유 등 ‘40대 필수 품목’을 다른 대형마트 및 쿠팡과 비교해 상시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로 승부수를 던졌다. 경쟁업체보다 비싸면 차액을 보상해주는 ‘최저가격보상제’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10여 년 만에 재등장한 ‘반값 치킨’. 홈플러스가 올해 6월 6990원에 내놓은 ‘당당치킨’이 출시 후 50일간 46만마리가 팔리며 인기를 끌자 다른 마트들도 유사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이마트는 ‘5분치킨’(9980원)을, 롯데마트는 ‘한통치킨’(8800원)을 각각 내놨다. ‘마트 피자’로도 반값 경쟁이 옮겨 붙어 이마트는 5980원짜리 피자를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PB 상품인 시그니처 피자를 4990원에서 2490원으로 할인 판매 중이다.
고물가 속에서 대형마트들이 최저가 정책을 내놓으며 업체간 가격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 속에서 대형마트들이 최저가 정책을 내놓으며 업체간 가격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마트의 최저가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가팔라진 물가 상승 때문에 소비 심리 위축이 우려돼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전국 소비자물가 지수는 107.54(2020년=100)로 나타나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이는 2분기 기준 1998년 8.2%를 기록한 이후 24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36.3%), 가공식품(7.6%), 외식(7.3%) 물가 등이 급등하며 2분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대형 마트는 안 그래도 가격에 민감한 업태인데 최근 고물가로 그 민감도가 더 높아졌다“며 ”10원 단위까지 경쟁을 벌이다 보니 비효율적 측면도 많지만 가격 출혈 경쟁이라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