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인가 띠인가…한국 기하추상 선도한 이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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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주요 작품 30여 점 골라 개인전
캔버스에는 그러데이션으로 표현된 띠 모양만 존재한다.
이들 직사각형은 수직선, 수평선, 사선 등의 형태로 규칙적으로 배열되거나 길이를 달리하면서 화면에 긴장감을 담아낸다.
국내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한 화가로 꼽히는 이승조(1941∼1990) 화백의 작품들이다.
1960년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한 이승조는 2년 뒤 '오리진'(Origin)이란 전위(Avant-garde)그룹을 결성하고 미술의 근원을 탐구했다.
그는 1967년 '핵'(Nucleus)이란 제목의 작품을 그린 뒤 평생 '핵'이란 제목의 연작에 몰두했다.
국제갤러리에서 1일 개막한 이승조 개인전은 핵 연작의 초기작부터 작고한 해에 작업한 작품 등 주요작 30여 점을 소개한다.
이승조의 직사각형은 그러데이션으로 칠해진 것이 특징이다.
유화붓 대신 넓은 평붓의 양 끝과 가운데에 같은 색이지만, 명도가 차이가 나는 물감을 묻힌 뒤 여러 번 덧칠한다.
또한 두텁게 칠해진 화면을 사포로 갈아내 붓질 자국을 지워낸다.
이런 작업을 거친 띠들은 원기둥(파이프)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이승조는 '옵아트'(Op Art) 작가 또는 '파이프 화가'로 부르기도 한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이 파이프 화가로 불린다는 점을 언급하며 "별로 원치도 않고 싫지도 않은 부름"이라고 말한다.
이어 "구체적인 대상의 모티브를 전제하지 않은 반복의 행위에서 오는 착시적인 물체성을 드러냄이 이름일 것이다"라며 "물론 현대문명의 한 상징체로서 등장시킨 것은 더구나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 글과 1960년대 모더니즘 추상화 이론을 받아들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승조는 입체적 원기둥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평면인 직사각형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더니즘 회화 이론의 대가인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회화의 본질을 '평면성'으로 제시하고 투시 원근법과 명암법 등 '눈속임'이 없는 추상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그린버그는 회화의 순수성은 지키되 '시각적 환영'(optical illusion)을 수용할 것을 강조했다.
평론가 이일은 이승조에 대한 평론에서 "조형의 기본원리인 규칙적인 반복의 질서를 통해 그린버그가 말하는 '자기환원적 추상', 다시 말해서 '탈회화적 추상'의 세계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승조의 그러데이션을 명암이 아닌 시각적 환영 측면으로 봐야 그의 작품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프로 인식하면 화면 전체의 긴장감을 느끼는 데 제한이 있겠지만, 띠의 배열로 작품을 감상하면 전체 화면의 구성이 탁월함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침묵과 발언과의 무중력한 관계 설정을 위하여 억제를 수반하는 주장으로 화면 가득한 공명을 얻고저 함"이란 문장으로 작가 노트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이들 직사각형은 수직선, 수평선, 사선 등의 형태로 규칙적으로 배열되거나 길이를 달리하면서 화면에 긴장감을 담아낸다.
국내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한 화가로 꼽히는 이승조(1941∼1990) 화백의 작품들이다.
1960년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한 이승조는 2년 뒤 '오리진'(Origin)이란 전위(Avant-garde)그룹을 결성하고 미술의 근원을 탐구했다.
그는 1967년 '핵'(Nucleus)이란 제목의 작품을 그린 뒤 평생 '핵'이란 제목의 연작에 몰두했다.
국제갤러리에서 1일 개막한 이승조 개인전은 핵 연작의 초기작부터 작고한 해에 작업한 작품 등 주요작 30여 점을 소개한다.
이승조의 직사각형은 그러데이션으로 칠해진 것이 특징이다.
유화붓 대신 넓은 평붓의 양 끝과 가운데에 같은 색이지만, 명도가 차이가 나는 물감을 묻힌 뒤 여러 번 덧칠한다.
또한 두텁게 칠해진 화면을 사포로 갈아내 붓질 자국을 지워낸다.
이런 작업을 거친 띠들은 원기둥(파이프)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이승조는 '옵아트'(Op Art) 작가 또는 '파이프 화가'로 부르기도 한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이 파이프 화가로 불린다는 점을 언급하며 "별로 원치도 않고 싫지도 않은 부름"이라고 말한다.
이어 "구체적인 대상의 모티브를 전제하지 않은 반복의 행위에서 오는 착시적인 물체성을 드러냄이 이름일 것이다"라며 "물론 현대문명의 한 상징체로서 등장시킨 것은 더구나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 글과 1960년대 모더니즘 추상화 이론을 받아들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승조는 입체적 원기둥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평면인 직사각형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더니즘 회화 이론의 대가인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회화의 본질을 '평면성'으로 제시하고 투시 원근법과 명암법 등 '눈속임'이 없는 추상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그린버그는 회화의 순수성은 지키되 '시각적 환영'(optical illusion)을 수용할 것을 강조했다.
평론가 이일은 이승조에 대한 평론에서 "조형의 기본원리인 규칙적인 반복의 질서를 통해 그린버그가 말하는 '자기환원적 추상', 다시 말해서 '탈회화적 추상'의 세계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승조의 그러데이션을 명암이 아닌 시각적 환영 측면으로 봐야 그의 작품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프로 인식하면 화면 전체의 긴장감을 느끼는 데 제한이 있겠지만, 띠의 배열로 작품을 감상하면 전체 화면의 구성이 탁월함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침묵과 발언과의 무중력한 관계 설정을 위하여 억제를 수반하는 주장으로 화면 가득한 공명을 얻고저 함"이란 문장으로 작가 노트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